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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영씨 Aug 28. 2017

사랑고백일까

육아그림일기



다은이가 청혼을 받았다.

유치원 가방에서 '서다은'이라고 쓰여있는 작은 색종이를 발견했다. 꼬깃꼬깃 접힌 색종이를 피자 '서다은♡ 태이트 하자 결혼하자'라고 쓰여있다! 7살 나이에 벌써 사랑고백을 받다니!!! 뒤로 갈수록 진하고 크게 쓰인 글자를 보니 아이의 마음이 느껴진다. 조심스럽게 쓰고 다은이에게 살짝 전해줬겠지? 친구들 몰래 주었을까? 다은이는 수줍게 받아서 가방에 넣어왔겠구나. 다은이는 그 아이가 마음에 들까? 그 아이는 누구지? 어떤 아이일까? 내가 연애편지를 받은 것보다 맘이 더 설렌다. 7살 남자아이의 고백이라니!!

이 놀라운 소식을 전해들은 아들은 편지를 보자마자 '맞춤법이 틀렸잖아! 난 맘에 안 들어!! 엄마는 맘에 들어?'하면서 셋 콧바람을 낸다. 그리고는 동생에게 가서 따진다. '야! 넌 좋냐? 얘 맞춤법도 모르냐?'
아들이 던져버린 편지를 주워 보던 남편은 '흥, 맹랑한 녀석이군!'하고 거친 콧바람을 내며 딸이 뭐라고 대답하는지 귀를 기울이지만 다은이는 그저 배시시 웃는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뒤...
사랑고백 이야기를 그린 내 그림을 보고 다은이가 묻는다. '엄마, 이게 뭐야? 내 편지야?' '응. 너 편지 받았잖아. 엄마가 기뻐서 그림 그렸지. 근데 다은아, 그 친구가 편지 어떻게 줬어?' 하고 물으니 '그냥 줬어' 한다. '그냥? ... 음. 그러면 다른 친구들 몰래 준거야?'하니

아니. 다른 친구들도 다 줬어.

라고 대답했다. 잠시 말문이 막힌 나는 '다? 그럼 뭐라고 썼는데? 봤어?'하자 

응. 다 똑같이 썼어. 똑같이 써서 지혜 반 여자친구들 9명한테 줬어.

라고 대답했다. 아. 그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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