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ric Feb 29. 2020

폭포수 조직과 린스타트업에서 달라지는 디자이너의 역할

완전히 다른 두 조직에서의 다를 수밖에 없는 디자이너의 역할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기획/디자인 직군은 정말 다양하고, 용어도 많으며, 지금도 계속해서 새로운 용어가 생겨나고 있다. UI기획자, UX엔지니어, UX 리서처, UI 디자이너, UX 아키텍트, 프로덕 매니저, 프로젝트 매니저, 정말 무수히 많다. 이 중에는 관련 업계에서 10년 가까이 일하고 있는 나도 쉽게 설명하지 못하는 직군도 꽤 많이 있다.


나는 지금까지 두 가지 다른 접근법을 가지고 제품을 개발하는 회사에 다닌 경험이 있는데 이 경험을 토대로 내가 경험한 직군들을 소개하고 차이점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1. 폭포수 조직에서의 나 - UI 기획자

나는 한국에 있을 때 IT 제품 제조사에서 스마트폰 앱을 만드는 일을 했다. 당시 나의 직함은 UI기획자. 지금 돌이켜보면 당시 회사는 Waterfall* 방식에 가까웠는데, 나는 상품기획팀에서 이번에는 이런 앱을 만들거에요 하면  기능에 대한 상세 스펙을 작성하고 UI기획서와 화면정의를 하기 시작했다. 이게 끝나면 기획서는 UI디자이너에게 전달이 되었고 UI디자이너는 필요한 화면들에 대한 디자인 산출물을 만들었고, 나는 그 디자인 산출물을 개발자에게 전달하였다. 그리고 개발자는 실제 앱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UI기획자, UI디자이너, 개발자 간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지점은 문서를 전달하고 전달 받는 시점과 내가 문서대로 화면 디자인이 잘 되었는지, 개발이 잘 되었는지 확인하는 시점이었다. 많은 것들이 문서를  통해 커뮤니케이션되고 기획자로서 나의 역할은 기획 문서를 잘 만드는 것이었다.


* Waterfall (폭포수) 모델: 전통적인 소프트웨어 제품 개발 방식으로, 분석 - 설계 - 개발 - 테스트 가 순차적으로 이루어진다.


2. 린 조직에서의 나 - 프로덕 디자이너

지금 미국에서 일하고 있는 회사는 웹에서의 디지털 경험을 만드는 회사로 나의 직함은 프로덕 디자이너다. 이 회사는 린 스타트업 방법론*에 따라 제품을 디자인하고 개발하며, 출시를 하고 있는데, 나의 역할은 아래와 같다.


폭포수 조직과 린 조직에서의 역할 비교



* 린스타트업: '출시  측정  학습' 과정을 무수히 반복하면서 꾸준히 혁신해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제품개발 방법론이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끊임 없는 실험과 제품 출시를 통해 고객/사용자에 대해서 배우고 그들의 니즈에서 사업의 기회를 찾는 것이다.


그림을 보면 프로덕 매니저와 프로덕 디자이너, 엔지니어 간의 역할이 거미줄 처럼 서로 이어져 있고 많은 부분을 협업을 통해 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프로덕 매니저는 제품 기획 뿐 아니라 사업적인 부분까지 고려하여 진두지휘를 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UI기획자와 UI 디자이너의 구분없이 디자이너는 기능 및 화면 정의 부터 최종 산출물을 만드는 것까지 책임을 진다. 재미있는 것은 많은 과정에 프로덕 매니저와 엔지니어를 참여시키는데 이 능력을 Design Facilitation (디자인 진행?)이라고 한다. Stakeholder 들의 의견을 최대한 많이 반영해서 하나의 운명 공동체로서 모두가 디자인에 대한 ownership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린 스타트업에서는 짧은 주기에 출시를 해서 우리가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계속해서 점검하고 배우며 또 출시를 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렇다보니 완벽하게 정리된 문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문서를 만드는데에 할애하는 시간이 일과 중에 적은 부분이고 그것보다는 미팅이 정말 많다. 특히나 나는 영어를 잘하는 편이 못되기에 디자인 워크샵 미팅을 진행하는 날이면 하루에 쓸 에너지가 1~2시간 만에 다 소모되고 만다.


영어 미팅 진행은 늘 힘들다...ㅜㅜ


정리하자면, 폭포수 조직이나 린 조직 모두 사업의 성격에 따라 다르게 접근을 하는 방법론들이고 각각에서의 디자이너 역할도 다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뭐가 더 좋고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내가 다녔던 제조사같은 경우 정해진 납기일이 있는 제품을 출시해야 하기에 폭포수 조직이 훨씬 더 효율적이었던 것 같다. 린 조직은 많은 토론과 제품의 방향성에 대한 끊임없는 검토를 해야 하기에 납기일이 있는 제품을 만들기에 좋은 방법이 아닐 수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디자이너의 역할도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배우고 있다.


두 가지 모두를 경험해보니 나는 개인적으로 프로덕 디자이너의 역할을 더 즐기고 있는데 팀원 간에 상호작용이 더 많이 일어나면서 새로운 관점을 배우고 내가 놓쳤던 부분들이 디자인에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품의 시작부터 끝까지의 cycle을 함께 밟아 나갈 수 있어서 다같이 성취감을 공유하는 점이 좋았다.


다음 글은 디자이너로서 내가 Design Facilitation을 했던 경험을 토대로 디자인 퍼실리테이터의 역할과 어떤 장점이 있는지 써보았다.


다음 글 '디자인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가 하는 일 보기>>


글쓴이 '에릭'을 소개합니다.

5년 전 유학을 와서 지금은 뉴욕의 테크 Scene에서 프로덕 디자이너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두 아이의 아빠이며 육아와 요리, 교육에 관심이 많습니다.


'비전공자/입문자를 위한, 쉽게 이해하는 UX디자인 개론'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UX를 전공하지 않은 분들, 학교에서 UX를 막 공부하기 시작한 분들이 쉽고 재미있게 UX분야에 입문할 수 있도록 첫 걸음을 안내해 드립니다. UX와 UX디자인의 본질에 대해서, 10년 동안 이 업계에 있으면서 기업, 스타트업, 테크 회사, 프리랜서 등 다양한 곳에서 실무를 하며 얻은 노하우를 알려드리고 있습니다. UX디자이너가 어떻게 사용자에 대해서 배우고, 문제를 발견하며 솔루션을 만들어나가는지, 개발자, PM과는 어떻게 협업을 하는지 경험들을 대방출합니다.

"UX디자인 개론" 인터넷 강의 보기>>


탈잉에서는 위의 UX디자인 개론 강의를 1:1로 과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탈잉에서 1:1로 튜터링 받기>> 


SNS를 통해 UX, UI 공부를 위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 페이스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