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세 비라도 쏟아질 듯한 잿빛 하늘.
저뭇해진 하늘만큼 마음은 쓸쓸했고 꽃 한 송이를 보고도 너를 떠올리던 마음은 언제 그랬냐는 듯 비아냥거렸지.
오래도록 너를 볼 수 없었지만 견뎌낼 시간이었다고 단단해진 척 의기양양해 보이고 싶어.
너를 만나고 알고 너의 웃음과 울음을 기록하고 싶었지만 모든 것이 나 혼자의 바람이라고 속으로 생각하면 심장이 저릿저릿하곤 해.
.
많은 사람이 스치듯 지나가고 그들 틈으로 너의 잔상을 보았다고 생각했는데 상상이 아니라 진짜 너였어.
너는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지.
우리의 거리가 몇 미터에 불과했으므로 무심결에 서로 발견했지만 누구 하나 먼저 가까이 다가가 인사를 건네지는 않았어.
우리 사이는 자주 어색했고 가끔 서먹서먹하니까.
모든 사람이 광속처럼 흘러가고 우리만 멈춰진 듯 느껴졌어.
.
전화를 끊고 오른편으로 아주 천천히 걸어가서 멈춰 선 너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보였어.
너의 움직임을 조심스레 관찰하고 네가 기다리는 사람이 방금 통화하던 전화기 속 사람일 거라고 혼자 추측해보다가 얼굴도 알지 못하는 그 사람에게 잠시 질투가 나서 어이없는 내 생각에 피식 웃었지.
그래서 너를 관찰하던 시선을 돌려 도심 속 높은 건물 창에 드리워진 잿빛 하늘을 보려고 하늘을 향해 고개를 한껏 젖혔어.
조금 자유분방하게 흐트러진 자세로 앉아 오른쪽 신발로 톡톡톡 땅바닥을 두드렸지.
그런데 그런 나를 바라보는 너의 시선이 느껴져.
'마음이란 참 오묘하고 신기해. 어쩔 땐 말하지 않아도 느껴질 때가 있어.'라고 나는 고개를 한껏 젖히고 생각했지.
.
고이고이 너를 바라보는 게 좋아.
잔잔히 배는 너의 향기가 좋아.
그윽이 파고드는 너의 마음이 좋아.
마음은 참 신기하고 오묘해.
말하지 않아도 가끔 느껴질 때가 있어.
나를 바라보는 너의 시선이 좋아
너를 의식하고 톡톡톡 오른쪽 신발을 땅에 구르는 소리가 좋아.
.
.
#에세이 #감성에세이 #마음 #너의향기 #너의마음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