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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네오 Sep 26. 2020

MBTI가 내게 가져다준 것

성격의 장단점 찾기(Feat. ISFJ)


방송에 나올 때마다 검색어 순위를 독식하는 검사가 있다. 바로 MBTI(성격유형) 검사.


최근 예능프로그램에서 출연자의 성격을 파악하는 방법으로 사용되면서 인기를 끌었다. 이게 얼마나 유행이었는지 친구들끼리 MBTI를 물어보면 검사 결과가 뜬 캡처 화면을 안 갖고 있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평소 시니컬한 성격으로 이런 거에 무심할 것 같던 친구 J도 '어 그거 어딘가에 있을 텐데 기다려봐' 해놓고 한참 뒤에 찾아내더라.


MBTI에는 총 16가지의 성격유형이 있으며, 4가지 선호 경향(에너지의 방향, 인식하는 방식, 판단의 근거, 선호하는 생활양식)에 따라 구분한다.


4가지 선호 경향을 쉽게 정리해보면,

에너지의 방향

- 외향형(Extraversion):  외부와의 상호작용을 선호한다. 밖에서 다른 사람을 만날 때 에너지를 얻는다. 폭넓은 대인관계를 가진다. 말로 표현하기를 좋아한다.

- 내향형(Introversion): 관심과 주의를 내부로 향하는 것을 선호한다. 집에서 혼자 있을 때 에너지를 얻는다. 깊이 있는 대인관계를 가진다. 글로 표현하기를 좋아한다.


사람이나 사물을 인식하는 방식

-  감각형(Sensing): 오감 및 경험에 의존한다. 현실주의자에 가깝다. 숲보다 나무를 보려는 경향이 강하다.

-  직관형(iNtuition): 직감 및 영감에 의존한다. 이상주의자에 가깝다. 나무보다 숲을 보려는 경향이 강하다.


판단의 근거

- 사고형(Thinking): 선택과 결정 시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과정을 선호한다. '맞다. 틀리다.'의 판단을 선호한다. 원리와 원칙을 중요시한다.

- 감정형(Feeling): 선택과 결정 시 주관적이고 관계 지향적인 과정을 선호한다. '좋다. 나쁘다.'의 판단을 선호한다. 의미와 영향을 중요시한다.


선호하는 생활양식

- 판단형(Judging): 분명한 목적과 방향을 선호한다. 계획적이고 체계적인 생활양식을 선호한다.

- 인식형(Perceiving): 유동적인 목적과 방향을 선호한다. 개방적이고 상황에 따른 생활양식을 선호한다.


성격 유형은 각각의 선호 경향 결과(둘 중 더 높은 점수를 얻은 경향)에 맞춰 16가지 유형 중 하나로 나오게 된다. 예를 들어 I(내향형) 점수가 E(외향형) 보다 높게 나오면 I로 표기되며, 그렇다고 해서 본인에게 E(외향형) 성향이 아예 없다는 것은 아니다.




갑자기 MBTI 이야기를 꺼낸 건 유튜브로 면접 강의를 보다 성격의 장단점은 MBTI에서 찾으면 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장단점 찾기가 이렇게 친숙한 테스트 안에 있었다니 허무했다. 한편으로는 일이 쉽게 풀려 다행이다 싶었지만.


성인이 고 총 3번의 검사를 받았다. 그중 두 번은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한 번은 최근 유행하는 사이트에서 약식으로 받았다. 여러 장의 결과지를 종합해서 내린 현재 나의 성격유형은 ISFJ다.


가장 왼쪽의 결과는 전역 이후 했던 검사라 외향형과 판단형 수치가 유독 높게 나왔다. 그러나 곧 내향형으로 회귀했다.(상황이나 환경에 따라 성격 유형이 바뀌기도 한다는 좋은 예)


ISFJ의 별명으로는 용감한 수호자형, 임금 뒤편의 권력형, 게으른 완벽주의자가 있지만 제일 와 닿는 건 '게으른 완벽주의자'. 한 번 하면 완성도 높게 끝내려 하고 책임감 있는 걸 좋아하지만 그 한 번을 실행에 옮기는 과정이 험난하다. 계획성 있는 삶을 꿈꾸지만 실행력이 약해서 계획을 정말 느슨하게 세우거나 아예 머릿속으로만 대강 생각한다. 계획을 철저하게 세워놓고 안 지키면 스트레스받으니까.

(게으른 완벽주의자와 관련해서는 할 말이 많을 것 같아 나중에 따로 글을 쓸 계획이다. 이건 실행에 옮길 수 있을 거라 믿는다.)


ISFJ의 특징 중에서 너무 잘 맞아서 소름 끼쳤던 몇 가지를 골랐다.(말은 이렇게 해도 대부분 잘 맞아서 신기했다.)

- 꼼꼼하고 섬세하다.

처음부터 자랑이냐고 하신다면 맞다. 내 성격의 중요한 장점 중 하나다. 하지만 어떻게 꼼꼼하고 섬세한지는 막상 설명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꼼꼼함과 섬세함을 요하는 작업을 즐긴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기 때문이다. 아직 초보지만 통계 데이터를 다루는 것도 흥미가 있고, 이전 글에서 다뤘던 데이터 라벨링 알바에 도전한 것도 같은 이유다. 모자라거나 부족한 부분을 채울 때 쾌감을 느낀다. 다른 사람을 챙겨줄 때의 보람이 크다.


- 돈, 시간, 감정 등의 낭비를 싫어한다.

낭비를 좋아하는 성격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내 경우는 특히 예민한 편이다. 한정된 자원의 낭비는 언젠가 꼭 후회한다. 돈이야 말할 것도 없고 누군가 내 시간을 의미 없이 허비하게 하는 건 참을 수 없다. '게으른 완벽주의자'가 할 소리냐고? 내가 내 시간을 게으르게 보내는 건 최소한 내 선택이니까 후회해도 과거의 나에게만 탓하면 된다. 그만큼 게으름에 대한 가책도 많이 느낀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이 내 자원을 낭비시키는 건 배려가 부족한 거다.


- 본인이 어디에든 도움이 되는 것을 좋아한다.

꼼꼼하고 섬세한 성격과 연관 지을 수 있다.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는 쉬운 방법 중 하나가 사소한 챙김이다. 내가 조금만 신경 쓰면 주변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 도와주는 걸 즐기는 사람을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는데 첫째는 아무 목적도 이유도 없이 정말 선심으로 도와주는 천사형 인간이고, 둘째는 누군가를 도와줌으로써 내 존재의 필요성을 확인받고자 하는 관심형 인간이다. 아쉽게도 내 경우는 후자라서 천사형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의 존재를 인정하고 인정받는 건 나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관심형 인간은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자존감이 중요한 이유다.


- 정해진 틀을 깨는 것을 망설인다.

좋게 말하면 신중한 성격이라고도 하지만 정도가 지나치면 발전도 더디다. 새로운 목표를 세우거나 변화를 결심하고도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려 한다. 난 관성이 심한 사람이다. 그래서 평소에 조금씩이라도 변화를 주면서 익숙해지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예컨대 글을 쓰면서 다양한 주제를 다루려고 한다.(물론 못 느끼셨을 수도 있다.) SNS에 브런치를 홍보하기 위한 포스팅을 할 때도 어떻게 하면 더 흥미를 끌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갖고 나름의 변화를 시도 중이다.


- 어떤 사람이 외적으로 이상형이어도 인성에 문제가 있다면 바로 정이 떨어진다.

내가 연예인을 덕질하지 않는 이유다. 그들의 인성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잘 모르기 때문에. 외적으로 이상형인 사람들은 정말 많다. 쌍꺼풀이 있어서, 이목구비가 커서, 피부가 하얘서(내 이상형을 말한 것 같지만 기분 탓이다.)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배려해주는 사람을 보면 마음이 간다. 반면 신이 내린 미모를 가지고 있어도 성격에 결함이 있다면 한 발짝도 다가가고 싶지 않다.




사람을 어떻게 16가지 유형으로 규정하냐고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다. 맞는 말이다. 지금까지 만난 사람 중에 성향이 비슷한 사람은 있어도 성격이 똑같다고 생각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으니까. MBTI 검사 결과를 가지고 '그 사람은 확실히 이렇다.'라고 단언하는 건 지양해야 한다. 하지만 MBTI가 과거부터 현재까지 인기를 끌고 있는 건 사람의 성격을 이해하는 '참고 자료'로써 다수의 공감과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MBTI에는 정답이 없고, 좋고 나쁨을 규정하지 않는다. 어렸을 때만 하더라도 내향적인 성격은 소심하다는 이유로 천대를 받았다. 숨겨야 하는 성향인 줄 알았다. 그러나 MBTI 검사가 활성화되면서 외향형과 내향형은 갖고 있는 경향의 차이일 뿐 각각 장단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다. 내향형의 장점을 많은 사람들에게 공언해줬다. 내가 애써 포장하거나 감추지 않아도 되는 성격이 됐다. 그게 인정받았다는 것만으로 MBTI에 고마움을 느낀다.


MBTI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웠던 내 성향에 대해 얘기해준다. 친구와 가족의 성격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해의 힘은 생각보다 크다. 관계의 유지는 이해에서 온다고 했다. MBTI가 유행했던 것처럼 우리 사이의 이해심도 더 커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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