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삶이 좋은 삶인가? 나는 늘 주어진 시간 안에서 정답지처럼 정해진 일들을 해 왔다. 10대 때엔 수능을 위해 공부했고, 20대엔 취업을 위해 학점과 자격증을 쌓았다. 30대가 되자 시간적 물질적 여유가 생겨, 이직도 해보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챙기면서 아주 바쁘게 살아왔다.
그런데 나에게는 ‘9의 법칙’이 존재하는지 스물아홉과 서른아홉의 문턱마다 불현듯 나의 존재 이유를 묻곤 했다. 나이를 한 살 더 먹을수록 책임도 고민도 깊어지고, 사회적 지위와 자본을 쌓아놔야 한다는 압박감도 없지 않았다. 어쩌면 그래서 더욱 내 나이의 앞자리가 바뀌는 일이 두려웠는지도 모르겠다.
지나간 삶에 후회는 많지 않다. 때때로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냐는 질문을 받기도 하는데, 나에게는 딱히 돌아가고 싶은 시절은 없다. 내 삶의 여정은 꽤 험난하기도 했고, 돌아가 봤자 결국 같은 선택을 할 것 같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나는 살아내는 것이 인생의 큰 과제였다.
그렇다면 마흔의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를 고민해 본다. 아주 근본적으로는 사는 이유가 무엇인지부터 찾아야 한다. 인간은 주어진 생만큼을 꼭 살아내야 하는 것인가. 태어나자마자 죽음으로 향해가는 인간의 얄팍한 생의 의미는 무엇인가.
나에게 삶은 어떤 것을 완성시키기보다, 죽음을 맞이했을 때 ‘이 정도면 됐다.’라고 느낄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일에 가깝다. 또 염세적인가? 그럼 또 어떠한가, 이런 사람이 나이자, 내가 살아가는 방식인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