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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직접 오셨어야죠

말만 하지 말고 몸으로 보여주세요

by 킹오황

연가를 쓰고 여행을 가던 중이었습니다. 사무실에서 전화가 와서 차를 잠깐 세우고 받았습니다. 국회 상임위 예산 소위에 제 사업이 안건으로 올라간다는 전화였습니다. 국회 입법조사관이 몇 번 지적을 했지만 금액도 적었고 큰 문제가 아니라고 설명을 드렸었고 해결이 된 줄 알았던 건이었습니다.


바로 입법조사관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이미 소위에 안 올리기로 다 얘기가 끝난 것 아니었냐고 물으니 그건 아니었다고 합니다. 오히려 저에게 그게 그렇게 중요한 건이었으면 더 잘 챙겼어야 한 것 아니냐며 핀잔을 주었습니다. 다른 사무관들은 직접 국회에 와서 설명하고 그랬는데 저는 그런 액션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할 말이 없었죠.


그때 알았습니다. 공직에서는 논리도 중요하지만 상대에게 보여주기 위한 행동도 꽤 의미가 있다는 것을요. 그 후부터. 설득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국회나 기재부에 커피라도 사들고 찾아갔습니다. 우리가 얼마나 절박했는지를 말이 아니라 몸으로 알리는 것이죠. 그제야 선배들이 모르는 척 바보인 척하면서 설명 다녔던 모습이 이해되더라고요.


그런 행동이 괜찮은 결과를 가져올 때도 있었습니다. 언젠가 과장님께서는 전화 몇 통 해보고 안 되겠다고 하는 저에게 직접 다녀와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거냐고 타박을 주셨습니다. 최선을 다 해봤냐는 것이죠. 그렇게 속으로 안 될 거라 생각하면서 등 떠밀려 갔었는데 그 덕에 일이 잘 풀린 적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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