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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ric Feb 06. 2021

내가 미국에서 UX '생존'디자이너로 살아남는 방법

영어 과연 언제 정복할 수 있을까?

내가 일하고 있는 회사는 미국에 본사를 둔 테크회사로, 내가 매일 가장 가깝게 일하는 10여명 정도의 팀원들은 전원 네이티브이다. 그리고 나는 토종 한국인. 나는 전혀 원어민처럼 영어를 하지 못한다.


원어민들과 일을 해야 하는 한국 토종 UX디자이너, 나는 어떻게 하루하루 생존하고 있을까? 미국 생존을 위해 가장 중요한 영어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기로 한다.


최근 미국에서 UX디자이너로 일을 하면서 영어를 잘 할 수 있는 팁을 물어보는 분들이 종종 있었다. 이 질문덕분에 내가 미국회사에서 어떻게 일하고 있었는지 지난 몇년을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었다. 아마 너무 정신없이 생존에 집중하다 보니, 어떻게 생존을 해왔는지 생각해볼 겨를이 없었던 것 같다.


1. 회의 대본 만들고 활용하기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모두 원어민이기 때문에 말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때도 많고 못 알아듣는 경우도 많다. 내가 잘 전달하지 못할 때도 많다. 특히 미국에서 회사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된 4-5년전은 더더욱 그랬다. 그 중에서 가장 곤혹스러울 때는 회의를 '내가' 진행해야 할 때였(이)다. 회의에서는 많은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참여자들의 의견을 잘 이해하고, 내가 그에 맞춰서 의견을 내고 조율해서 진행하는 것이 너무 중요하다. 


나는 한국에서 일을 할 때에도 회의를 할 때 임기응변에 약하다고 생각을 많이 했다. 몇박자 지나서 이해를 하고, 그 때에 내 의견을 내려고 하면 이미 토픽은 지나가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거기에 더불어서 이제는 영어 회의라니...


내가 살아남기 위해 사용한 방법은 대본을 쓰는 것이었다. 회의에서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모두 적었다. 그리고 회의가 시작하기 전에 몇번이고 읽고 고치고 다듬었다. 초반에는 길게는 3시간까지 대본준비를 하고 숙달하려고 했다. 그리고 회의장에서도 대본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내가 놓친 부분이 없는지 확인을 해가며 진행을 했다. 


그렇다보니 내가 진행하는 회의가 있는 날에는 회의가 끝나면 하루 사용할 에너지를 모두 사용한 느낌이었고 진이 빠졌다. 


힘들고 지치는 과정이지만, 보람도 있었다. 한번은 회의에 참석했던 VP(부사장, 지금 있는 회사에서 이 직급은 우리나라로 치면 부장과 임원급 사이 경계 정도이다.)가 "회의 구성이 너무 깔끔하고 좋았어. 다른 사람들도 회의 구성을 짤 때 이 친구가 한거 참고하면 좋을 것 같아~!"라고 이야기를 해줬는데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지금 회사에서 몇년을 일하니, 이제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꽤 친해져서 회의를 진행할 때 조금 더 편한 마음으로 임하고 있고 3시간까지는 아니고 30분에서 1시간 정도를 준비하는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영어는 넘어야 할 산이다. 



2. 모르면 계속 물어보기

내가 생존을 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두번째 방법은 계속 물어보는 것이었다. 누군가와 대화를 하다가 잘 못 알아듣는 영어가 있다면 그곳이 회의가 되었든 1:1 대화가 되었든 다시 말해달라고 하거나 뜻을 물어봤다. 그러고도 모르면 또 물어봤다. 회의장에 있어서 회의에 차질이 생길 것 같으면 회의가 끝나고 더 물어봤다. 처음에는 이렇게 물어보는 게 상대방을 너무 귀찮게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마음에 어려움이 있었다. 내가 너무 없어보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생존을 해야 하기에, 먹여살려야 하는 식구들이 있기에 그래도 계속 했던 것 같다.


재미있었던 것은 Peer Review (동료 평가)를 받았을 때였다. 내가 있는 직장에서는 쿼터 단위로 동료 평가를 하는데 이 평가 결과는 연봉 인상률이라든지, 승진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이다. 그런데 이 동료 평가에서 동료들이 "얘는 커뮤니케이션을 굉장히 잘해"라고 하는 피드백을 받았다. 나는 동료들을 귀찮게 했다고 생각을 했는데 동료들의 관점은 내가 계속 물어보는게 오히려 반대였던 것이다. 자신이 내는 의견을 더 잘 이해하려고 경청을 하고 노력한다고 봐줬던 것 같다. 



UX'생존'디자이너의 살아남기는 계속된다.

미국은 해고가 꽤 쉬운 동네다. 같이 일하던 동료의 자리가 하루 아침에 비어져 있는 경우를 많이 봤다. 회사마다 다를 수 있지만, 내가 있는 곳은 직속 상사가 사람을 뽑는 의사결정권과 해고결정권이 있다. 즉, 상사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당장 오늘이라도 해고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초기에 영어가 지금보다 훨씬 더 잘 안되던 시기에 한번은 내가 회의진행을 굉장히 미숙하게 하고, 내가 만든 디자인에 대해 들어온 크리틱에 대해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적이 있었다. 당시 나의 매니저는 나에게 "내가 너를 뽑은 이유는 너가 만든 것에 대해서 논리적으로 디펜스를 하거나 토론을 할 거라고 기대했기 때문이야"라고 말을 했는데 가슴이 뜨끔했다. 위험함을 느꼈다. 지금도 이런 위험에 얼마든지 노출되어 있다. 노력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글쓴이 '에릭'을 소개합니다.

5년 전 유학을 와서 지금은 뉴욕의 테크 Scene에서 프로덕 디자이너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두 아이의 아빠이며 육아와 요리, 교육에 관심이 많습니다.


'비전공자/입문자를 위한, 쉽게 이해하는 UX디자인 개론'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UX를 전공하지 않은 분들, 학교에서 UX를 막 공부하기 시작한 분들이 쉽고 재미있게 UX분야에 입문할 수 있도록 첫 걸음을 안내해 드립니다. UX와 UX디자인의 본질에 대해서, 10년 동안 이 업계에 있으면서 기업, 스타트업, 테크 회사, 프리랜서 등 다양한 곳에서 실무를 하며 얻은 노하우를 알려드리고 있습니다. UX디자이너가 어떻게 사용자에 대해서 배우고, 문제를 발견하며 솔루션을 만들어나가는지, 개발자, PM과는 어떻게 협업을 하는지 경험들을 대방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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