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탈

by 희딤

내 인생에서 일탈을 가장 많이 한 시기는 고등학교 시절이다. 나는 학교에서의 시간을 꽤 좋아했다. 교정은 캠퍼스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넓고 철마다 꽃이 피어 더욱 예뻤다. 게다가 자그마한 동산을 품고 있어서 쉬는 시간마다 산책하던 장소이다. 아직도 친구들끼리 만나면 늘 좋았다고 기억하는 일이 있다. 고3 때 토요일 자율학습 시간이 있는 주간에는 각자 집에서 반찬과 밥을 챙겨와 동산 벤치에 앉아 비빔밥을 해먹었다. 어느 날엔 사회 선생님이 발견하시곤 ‘자식들 좋을 때다.’라는 듯이 너털웃음을 보이셨다. 하지만 우리가 몇 주나 비빔밥 파티를 여니 고3 임을 망각하지 말라는 말과 함께 해산 명령을 받았다. 짧았지만 그 몇 주가 고등학교 시절 가장 달콤한 일탈이었다.

지금의 나는 교정에서 비빔밥을 비벼 먹을 수는 없다. 대신 가끔 소소한 일탈을 한다. 예를 들면, 지하철을 타면 더 빠르게 도착할 거리를 버스를 타고 이동하기, 당장 읽지 않을 책 충동적으로 구매하기, 할 일이 쌓여있는데 모르는 척하고 놀기 등. 생각해보니 어른이 된 나의 일탈의 주목적은 시간과 돈을 허투루 쓰는데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일탈이라는 행위 뒤에 후회가 뒤따르지 않고, 작은 쾌감이라도 있다면 그걸로 충분한 것 아닌가 싶다. 어쩌면 그것이 지금의 내가 누릴 수 있는 가장 솔직한 일탈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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