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킹오황 Apr 17. 2022

상식적으로 생각해라 2

공직 생활 중에 어떤 과장님께 "상식적으로 생각해라"라는 말을 두 번 들어봤습니다. 그중 한 번은 모니터를 사진 찍어 보고했었던 건으로 이미 브런치에 적었던 적이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라) 나머지 건도 한번 적어보겠습니다.




파견 갔을 때였습니다. 당시 익명 게시판에서 반대가 엄청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체육대회가 강행된 적이 있었습니다. 직원들은 최소 운동경기 한 종목은 차출되었고, 저와 저희 과장님은 국 대표로 배구를 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파견인데도 해야 하냐며 안 하고 싶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연습 첫날은 업무를 마친 후 저녁에 한 초등학교에서 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가기 싫어서 퇴근도 안 하고 버텼지만 과장님께서 급한 일 마무리하고 따라갈 테니 저보고 학교로 먼저 가 있으라고 하셨죠. 저는 약속 장소로 나갔습니다. 이미 밤이 깊어 어둑했죠. 약속 시간이 지났는데 운동장에 아무도 없었습니다. 


저는 5분 정도 더 기다리다가 첫날이어서 다들 몰랐거나 바빴나 보다 하면서 바로 집으로 출발했습니다. 뭔가 찝찝한 마음이 들어 과장님께 전화를 걸었습니다. 제가 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아무도 없어서 가는 거라는 것을 확인 사살하려고 했죠.


"과장님, 5분이 지났지만 아무도 안 나왔네요. 너무 추워서 먼저 들어갑니다. 과장님도 안 나오셔도 될 것 같아요."


다음 날 사무실에 오니 과장님께서 저를 부르셨습니다. 어제 분명히 아무도 없었냐며, 자기가 확인해보니깐 사람들이 체육관에 모여 연습을 했다더군요. 저는 체육관이 아니라 '운동장'에서 연습하는 줄 알았다고 했습니다. 사실 그 초등학교에 체육관이 있는지 조차 관심이 없어 몰랐죠. (제가 학교 다닐 땐 체육관 있는 학교가 시 전체에서도 손꼽힐 정도였으니깐요)


"요즘 학교에는 체육관이 다 있잖아. 아니,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봐라. 누가 오밤중에 보이지도 않는데 운동장에서 배구 연습을 하냐! 너 하기 싫어서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


저는 정말 몰랐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니 과장님께선 허탈하게 웃으셨습니다. 그러면서 오늘은 꼭 늦지 말라며 신신당부를 하셨죠. 그렇게 매일 저녁 배구 연습을 했지만 첫 경기부터 크게 졌고, 체육대회는 재미없게 지나갔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왜 민원인 편만 드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