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에는 동그라미 쳐진 날이 많다. 기념일은 생일, 첫 만남, 누군가의 기일 그리고 소중한 일들을 기억하며 의미 부여하는 날. 또한 특별한 의미를 가진 그날들에 대해 축하하거나 애도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나는 이상하게도 기념일을 즐기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특히 연애할 때 기념일은 거의 챙기지 않는 편이었다. 그러다 보니 상대도 서운해했지만 곧 익숙해져서 나에게 맞춰줬던 것 같다. 기념일을 화려하게 챙기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닌가. 연애보다 어려운 기념일은 다름 아닌 나의 생일이다. 4월생인 나는 봄의 살랑거리는 바람과 슬며시 더운 기운을 내는 공기를 마주할 때면 심장이 두근거린다. 봄의 간지러운 설렘보다는 곧 다가올 나의 생일에 대해 이상한 긴장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건 아마도 가족들이 생일을 축하하는 것이 서로 할 일을 해야만 하는 어떤 의무감처럼 여겨지고, 그 이상한 생일 축하가 해마다 생경하게 다가왔기 때문일 것이다. 속으로 ‘제발 올해는 아무것도, 아무 말도 하지 말아 줘.’라고 간절히 바랄만큼 말이다. 물론 밖에서 받는 축하는 또 감사하고 기쁘기도 하다.
소소하게 챙기는 기념일은 늘 똑같은 일상에 특별함을 더하는 디저트 같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디저트도 입맛이 맞는 사람과 함께 먹을 때 더 맛있는 것이므로 기념일도 서로를 존중하고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어쩌면 나는 특별함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취향에 맞는 기념일을 찾지 못했다면 나 혼자만의 기념일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어떤 책에선가 읽은 기억이 난다. 새해에 달력을 펴면서 무작위로 한 달에 한 번씩 날짜를 정해두고 나만의 특별한 하루를 보내는 방식이 있다는 글. 나도 내년 달력에는 남들 대신 내가 고른 작은 기념일을 하나쯤은 적어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