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테크 혁신을 위해 최적화된 방법론
최근 뉴욕의 프로덕 컨퍼런스에 가서 미국 중부 밀워키에 본사가 있는 전통 보험, 금융회사 Nortwestern Mutual의 프로덕팀의 시니어 디렉터의 발표를 들었는데요. 참고로 이 회사는 창립 160년 이상이 되었으며, 연 매출이 한화로 35조, 연 순수익만 1조원이 넘는 공룡기업입니다. 이 디렉터는 전통적인 온라인 서비스/제품 개발 방식을 버리고, 린스타트업, 애자일 방법론을 적용하기 위해 조직을 개편하면서 얼마나 온라인 사업을 많이 키웠는지 무척 자랑을 했습니다. (참고 영상: How to Break Through Company Culture)
많은 실리콘 밸리와 미국의 테크 기업들, 스타트업들이 린스타트업을 도입하여 제품을 만들고 사용자의 피드백을 받는 과정에, 그리고 시장에서 사업을 검증하는 데 사용하고 있습니다. 테크 업계에서 애자일, 디자인 씽킹 등과 함께 널리 인정받는 개념인 것이지요. 그리고 위의 Nortwestern Mutual과 같은 전통적인 산업의 회사들도 린스타트업을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왜 린스타트업이 이렇게 인기가 많은 것일까요? 그 전에 먼저 린스타트업의 개념에 대해 간단하게 알아보겠습니다.
린 스타트업은 무엇인가?
린 스타트업은 실리콘 밸리의 창업가이자 작가인 에릭 리스가 2011년 처음 소개한 개념으로, 린(Lean)은 기름기를 쫙 뺀, 군더더기가 없다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또는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이 제품을 기획, 개발하고 출시하는 데 있어서 불필요한 요소들을 모두 제거해야 한다는 것인데요. 린 스타트업의 기본 개념은 아래의 Build-Measure-Learn의 과정을 반복(Iteration)하여 제품을 개발하는 한 방법론입니다.
Build: 가설(Hypothesis)을 세워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품을 개발(Build)하여 출시한다.
Measure: 출시된 제품에 대해 사용자들이 어떻게 사용하는지, 얼마나 많이 사용하는지 데이터를 측정(Measure)한다.
Learn: Measure 과정에서 나온 데이터를 토대로 가설을 검증한다. 가설이 틀렸든(실패) 맞았든(성공), 그것은 배움이 된다.
Iteration: Learn 과정에서 얻은 배움을 토대로 1, 2, 3번을 반복한다.
다시 말하지만, 린 스타트업은 반복이 정말 중요합니다. 우리는 가정을 세울 수 있을 뿐, 사용자가 원하는 것이나 사용자가 겪는 불편, 문제점을 안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고 생각하고 시장에 내 놓아도 실패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Build-Measure-Learn 과정의 반복을 통해 사용자에 대해 이해하고, 가설을 검증해나가면서 사용자에게 가장 필요한,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정답에 가까운 제품을 만들어나가는 것입니다. 생각보다 간단한 개념이지요? 그렇다면 왜 린스타트업이 중용되고, 인정받는 것일까요?
왜 모두들 린스타트업에 꽂혔을까?
왜 린스타트업이 중용되고 사랑받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린스타트업이 없던 시절의 제품과 제품개발 프로세스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터넷, 클라우드 이전의 전통적인 제품
인터넷, 특히 클라우드가 보급되기 전에 대해서 생각해볼게요. 디지털 서비스나 소프트웨어는 CD와 같은 패키지 상품으로 사용자에게 전달되었습니다. 이제는 CD가 사용도 거의 되지 않기 때문에 모르는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 CD의 특징은 출시를 하면 수정, 업데이트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전통적인 제품개발 방법론, 워터폴
예전에는 클라우드가 없기에 업데이트가 어려웠습니다. 제품기획, 개발자에게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냐면, 한번 출시하기까지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소비자가 제품을 사용하기까지 많은 시도를 할 수 없고 한번 또는 적은 시도에 도박을 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 기획, 개발인력을 투입하여 완성도가 아주 높은 제품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때에 보편적으로 사용된 제품 개발 프로세스는 워터폴 방식이었습니다. 워터폴은 폭포수라는 뜻인데, Top-Down 방식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제품 기획팀은 상세한 스펙을 모두 담은 기획서를 만들어 디자이너에게 전달하고, 디자이너는 디자인 산출물 문서를 만들고, 이 문서는 개발자에게 전달합니다. 개발자는 전달 받은 문서에 적혀있는 모든 스펙들이 소프트웨어에 적용될 수 있도록 합니다.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 간에 일어나는 상호작용이라는 것은 문서가 전달되는 행위와 제품의 스펙에 대해서 확인하는 정도였습니다.
다시 정리하자면, 워터폴의 제품 개발 방식에서는 사용자가 이것을 진짜로 필요로 하는지 알기 위해서 많은 투자를 해야 했던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투자를 많이 했는데 정작 사용자가 필요한 제품이 아닌 경우가 많았던 겁니다. 예를 들자면 이런 식이었습니다.
워터폴의 예시. 1년에 걸쳐, 100명 이상의 기획/개발 인원을 투입하여 소프트웨어 A를 출시했다. 하지만, 판매가 저조했다. 조사를 해보니, 사람들에게 소프트웨어 A가 너무 무겁고 그 중에 필요한 기능은 아주 일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격을 낮추자니 이미 투자한 비용이 있어 수익성이 나지 않았다.
인터넷과 클라우드의 특징이 무엇인가요? 바로 '실시간'입니다. 실시간으로 소프트웨어와 그 안의 기능들을 업데이트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새로운 업데이트 또는 확장판 CD를 만들 필요가 없어진거죠. 실시간 업데이트가 가능해진 만큼 소프트웨어 개발 속도도 빨라지고 그만큼 경쟁도 더 치열해졌습니다. 제품을 만드는 방식도 변화가 필요해졌습니다. 더 이상 워터폴 방식으로는 시장의 속도를 따라잡기 어려워졌습니다. 특히나, 스타트업과 같이 활용할 수 있는 기획, 개발 비용과 인력이 한정되어 있는 경우는 워터폴 방식으로는 살아남을 수가 없었던 거죠.
그런데, 이것이 스타트업들에게 축복과 기회가 될 줄 누가 알았을까요?
구원투수로 등장한 린스타트업 방법론
여기서 린스타트업이 등장한 것입니다. 린스타트업은 이제 더 이상 회사들이 사용자의 피드백을 얻기 위해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주목했습니다. 인터넷과 클라우드 덕분에 완성도가 높지 않은 적은 기능의 서비스를 출시하여 사용자가 사용해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즉, 사업 또는 서비스의 성공, 실패 여부를 알기 위해 훨씬 더 적은 비용으로 많은 시도를 해볼 수 있게 된 겁니다. 린스타트업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수정 변경이 매우 쉬움. 계속 버전을 업데이트할 수 있음
여러 번 시도할 수 있음. 한번 만들 때에 잘 만들 필요는 없음. 1달, 1주, 어쩌면 하루 안에 변경해서 업데이트를 할수도 있으니까
많은 비용을 투자하지 않고도 사용자 테스트를 할 수 있음.
사용자에게 A/B 테스트 등 피드백을 계속 받을 수 있음.
전통적인 프로덕트와 비교할 때에 사업의 성공 여부를 파악할 때까지 훨씬 더 많이 시도할 수 있음
린스타트업의 예를 들자면 이런 모습입니다.
린스타트업의 예시. 기획/개발 인원 2명이서 3주의 시간을 들여 굉장히 가벼운 기능만을 넣은 웹 기반 서비스 b를 출시했다. 반응이 신통치 않아서 b를 다른 방식으로 변형하여 A/B 테스트를 하고 기능을 업데이트하고 구글 애널리틱스를 통해 계속 시장 반응을 받아봤다. 이런 식으로 기능을 업데이트하고 시장 반응을 받아보기를 반복한게 2개월. 업데이트된 서비스가 드디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수익성이 생기기 시작했고 계속 같은 방식으로 테스트를 하면서 기능을 확장하고 업데이트 하고 사업을 키웠고 팀도 키웠다.
이제 워터폴 방식에 비해서 얼마나 더 효율적인지 이해가 되시나요? 앞서 말씀드린 린스타트업에서 린(Lean) 뜻이 '기름기를 쫙 뺀'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사용자가 안 쓸 기능을 개발하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지요.
모두들 린스타트업을 중용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성공을 하니까!
실리콘밸리와 미국의 스타트업, 테크 기업들이 린스타트업에 꽂힌 이유는 간단합니다. 사용자의 피드백을 더 빠르고 쉽게 받아볼 수 있고, 더 많은 시도를 하여 사용자에게 필요한 제품을 만들기까지의 시간과 비용을 단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두에서 이야기한 Northwestern Mutual은 온라인 사업을 맡고 있는 프로덕 팀을 거대하지만 낡은 크루즈선을 앞에서 끌고가는 통통이 배에 비유했는데요. 소수정예의 인원이지만, 린스타트업을 통해 회사의 미래를 바꿀 사람들로 이해했습니다.
그러면 정리를 해볼게요
린스타트업의 핵심은 Build-Measure-Learn이라는 과정을 빠르게 반복하여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서비스, 사업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린스타트업이 점점 더 인정받고, 중용되는 이유는 전통적인 제품 개발 방식인 워터폴보다 훨씬 더 적은 비용과 시간으로 사용자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린스타트업은 많은 회사들이 사용하고 있고, 심지어 테크가 아닌 전통적인 분야의 회사들도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글쓴이 '에릭'을 소개합니다.
5년 전 유학을 와서 지금은 뉴욕의 테크 Scene에서 프로덕 디자이너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두 아이의 아빠이며 육아와 요리, 교육에 관심이 많습니다.
'비전공자/입문자를 위한, 쉽게 이해하는 UX디자인 개론'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UX를 전공하지 않은 분들, 학교에서 UX를 막 공부하기 시작한 분들이 쉽고 재미있게 UX분야에 입문할 수 있도록 첫 걸음을 안내해 드립니다. UX와 UX디자인의 본질에 대해서, 10년 동안 이 업계에 있으면서 기업, 스타트업, 테크 회사, 프리랜서 등 다양한 곳에서 실무를 하며 얻은 노하우를 알려드리고 있습니다. UX디자이너가 어떻게 사용자에 대해서 배우고, 문제를 발견하며 솔루션을 만들어나가는지, 개발자, PM과는 어떻게 협업을 하는지 경험들을 대방출합니다.
탈잉에서는 위의 UX디자인 개론 강의를 1:1로 과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SNS를 통해 UX, UI 공부를 위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으며, 오픈 1:1 채팅을 통해 상담 문의를 받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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