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by 희딤

보물이라니, 동화에서나 나올 법할 단어다. 나에게 보물처럼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곱씹어 본다. 삶은 영원하지 않고 시간은 매 순간 흘러가지만, 그 빠름이 꼭 아쉽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누구나 태어나는 순간 죽음을 향해가는 까닭에, 그 사실이 특별히 슬프지는 않다. 그렇다면 가족은 어떨까. 물론 아주 소중한 존재다. 나를 낳아주고 길러주신 은혜를 자녀로서 도리로 보답하려 한다. 돈처럼 물질적 부는 있으면 편하겠지만, 내 삶을 지배할 정도의 가치는 아니다. 인간관계는 앞서 나열했던 것들보다는 더 소중하게 느껴지지만, 그 또한 곁에 있다가도 사라지기도 한다는 것을 나는 이미 받아들였다. 이렇게 쓰고 보니 혹시 모든 것에 기쁨을 느끼지 못하는 염세주의자처럼 보일까 걱정된다.

어쩌면 나는 태어날 때 삼신할머니가 건네주었을지도 모르는 보물 상자를 잃어버린 건 아닐까? 나도 알지 못하는 깊은 이끼 숲 어딘가에 혹은 학교 운동장 흙더미 속에 묻혀 있을지도 모른다. 보물의 존재를 모르니 애초에 소유하는 욕구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잃어버린 보물 상자에는 무엇이 들어 있었을까? 나를 웃게 하던 순간들일까, 앞으로 나가려는 의지일까.

답을 찾으려다 보니 문득 어릴 시절의 네모난 천 가방이 떠올랐다. 그 안에는 아껴 먹을 간식, 우연히 주운 예쁜 돌멩이, 작은 장난감이 들어 있던 걸로 기억한다. 한참 후에야 그 가방을 발견했을 땐 사탕과 젤리는 모두 녹아 한데 엉겨 붙어 있었다. 하지만 그건 나의 진짜 보물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오늘부터 잭 스패로가 된 기분으로 일상 속에서 보물 찾기를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아주 작은 보물들을 하나씩 모아 목에 걸 사탕 목걸이라도 만들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할 것 같다.

이전 17화규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