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람평/스포X] 휴민트(2026)

by 뇨리

영화를 보기 전에 첩보물 장르와 <무빙>에서 보여주었던 조인성 배우의 이미지 때문에 약간은 선입견이 있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류승완 감독의 경험과 실력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이번 영화를 통해서 액션과 사회적 부조리를 그리는 부분은 말할 필요도 없고, 류승완 감독님은 강렬한 멜로도 잘 찍으시는구나 하는 것도 알게 되었다.


어느 호텔의 파인 다이닝이 아니라 동네에서 자극적인 마라샹궈랑 디저트 아이스크림을 같이 먹는 느낌



류승완식 호쾌한 액션


역시 류승완 감독님의 액션은 흠잡을 데가 없다. 초반부터 조 과장(조인성 배우)이 좁은 방에서 다수와 싸우는 액션으로 눈길을 확 끈다. 우리가 바라는 액션을 처음부터 충족시켜 준다. 하지만,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박건(배우 - 박정민) 등장신에는 참신한 다트 액션, 나아가 권총과 라이플까지 이어지는 총격전, 카 체이싱까지 액션 영화에서 보여 줄 수 있는 모든 시각적 쾌감을 확실히 보장한다.


영화의 중후반부에서는 첩보물 장르의 전형이다. '왜 주인공은 총을 맞아도 안 죽지?'를 논리적으로 생각하기보다 류승완 감독님의 액션에 대한 진심이 더욱 진하게 느껴져 무장을 해제하고 영화 자체를 그대로 즐기게 되었다. 마지막에 조 과장(배우 - 조인성)과 박건이 2:1로 빌런과 전투를 하는 씬이 있는데, 여기서도 액션 장인답게 치밀한 동선과 합으로 전혀 거부감 없는 액션 개연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카체이싱은 다소 어지럽고 솔직히 <모가디슈>가 더 나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른 액션들의 장점이 그러한 부분을 보상해 주고, 영화라는 것이 복잡한 플롯이나 예술성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듯하다.


조 과장 캐릭터


영화의 초반부에 조 과장은 김수린이라는 여성을 구출하려다 실패한다. 국정원에서는 원래의 목적이었던 북한과 연루된 마약 루트만 알아내고 휴민트는 놔두고 홀로 나오라고 지시한다. 하지만, 국정원의 목적과는 다르게 자신의 휴민트에게 진심이었던 조 과장은 김수린을 구출하려 하지만 결국 실패한다.

다시 그는 채선화(배우 - 신세경)에게 정보를 캐내려 접근하지만 그때도 변함없이 따뜻한 진심으로 접근한다. 그리고, 상대 세력과 장소는 바뀌었지만 동일한 방법으로 자신의 휴민트를 구해낸다. 따라서, 조 과장의 입장에서 영화를 본다면 이전의 실수와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회복하는 이야기로도 볼 수 있다.


이 영화의 모든 사람은 휴민트를 사람으로 보지 않고 정보만 캐내려 하지만 주인공인 조 과장과 박 건만큼은 채선화를 진심으로 대하고 있다. 이처럼 두 사람은 비슷한 캐릭터라고 볼 수 있는데, 두 사람 모두 다른 사람을 감시하여 정보를 캐내는 역할이지만, 실제로는 상대를 진심으로 대하고 있는 점이 흥미롭다.


강렬한 멜로 주인공 : 박 건의 순애


이번 영화에서 가장 주목을 끄는 부분은 '박 건'이라는 인물의 순애다. 작정하고 박정민을 밀어주는 느낌도 있다. 박 건은 등장은 연출적인 측면에서부터 주인공의 느낌이 강하고, 영화에서는 등장하는 않는 과거에서부터 마지막까지 한 사람을 향한 진심을 매우 강렬하게 그리고 있다. 북한과 남한의 첩보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한 남자의 강렬한 순애와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다른 남자의 시선으로 구성된다.


스포가 되지 않는 선에서 마지막 장면을 이야기하자면, 바람 소리 외에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으면서 박 건과 채선화는 서로 애틋한 말들을 주고받는다. 조 과장은 그 옆에서 멀찍이 떨어져 서 있다. 이때, 두 사람의 대사를 들려주지는 않는다. 조 과장의 직업은 상대의 대화를 도청해서라도 정보를 얻어내는 역할이지만, 이 상황은 그러한 목표를 이루는 것보다 두 사람의 진심을 해치지 않는 것을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박 건의 마지막 대사는 예상과 매우 다르지만 보는 관객들의 감정을 더욱 건드릴 수 있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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