몽콕
밤이 더 빛나는
몽콕은 인파에 치이다가 돌아오는 곳이다. 때때로 홍콩의 진짜 젊은이들이 출몰하는데, 주로 관광객이 모두 돌아간 깊은 밤 이다.
영화 '열혈남아'의 원제는 몽콕가문(旺角卡門) 이다. 몽콕의 카르멘이라는 뜻인데, 청춘의 폭주하는 이미지였던 몽콕은 어느새 관광객의 '저렴한 쇼핑특구' 정도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몽콕 운동화거리는 예전만 못하다는 게 현지인들의 전언이다. 중국산 가짜 운동화가 즐비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시간이 된다면 운동화 거리에서 세일된 가격으로 득템할 수 있다'라는 여행서적 속 문장은 몇년 전 에나 통용되던 지침이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몽콕의 레이디스마켓은 한 번 가본 관광객은 더 이상 가지 않는다는 전설이 있다. 그러나 ‘복잡함의 미학’이나 기막힌 사진을 원한다면 그만한 곳도 없다.
몽콕에서는 매일 밤, 버스킹이 열린다. 그러나 홍대 같은 젊은이들의 무대가 아니다. 전통가요와 팔을 휘두르는 노인들의 춤이 있는 버스킹이다. 마이크를 대고 하는데, 목청이 얼마나 큰지 시장 전체가 쩌렁쩌렁 울린다. 그 틈사이로 수 많은 사람들이 교차하며 쏘다닌다. 몽콕은 남대문시장 같은 곳이다. 저렴한 기념품들을 위한 최고의 장소다.
레이디스마켓을 지나고 나면 프린스 에드워드 역이 나오고, 템플 스트리트라는 관광지가 나온다. 바가지 가격과 질 낮은 음식 때문에 꺼리는 사람도 있지만 맥주 한잔 노상에서 걸치는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다. 양옆을 둘러보면 모두 서양 관광객이라는 특징이 있다.
몽콕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식당은 노점에 있는 꼬치 집이다. 이 곳은 현지인과 관광객 모두가 사랑하는 집이어서, 어떤 메뉴를 골라도 실패하지 않는다. 카레에 담가진 어묵 꼬치와 오징어 튀김 그리고 취두부가 인기다. 냄새와 비쥬얼에 지지 말고, 천국을 맛보기 위해 시도해야만 한다. 인파를 뚫고 서서 먹을 용기가 없다면 포장을 해서 인근 과일쥬스가게 앞 작은 의자에 앉아서 주스와 함께 먹어볼 수 있다. 주스집에는 10대 아이들이 자주 온다. 카페보단 저렴하고, 오래 있기 좋은 분위기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관광객과 상인들이 모두 물러간 새벽이 되면, 밤잠 없는 아이들이 몰려나온다.
이때가 바로, 진짜 몽콕 아이들이 날개를 펼 시간이다. 몽콕 상점의 직원들은 12시가 지나야 퇴근한다. 도무지 낮에는 볼 수 없었던 감각적 패션의 젊은이들이 나오는데, 홍콩은 지금 문신과 더불어 와일드한 스타일의 패션이 유행하고 있다. 은발을 하고 검은색 립스틱을 바른 여자아이는 흡사 ‘제 5원소’에 나올법한 포스였다. 게다가 패셔너블한 홍콩 젊은이들은 찌는 더위에도 가죽 부츠나 두꺼운 스타킹을 신었다. 이들은 생긴 것에 비해 외국인에게 꾀나 친절했다. 길을 물어보다가 야식을 같이 먹게 되는 ‘절친’이 생긴 적도 있다.
내 친구 오스톤은 몽콕에서 운동화 가게를 하는데, 일이 끝난 새벽이면 몽콕 거리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타거나 야식을 먹기도 한다. 이 친구는 오른쪽 종아리와 왼쪽 팔에 각각 배트맨, 배트우먼 문신을 했다. 자신의 배트우먼을 찾고 있다나 뭐라나.
몽콕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두 번 다시 방문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짭퉁을 파는 노점상에 실망했거나, 길거리 포장마차 음식 값에 놀랐을 경우다.
하지만 그 붐비는 거리를 내려다 볼 수 있는 2,3층 높이 빌딩에서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천막이 쭉 늘어선 지붕과, 그 아래에 달린 전구 불빛, 그리고 미세하게 보이는 인파들의 그림자는 몽콕의 복잡함을 전부 다 감추고 있다. 주로 위층에 있는 미용실이나 카페, 신발가게 등에 가면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방문해볼 만한 곳은 대부분 1층 보다는 위층에 숨어있다. 허름한 건물이라고 하여 무시하지 말고, 무작정 들어가 보는 것도 좋은 모험이다. 구하기 힘든 아이템을 파는 가게나, 고양이들이 모여 있는 펫 카페, 외관과는 너무 다른 럭셔리한 네일샵, 클래식한 인테리어의 미용실, 맛깔나는 중국식 국수를 파는 가게 등을 우연히 만나는 날에는 '사람이 많아도, 역시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날 저녁, 몽콕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