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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ric Mar 05. 2020

디자인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가 하는 일

UX/UI디자이너의 미래는 여기에?

이전 글에서는 린 스타트업에서 디자이너는 개발자 및 프로덕트 매니저와 긴밀하게 협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했다. 그 중 특히 디자이너의 역할로 Design Facilitation을 언급했는데 이 부분에 대해 내가 경험했던 것을 토대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이전 글 '폭포수 조직과 린스타트업에서 달라지는 디자이너의 역할' 보기>>


Lean UX의 저자 Jeff Gothelf는 린 스타트업에서 디자이너의 역할은 문서와 산출물을 만드는 것보다 Facilitation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를 한다. 디지털 프로덕트, 서비스를 만드는 데 있어서 최적화된 린 스타트업은 완벽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빠른 시간 안에 가정 (Hypothesis)을 세우고 이를 검증(Validation)하고 배움을 얻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제품인 MVP (Most Viable Product)를 만드는 것에 초점을 둔다. 그리고 이 과정 (Build - Measure - Learn) 을 사업의 성공 여부 또는 성공 가능성을 확인할 때까지 계속해서 반복한다. 이를 위해서 디자이너는 1px 단위의 철저하게 계산된 완벽한 디자인과 디자인 산출물, 그리고 이를 내부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한 문서를 만드는 데에 모든 에너지를 쏟는 것이 아니라 '테스트'가 가능한 수준 정도의 제품을 디자인하여 '빠르게' 만들어서 시장에 내놓을 수 있도록 하는 데에, 그리고 사용자와 시장의 반응을 통해 배움을 얻는데에 무게 중심을 두어야 한다.

린 스타트업의 핵심인 Build - Learn - Measure (출처: https://www.mindtools.com)


한편으로 디자이너의 입장에서는 이런 환경 속에서 일을 하다보면 조금 더 완벽한 결과물을 만들고 싶은 데 이를 타협해야 하는 부분이 아쉬움으로 남을 수도 있다. 나 또한 그러한 아쉬움을 늘 조금씩은 가지고 있다. 다만, 계속해서 사용자와 시장의 반응에 대해서 배울 수 있는 환경이 주는 이점이 정말 많고 이 방법이 실제로 사업의 성공 여부를 빠르게 판단하는데에 훨씬 더 도움이 되는 것을 자주 보면서 이 방법론에 점점 더 확신이 서고 있다.


디자인 퍼실리테이터는 무슨 뜻인가?

Facilitation은 한글로 의역하자면 디자인 진행자, 디자인 조력자 정도가 될 것 같은데, 개발자, 프로덕 매니저, 마케터 등 함께 일하는 팀원들이 무엇이 문제인지 다같이 공감하고 사용자 관점에서 해결방법을 '함께' 찾아나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다.


그렇다면, 디자인 퍼실리테이터는 무슨 역할을 할까? 

Build-Learn-Measure 사이클이 계속 반복되는 환경 속에서 개발자는 개발일을, 마케터는 광고, 홍보 일을 프로덕 매니저는 제품 총괄을 하지만, 각자가 맡은 역할을 가장 잘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내가 이것을 왜 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즉, 하나의 생각을 공유하고 있어야 한다. 바로 공유된 문제인식이다.


1. 디자인 퍼실리테이터는 이 문제를 모두가 함께 공감할 수 있도록 돕는다.

UX디자이너는 사용자에 모든 것을 집중한다. 이것은 이 직군이 가지고 있는 엄청난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사용자에게 공감을 하여 이를 통해 무엇이 문제인지 발견하는 것이다. 디자인 퍼실리테이터는 이런 UX방법론중 하나인 사용자 조사 등을 통해 사용자의 문제를 발견해나가는 과정을 팀원들과 함께 밟아나갈 수 있다. 아니면 조사는 직접 하되 이를 통해 배우게 된 것을 팀원들에게 공유해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지금 우리의 서비스에 대해 사용자가 갖고 있는 문제점이 무엇인지 팀원들이 이해하고 공감하도록 하는 것이다. 참고로, 나는 되도록이면 개발자들도 사용자 조사 인터뷰에 초대를 하고는 한다. 이를 통해 개발자들이 자신이 개발한 제품이 사용자들이 어떻게 사용하는지 보고 배우는데 초점을 둔다. 바쁜 친구들이 많기에 참여를 못하는 경우도 많지만 계속해서 인터뷰를 볼 수 있는 문을 열어두고 있다. 그리고 한가지 팁이라면 문서를 공유하기 보다는 워크샵의 형태를 통해 다같이 한 자리에 있을 때 문제를 이해하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디자인 씽킹 방법론: 사용자에 초점을 두어 문제를 찾고 해결책을 모색한다. (출처: Interaction-Design.org)


2. 그리고 디자인 퍼실리테이터는 함께 해결방법을 찾아나갈 수 있도록 한다. 예시 - 스케치 세션

문제를 발견했으면 거기에서 여러가지 가설을 세우고 이에 대한 해결방법, 아이디어들을 도출해내는 단계다. 이 과정은 어렵더라도 최대한 팀원들이 함께 브레인스토밍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내가 해본 방법들 중 정말 효과적이었던 것은 스케치였다. 참고로 스케치를 통한 브레인스토밍 및 해결책 모색 방법에 대해서는 구글 벤쳐스의 디자인 스프린트에 자세히 나와있다. 일단 스케치는 상대적으로 디자인의 퀄리티가 높지 않아도 된다. 그렇기에 각 팀원들이 부담감을 내려놓고 자신의 생각을 옮겨놓을 수 있다. 그것마저 부담이 될 경우 종이에 아이디어를 글로만 적어도 된다. 그리고 스케치가 끝나면 각자 자신의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투표를 한다. 투표를 하는 것은 누가 이겼는지 겨루는 것이 아니라 각 아이디어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어떤 지를 알 수 있는 하나의 툴이라고 볼 수 있다. 정리하면, 디자인 퍼실리테이터는 이 과정이 매끄럽게 진행될 수 있도록 준비를 한다.


스케치와 투표. 그림의 퀄리티가 크게 중요하지는 않았고, 생각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출처: https://blog.central.team/)


3. 디자인 퍼실리테이터는 디자인의 진행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한다. 계속해서 의견을 수렴한다.

앞선 과정을 통해 시장에서 테스트를 하기 위해 어느 방향으로 제품을 디자인할 지 결정이 되었다. 그렇다면, 그 다음은 와이어프레임, 유저 플로우, UI디자인 등이 남아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과정을 최대한 팀원들에게 공개, 공유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각 팀원들은 자신이 지금까지 기여한 부분이 어떻게 진행되어가는 지 알 수 있고 제품에 대해 훨씬 큰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디자인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공유한다. 디자인 퍼실리테이터는 지속적으로 의견을 수렴해서 다양한 의견이 반영된 제품을 디자인할 수 있도록 한다.


결론. 디자인 퍼실리테이션은 어떤 효과가 있을까?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디자인 퍼실리테이터로서 역할을 수행한지 2년 정도가 되었다. 물론, 프로덕 디자이너로 UX, UI디자인 업무을 병행하면서 말이다. 이 기간 동안 내가 느끼기에 좋았던 점은 두 가지였다.

 

첫째. 서비스/제품이 훨씬 더 단단해진다. 다양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 디자인의 과정에 참여한 만큼 다양한 관점, 의견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개발자는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내는데 특히 그들의 아이디어가 좋은 것은 실제로 바로 개발될 수 있는 현실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것을 보았다. 마케터들은 광고, 홍보의 달인들인 만큼 제품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는 스토리텔링 등의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고, 고객센터 직원들은 실제 고객의 소리가 반영된 고객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러한 다양한 의견들이 반영이 되는 만큼 제품이 사용자들의 다양한 Pain Point를 해결해줄 수 있다.


둘째. 모두가 강력한 주인의식을 갖는다. 이전 글에서 얘기한 폭포수 모델(Waterfall)에서는 디자이너는 산출물을 전달 공유하는 역할이 강한데 반해 린 스타트업에서 디자인 퍼실리테이터는 각 팀원들이 낸 아이디어가 실제 제품에 즉각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돕는다. 제품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게 되고, 또 그런 만큼 각자가 자신이 각자의 자리에서 하는 일이 제품과 어떻게 연결이 되는 지 더 깊이 있게 이해하게 된다. 즉 자신의 업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정리하며..

내 경험을 이야기하자면, 내가 회사에서 하는 모든 프로젝트들을 퍼실리테이션 방식으로 진행을 하지는 않는다. 작은 기능 업데이트나, 소소한 디자인 아이콘 변경과 같은 일들에 모든 이들을 관여시키지는 않는다. 퍼실리테이션은 주로 MVP 또는 회사가 나가야 할 방향성과 연결이 되어 있는 조금 더 큰 단위의 프로젝트들이 많다.


퍼실리테이션을 하면서 알게 된 것은 디자인을 하는 나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더 즐길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내가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커뮤니케이션을 완벽하게 할 수 있는 문서와 디자인 산출물을 만드는데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디자인 결과물에 대한 책임감과 관련해서 팀원들과 나누어 짐을 진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리고 수많은 워크샵을 진행하며 그들에게 내가 사고하는 범위는 한정되어 있고 디자인이 완벽하지 않고 헛점이 많다는 것을 알려주게 되었다. 아이러니하지만, 이런 점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내가 부족한 부분을 팀원들이 함께 메워줄 수 있었다.


나는 앞으로 디자이너의 역할 중 퍼실리테이션이 중요해질 거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디자인이 사업의 성공 여부와 연결되는 IT분야, 스타트업에서는 말이다. 빠른 출시 사이클이 가능한 환경에서 빠르게, 그리고 ‘함께’ 배우고 방향성을 수정해 나가기에 너무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글쓴이 '에릭'을 소개합니다.

5년 전 유학을 와서 지금은 뉴욕의 테크 Scene에서 프로덕 디자이너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두 아이의 아빠이며 육아와 요리, 교육에 관심이 많습니다.


'비전공자/입문자를 위한, 쉽게 이해하는 UX디자인 개론'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UX를 전공하지 않은 분들, 학교에서 UX를 막 공부하기 시작한 분들이 쉽고 재미있게 UX분야에 입문할 수 있도록 첫 걸음을 안내해 드립니다. UX와 UX디자인의 본질에 대해서, 10년 동안 이 업계에 있으면서 기업, 스타트업, 테크 회사, 프리랜서 등 다양한 곳에서 실무를 하며 얻은 노하우를 알려드리고 있습니다. UX디자이너가 어떻게 사용자에 대해서 배우고, 문제를 발견하며 솔루션을 만들어나가는지, 개발자, PM과는 어떻게 협업을 하는지 경험들을 대방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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