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그림일기
늦은 저녁, 퇴근한 남편이 회 한 접시를 가지고 왔다. 아이들 저녁은 먹였지만, 나는 남은 반찬을 조금 집어먹은 터라 저녁을 해결하면 되겠다 싶었다.
그때 회를 본 아들이 '회라고?' 하며 잽싸게 젓가락을 들고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날름날름 집어삼켰는데 빠르게 접시가 비어가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비둘기떼에 과자를 던지면, 서둘러 모이를 집어삼키는 것을 보고 '저것들은 씹지도 않고 집어삼키네'하고 기가 질려 버렸는데 지금 내 눈앞에 비둘기 한 마리가 있다. 동생도 먹어야 하니까 조금 남겨두자 하니 못내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며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엄마, 나는 회가 정말 좋아~~' 하며 꿈꾸는 듯한 표정으로 흐뭇하게 웃는데 자식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르다는 말이 이런 거구나 싶기도 하고. 좋아하는 거 알면서 비싸서 거의 사주지 못하는 것이 미안하기도 했다.
결국 라면 하나 끓여 냄비째 가져다 두고 젓가락을 들자마자 어느새 달려온 아들이 '엄마, 맛있겠다. 나도 한 젓가락 주면 안 돼?'하고 옆에 들러붙었다. "절대 안 돼!! 라면은 몸에 나빠!!' 하고는 날름날름 집어삼키곤 설거지를 하려고 냄비를 잡았는데 손을 델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