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디자인 차이 하나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습니다. 앞서서 게슈탈트 유사성과 근접성의 원리를 이야기하면서 UX디자인은 논리싸움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이런 논리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 필요한 디자인 원칙들을 이야기하는 'UX디자인과 인간심리' 시리즈 4편인 기억의 부담감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제가 늘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좋은 UX는 사용자가 프로덕트를 사용하는데 있어서 부담감을 줄여주는 것입니다. 그 중 하나는 기억의 부담감입니다. 어떤 앱을 설치하고 첫 실행을 했을 때 제공되는 튜토리얼을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한번 기억해 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은 이 튜토리얼을 아주 자세히 하나하나 보면서 기억하려고 하나요?
저는 건너뛰기 버튼부터 찾습니다. ㅎㅎ
무언가를 기억해내는 것은 사용자에게 부담감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닐슨 노먼의 휴리스틱 방법론에서는 이러한 행위를 기억해내기(Recall)라고 부르는데요. 거의 순전한 사람의 기억력에 의존하는 것을 이런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 예시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훨씬 잘하는 구구단을 이야기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5 곱하기 5 는 25라는 것이 쉽게 나옵니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가 구구단을 어렸을 때 무수하게 반복해서 연습하고, 살면서는 일상에서 실천을 하기 때문에 잘하게 된 엄청난 노력을 통해서 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사람의 순전한 기억 능력에 의존해 기억을 해내는 것입니다.
기억해내기(Recall)은 사용자의 개인 능력에 의존해서 기억을 꺼내온다.
인터넷과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우리는 우리에게 제공되는 많은 정보들을 구구단처럼 외울 수는 없는 일이지요.
이를 보완 및 해결해주기 위해 소개된 개념이 알아보기(Recognize)입니다. 알아본다는 것은 '기억해내기'와 달리 사용자가 머리를 쥐어짜지 않더라도 주변 맥락을 통해 쉽게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기억해내기와 알아보기는 모두 공통점이 있습니다. 인간의 기억을 끄집어와야(Retrieve) 한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이 둘의 가장 큰 차이점은 그 기억을 끄집어 오는 데 있어서 얼마나 많은 맥락과 힌트들이 사용되는가인데요. 알아보기는 많이 사용되고, 기억해내기는 별로 사용되지 않습니다.
알아보기(Recognition)은 주변의 맥락과 힌트를 통해 사용자의 기억을 쉽게 꺼내온다.
비유를 하자면, 시험문제를 풀 때 힌트들을 옆에 잔뜩 두고 푸는 것은 알아보기이고, 암기를 통해 문제를 푸는 것은 기억해내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습니다.
첫번째 질문은 워싱턴 DC라는 핵심힌트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수도가 어디인지 기억을 끄집어내는 과정을 많이 생략할 수 있는 것이지요. 이것이 '알아보기'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디자이너와 기획자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사용자가 기억해내기보다는 알아보기를 통해 더 쉽게 기억을 꺼내오고 쉽게 환경을 이해한다는 것에 집중해야 하겠지요?
이제 알아보기와 기억해내기의 개념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했다고 가정하고 (이해가 안되셨다면 연락주세요 ㅎㅎ 아래에 이메일 주소가 있습니다), 실전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 보여드릴 예시들의 관전 포인트(!)는 프로덕을 디자인할 때 어떻게 사용자가 기억의 부담을 갖지 않도록 노력을 했느냐입니다. 아니면, 아예 사용자가 기억을 끄집어 낼 필요가 없는 상황을 만든 사례도 있습니다.
1. 최근 본 아이템 또는 기록
아래는 아마존의 Recently Viewed items의 예시인데요. 사용자가 한번 방문한 적이 있는 제품을 보여주어 다시 한번 검색할 필요 없이 바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습니다.
구글에서 지금은 제공하지 않지만, 예전에 있었던 최근 검색 기록 역시 사용자의 '기억해내기'보다는 '알아보기'를 유도하는 장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용자 입장에서 내가 했던 행동들과의 관련성을 제공하므로 거기에서 파생되는 기억들을 쉽게 끄접어낼 수 있게 됩니다.
2. 채팅 히스토리
요즘 메신저들은 기본적으로 이전 히스토리를 모두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이전 시대에 메시지 기반의 인터페이스에서는 잘 활용되지 않았던 방식인데요. 지금은 히스토리를 볼 수 있는 기능이 없는 메신저는 좀 많이 불편하게 느껴지는게 사실입니다. 아래는 미국의 업무 전용 메신저 앱인 슬랙의 인터페이스입니다. 과거의 채팅 히스토리를 스크롤만을 통해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자 입장에서는 기억의 부담감이 확 줄게 됩니다.
3. 사용자에게 익숙한 인터페이스 제공하기
사용자에게 새로운 사용법을 기억하고 익히도록 하기보다는 기존에 Best Practice로 활용되는 인터페이스,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것 또한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아래는 iOS의 탭바와 안드로이드 탭바 비교 사진입니다.
둘다 탭의 기능을 하고 있지만, 아이폰의 기본 탭 바는 하단에, 안드로이드는 상단에 위치해 있습니다. 아이폰 사용자 입장에서는 탭을 이용할 때 하단에 있는 방식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만약 어떤 아이폰 앱이 탭을 상단에 제공된다면 새롭게 몸이 그것을 기억하고 익혀야 하기에 불편할 수밖에 없겠지요.
4. 튜토리얼보다는 적재적소에 설명(팁) 제공하기
이 경우는 사용자가 알아내기도 할 필요가 없게, 아예 사용자가 '기억을 끄집어내는' 행위 자체를 할 필요가 없도록 설계한 경우입니다. 앞서서 사용자 설명서나 튜토리얼은 UX디자인을 하는데 있어서 사용자에게 기억의 부담을 많이 줄 수 있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고 이야기했는데요. 이보다는 적재적소에 사용자에게 도움이 되는 설명을 하는 것은 꽤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아래는 우버 예시인데요. 저는 우버를 처음 사용했을 때 UberX가 뭔지, UberXL은 뭔지, Uber Black은 무엇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습니다. 우버에서는 각각의 옵션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해당 옵션을 선택하면 나오도록 하고 있습니다. 처음 튜토리얼에 모든 옵션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기 보다 그때 그때 옵션을 사용할 때마다 사용자에게 이것은 무엇이다 하고 이야기하면 그것을 쉽게 알아보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며.
비즈니스의 세계는 참 냉혹합니다. 이런 작은 디자인 결정 하나 하나가 사용자에게 선택을 받거나 외면받게 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사용자가 기억의 부담을 갖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것을 줄이고 쉽게 프로덕트를 사용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계속 연구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참고 자료:
https://www.nngroup.com/articles/recognition-and-recall/
https://uxgorilla.com/recognition-rather-than-recall/
글쓴이 '에릭'을 소개합니다.
5년 전 유학을 와서 지금은 뉴욕의 테크 Scene에서 프로덕 디자이너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두 아이의 아빠이며 육아와 요리, 교육에 관심이 많습니다.
'비전공자/입문자를 위한, 쉽게 이해하는 UX디자인 개론'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UX를 전공하지 않은 분들, 학교에서 UX를 막 공부하기 시작한 분들이 쉽고 재미있게 UX분야에 입문할 수 있도록 첫 걸음을 안내해 드립니다. UX와 UX디자인의 본질에 대해서, 10년 동안 이 업계에 있으면서 기업, 스타트업, 테크 회사, 프리랜서 등 다양한 곳에서 실무를 하며 얻은 노하우를 알려드리고 있습니다. UX디자이너가 어떻게 사용자에 대해서 배우고, 문제를 발견하며 솔루션을 만들어나가는지, 개발자, PM과는 어떻게 협업을 하는지 경험들을 대방출합니다.
탈잉에서는 위의 UX디자인 개론 강의를 1:1로 과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SNS를 통해 UX, UI 공부를 위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으며, 오픈 1:1 채팅을 통해 상담 문의를 받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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