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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맘 요즘 육아 이야기
물건이 많아졌다. 그만큼 취사선택의 피로감도 늘었다. 인플루언서도 많아졌다. 이미 많고 많은 제품을 인플루언서는 저마다의 콘텐츠로 한번 더 보여준다. 블로그 글로 시작된 SNS 마케팅은 인스타그램, 유튜브를 거치며 사진과 짧고 긴 영상을 넘나드는 콘텐츠가 되었다. 해당 제품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부터, ‘최저가’ 혜택까지. 물건 하나를 고르는 것도 일인데, 그 제품을 언제, 어디서 구매하느냐에 따라 가격도 달라지는 세상이다.
육아 용품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아이템전’이라는 표현에 걸맞게, 파도처럼 밀려오는 육아 고비를 만날 때마다 쉽사리 아이템의 도움을 구할 수 있다.
생활 소음 때문에 아기가 쉽게 잠에서 깨요. > 백색 소음기에서 ‘쉬-’ 소리를 틀어줘 보세요.
아기 등센서가 예민해 힘들어요. > 옆잠 베개는 어떨까요?
분유만 먹으면 배앓이를 해요. > 공기 유입을 막아주는 젖병들이 있어요.
문제는 이런 아이템 또한 종류가 많다는 것이다. 제품 제공은 받았지만 솔직하게 썼다는 후기만 보면 모든 아이템이 좋아 보인다. 후기를 읽다 아기가 울면 달래고, 조금 진정되면 다시 후기를 찾아보고, 이를 반복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SNS도 넘어와도 실상은 비슷하다. 후기보다 조금 더 많은 사진과 영상이 신뢰도를 높여주지만, 장점으로 등장하는 문구는 반복된다.
넘쳐나는 물건의 파도를 놓치지 않는 사람들이 또 있다. 바로 인플루언서이다. 인플루언서는 광고나 공동 구매, 마켓 등의 형태로 제품을 제안한다. 적절한 시기에, 적당한 주기로 제품을 소개하고 추천한다. 평소 소식을 받아 보고 있던 인플루언서이거나, 육아 시기가 비슷하여 팔로우하기 시작한 경우, 그 제안은 일반 후기보다 더 달콤하게 다가온다. 일상 소식을 먼저 접한 만큼, 마치 친구에게 추천받는 것 같은 신뢰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인플루언서는 단순한 판매자를 넘어 '랜선 육아 동지'라는 정서적 자리를 꿰찼다. 가족의 단위는 작아지고, 친구들의 결혼, 임신, 출산 시기는 다양해졌다. 호르몬과 수면마저 불규칙한 상태로 느끼는 육아 고립감은 SNS 속 육아 동지를 통해 해소되기도 한다. 비슷한 시기를 보내는 인플루언서들의 일상을 보며 위로받고, 공감하며 쌓인 유대감은 자연스레 그들이 제안하는 물건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로 이어진다. 기업의 정제된 광고보다 서툴지만 진솔해 보이는 인플루언서의 리뷰 한 줄에 더 쉽게 마음(과 지갑)이 열리는 것이다.
요즘은 광고 제안을 받았다는 사실을 드러내며 혜택을 강조하기도 한다. 최저가로 구매할 수 있다거나, 가장 유용한 구성으로 세트 구매 혜택을 받을 수 있다거나, 특별한 사은품이 있다거나. 선택의 피로감을 대신하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솔직함이다. 인플루언서를 통해 새로운 제품을 알게 되기도 하고, 고민하고 있던 제품에 한번 더 솔깃해지기도 한다. 장점이 무엇인지, 인플루언서가 ‘직접’ 비교하고 정리하여 알려준다. 거기다 심지어 ‘가장’ 싸게 살 수 있다는데, 인플루언서를 통한 구매가 솔깃할 수밖에 없다.
SNS와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의심과 신뢰가 공존하는 시대다. 인플루언서의 공동 구매나 마켓은 일종의 편집샵이 될 수 있고, 정서적 공감을 나누며 같은 물건을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건 분명 좋은 기회다. 문제는 정보와 제품이 넘치는 곳에는 늘 거짓 정보도 섞여있다는 것이다. 아기에게 좋은 것을 해주고 싶다는 마음을 자극받으면 쉽게 현혹된다. 인플루언서가 제공하는 제품 정보가 정확한지, 정말 최저가가 맞는지 한 번도 확인해보지 않는 맹목적인 소비는 조심해야 한다.
밀려오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파도에 휩쓸려 떠내려갈 것인지, 그 파도를 올라타 영리하게 즐길 것인지는 결국 부모의 선택에 달려 있다. 우리 아이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화려한 화면 속 아이템이 아니라, 중심을 잡고 서 있는 부모의 단단한 시선일지도 모른다.
- 육아를 하며 인플루언서를 통해 산 물건 중, 삶의 질을 높여준 '인생템'이나 아쉬웠던 '실패템'이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