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

by 희딤

나는 규칙을 꽤 잘 지키는 편이다. 학창 시절에도 그랬고, 회사 생활을 할 때도 그 환경에 맞게 순응을 잘 하는 편이다. 이런 내 성향 상 하루하루를 들여다보니 나만의 루틴이 있다는 걸 발견한다.

출근 후 먼저 3대의 컴퓨터를 켜고 각각의 프로그램에 로그인을 한다. 컴퓨터가 워밍업을 하는 동안 내 발걸음은 라운지로 향한다. 동료들이 있으면 아침 인사를 나누며 오늘 하루 나를 수혈해 줄 커피를 내린다. 주로 투 샷 아이스커피. 업무 중에 화장실 가는 시간도 대부분 정해져 있다. 장 시작 전 8시 40분, 10시 반, 점심 이후 그리고 퇴근 직전. 바쁠 때는 이중 절반은 생략한다. 그러기 위해 물도 목을 축이는 정도로만 마신다. 3시 반 이후에는 거의 자유 시간이니 책을 읽거나 들어오는 일을 처리한다. 5시, 이 회사의 유일한 복지인 정시 퇴근을 막을 수 없다. 그래서 누구보다 빠르게 정리하고 나온다.

일주일 단위로 생각해도 꽤나 규칙적이다. 일주일 중 화요일은 성당 반주, 목요일은 배드민턴 레슨이 고정되어 있고 간간이 저녁 약속도 자리 잡는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월요일보다 화요일이 되면 ‘아, 벌써 또 화요일이야?’라고 빠르게 지나가는 일주일을 실감한다.

가끔 이 규칙에 변화를 주고자 할 때는 카페에 책을 들고나온다. 마침 오늘처럼. 일요일이었던 어제 종일 늘어져있던 시간이 아까워 오늘은 퇴근시간부터 마음을 먹었다. 모처럼 피곤을 무릅쓰고 나온 실행력을 칭찬한다. 이렇게 카페에 앉아 글을 쓰고 있으니 마치 여분의 하루가 덤으로 주어진 것처럼 느껴진다. 규칙은 반복을 만들고, 변칙은 이야기를 만든다. 오늘의 카페가 그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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