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닿을 수 없는 당신의 생각 너머 생각.
연해(두 번째 시선)
옆모습을 흘낏 훔쳐보는 것을 좋아한다.
상대가 알아차리지 못하게
그가 바라보는 시선을 따라 시선을 이동해 보는 것.
한 발 뒤에서 객관적인 눈으로 바라보는 것.
가까이에서 바라보면 볼 수 없는 것들이
훔쳐보다가 숨겨진 매력을 발견하게 만든다.
창가 커튼 뒤에서 몸을 반쯤 숨기고
당신의 향기를
숨소리를
훔쳐보는 일.
내가 하지 못하는 어떤 일.
당신이 다녀간 자리에 남겨진 온기.
내가 닿을 수 없는 당신의 생각 너머 생각
그곳에 꽃 한 송이 피었기를 바라본다.
넓은 정원에 아주 작은 꽃 한 송이가
집안을 향기로 물들이듯
생각 너머 아주 사소한 곳에서
짙은 꽃향기 피워
몰래 훔쳐보는 내게도 전해지도록.
향기가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아
어지러운 현기증에 시달리다 글 한 줄 쓰지 못해도
내 안에 당신의 향기로 채워지는 순간이 있다면
충분히 나의 세상 또한 아름다워 보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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