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킹오황 Dec 17. 2021

상식적으로 생각해라

실화입니다

먼저 업무 방식을 설명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요즘은 보안 때문에 잘 안 그러는 것 같지만, 예전에는 간부들이 외부에 출장 가시면 카카오톡으로 보고를 드렸습니다. 보고서를 종이로 인쇄를 한 후에 글자가 잘 보이도록 사진을 찍어 보내드렸죠. 누구는 스캔 앱까지 활용할 정도로 사진의 가독성이 중요했습니다.




그때도 국회 당일 아침이라 매우 분주했습니다. 과장님께서 국장님과 통화하시면서 의원 질의에 대한 답변을 구두로 불러주셨고, 저는 타자를 쳤습니다. 시작 직전에 입수한 질의여서 초안을 작성하고 수정하고 보고하고 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평소와 달랐죠. 그렇게 답변 작성이 끝난 후 과장님께서는 모니터를 가리키시며 "이걸 찍어 국장님께 보내라"라고 하시고 담배를 피우러 나가셨습니다.


국장님께 보낼 준비를 하는데 갑자기 이상한 생각들이 들었습니다. 원래라면 인쇄를 하고 사진을 선명하게 찍어서 카카오톡으로 국장님께 보내면 된다는 것을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장님께서 굳이 손가락으로 모니터를 가리킨 이유가 뭘까 고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하, 자료를 인쇄할 시간도 부족할 정도로 급하니 바로 모니터 화면을 찍어 보내라는 의미였구나!"


국장님께 사진을 보낸 지 몇 분 후에 과장님께서 다급히 들어오시더니 저에게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작성한 거 빨리 '인쇄'해서 국장님께 다시 보내드리라고. 그리고 "제발 상식적으로 생각해라"라고 덧붙이셨습니다.


국장님께서는 제가 찍어 보낸 사진이 잘 안보였는지 과장님께 전화를 걸어 한소리 하셨나 봅니다. 저도 모니터 화면을 찍었더니 물결무늬 때문에 글자가 안 보여서 여러 번 다시 찍었었거든요. 나름 노력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습니다.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긴가민가하면 꼭 물어봐야겠다 하면서요.

작가의 이전글 의사소통의 중요성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