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지하철에 앉을 힘만 남아 있었다

by 뇽자까


주사를 맞고 병원을 나오자마자

몸이 조금이라도 가벼워지길 바랐다.

그런데 통증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살짝 눌린 것 같기도 하고, 잠시 멈춘 것 같기도 했지만

기본적인 고통의 결은 변하지 않았다.


연차를 며칠이나 써버린 상태라

그날은 오전만 반차를 내고 오후엔 출근하기로 했다.

‘주사까지 맞았으니… 이 정도면 버틸 수 있겠지.’

그렇게 스스로를 설득하며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나는 출퇴근이 왕복 3시간 쯤 걸리기 때문에

몸이 아프니더 죽을 맛이었다.


다행히 시간대가 애매해서인지

전철 안은 사람이 거의 없었다.

기적처럼 빈자리가 눈앞에 있었다.

앉는 순간, 나도 모르게 “휴…” 하고 숨이 새어 나왔다.


하지만 앉아 있는 동안에도

몸은 점점 더 축 처지고,

머릿속이 텅 비어버린 사람처럼 쾡해져 갔다.

주사를 맞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통증은 가시지 않았다.


출근해서도 일은 손에 잡히지 않았다.

모니터를 보고 있는데도 집중이 되지 않고,

앉아 있는 것조차 버겁고,

시간은 이상하게 더 천천히 흘렀다.


퇴근 후 집에 도착하자마자

현관에서 신발도 제대로 벗지 못한 채

그대로 엎어졌다.

하루를 버텄다는 안도감보다

‘이게 도대체 무슨 병이지?’ 하는 공포가 더 컸다.


그날 밤, 나는 스스로에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주사 한 번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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