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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빴을 때도 있었습니다

선배를 붙여달라고 했죠

by 킹오황

일이 너무 많아 혼자 하기 벅찬데도 끝까지 붙잡고 있다가 문제가 터지는 경우를 종종 봤습니다. 자기가 판단해서 혼자서 다 하기 어렵다 싶으면 상관에게 바로 도와달라고 얘기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저와 함께 일하는 주무관님들에게도 혼자 일을 붙잡고 있지 말라며 다음의 이야기를 들려줬었습니다.




일이 너무 많았을 때였습니다. 일요일 밤 9시였지만 저녁 먹을 시간이 없어 사무실에서 컵라면 두 개를 꺼내 대충 먹고 일하는 중이었습니다. 과장님께서 먼저 퇴근하신다며 가실 준비를 하시더라고요. 나는 아직 일할 게 많이 남아 있는데 먼저 가신다는 과장님을 보니 속에서 울컥했습니다. 그래서 과장님께 하소연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목요일에 장관님 보고하는 건은 아직 초안도 못썼습니다. 그런데 그전까지 더 급한 일들도 많아요. 저 혼자서 하다가 다 펑크 나게 생겼습니다. 사람을 한 명 더 붙여주세요."


과장님께서는 제 상황을 들으시더니 놀라시면서 당장 주무관 한 명을 더 보내주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주무관으로 해결할 수 있는 양이 아니라며 같은 과에 있는 2년 선배 사무관을 달라고 했습니다. 말이 안 되는 상황이긴 했죠. 후배가 선배를 붙여달라니.


하지만 과장님께서 제 업무 상황을 잘 아셨기 때문에 제 말을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며칠 동안 선배가 제 일을 도와주셔서 고비를 잘 넘겼던 적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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