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그림일기
사실을 말하자면, 나는 뒤에서 보면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는 짧은 커트머리이고 흰머리를 감추기 위해 주기적으로 진한 갈색 염색을 한다. 캐릭터에서 알 수 있듯이 파도처럼 넘실거리는 다채로운 황금색 긴 머리는, 내 로망이다. 그리고 나는 대리만족을 위해 딸에게 지속적으로 파마를 권유하고 있었다.
"다은아아~ 빠마 하자아~~ 소피아 봐라~ 엄청 이쁘잖아~ 머리가 넘실넘실~~ 하면서~~"
하지만 할머니를 따라서 미용실을 들락거렸던 다은이는 파마할 때 뒤집어쓰는 커다란 모자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싫어!" 하고 단칼에 자르곤 했다.
그렇게 심심하면 한 번씩 팔꿈치로 툭툭 치며 '빠마로 엄청 이뻐질 수 있다'로 꼬시길 한 달 째, 커다란 모자는 안 쓰는 조건으로 어렵게 허락을 받았다. 여전히 커다란 비닐 캡이 마음에 들지 않은 다은이를 위해 핸드폰 게임과 만화책을 바꿔가며 기분을 달래주고, 가려운 곳은 긁어주고, 뜨거운 곳은 차가운 바람으로 식혀주길 3시간 째, 드디어 머리를 감으러 갔다. 곧 이어 나온 녀석은, 내 로망대로 수줍게 넘실거리는 파마머리를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배시시 웃고 있었다.
맘에 드냐고 속삭이자 '이렇게 이뻐질 줄 몰랐다'라며 손으로 빙빙 머리카락을 돌린다. 이쁘기도 하고 한편 부럽기도 해서 "엄마도 파마할까?" 하고 묻자,
"엄마 맘대로 해~ 내가 엄마 맘을 가지고 있지 않잖아~"
라고 무심히 지나간다.
음. 그치. 내 마음은 내가 가지고 있는데 왜 맘대로 안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