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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킹오황 Apr 15. 2022

왜 민원인 편만 드나요?

한 번은 제 팀원들이 물었습니다. 평소에 저는 원리원칙을 따지고 고지식한 편인데, 왜 민원인에게는 그렇게 관대하냐고. 저는 권한의 범위 내에서 한 명이라도 더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만큼 우리가 좀 감수해야 할 부분도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러다 보니 팀원들의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신에 팀원들이 저에게 불만이나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도록 해서 서로 이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려고 했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매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회원을 모집하여 1년 동안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사업이 있었습니다. 그중 한 교육 프로그램은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아서 신청을 받으면 몇 분만에 금방 정원이 다 차 버렸죠. 학부모들은 이게 뭐라고 피시방까지 가서 신청해야 하냐며 불평을 하신 적도 있었고, 신청이 끝난 후에도 전화를 걸어 빈자리 없냐고 계속 문의를 할 정도로 인기가 많은 교육이었습니다.


한 번은 그 교육 당일에 예고도 없이 어떤 어머님께서 아이들을 몇 명 데리고 교육 장소로 오신 적이 있었습니다. 이 아이들은 우리 회원이 맞지만 참석 대상은 아니었죠. 어머님은 저보고 다짜고짜 이 아이들을 교육에 참석시켜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저는 고민을 했죠. 여기까지 온 아이들을 그냥 돌려보내는 건 매정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교육에 참석시켰다간 다른 학부모들의 공정성 시비가 우려되었습니다.


팀원들에게 의견을 물었습니다. 팀원들은 당연히 이번에 참석시킨 게 소문이 나서 다음 교육 때 또 이런 일이 생기면 어떻게 거절할 수 있겠냐며 마음은 아프지만 절대 받아선 안된다고 했습니다. 어리게만 봤던 팀원들이 굉장히 합리적이고 타당한 답변을 하는 것을 보니 뿌듯했습니다. 하지만 진지한 고민 끝에 저는 아이들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하고 팀원들에게 그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나중에 학부모들의 민원 제기가 걱정되는 건 사실입니다. 그래도 우리의 사업 목적은 최대한 많은 아이들이 교육을 받게 하는 것입니다. 나중에 교육을 한 번 더 하는 일이 있더라도 일단 지금 이렇게 서 있는 아이들은 교육장에 들여보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민원은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처음엔 팀원들이 저를 보며 벌게진 얼굴로 씩씩거리며 그럴 거면 왜 물어봤냐고 투덜거렸습니다. 저는 팀원들이 쏟는 불평을 다 받아주면서도 계속 설득했습니다. 결국엔 팀원들도 제 의견을 수긍하더군요. 그 교육은 무사히 끝났고, 이후에도 민원 제기도 없이 잘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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