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말에 반전이 있는 영화입니다. 스포일러를 원치 않으시면 영화를 먼저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영화를 보면서 많은 영화들이 스쳐갔다.
<로보캅>, <터미네이터>, <기생수>, <아이덴티티>, <매트릭스> 등과 같은 영화들이다. 즉, 이 영화는 한마디로 익숙한 느낌이 강하다. 몸이 움직이지 않는 사고 이후에 칩이나 다른 요인에 의해 다시 움직일 수 있는 몸으로 적에게 복수하는 스토리나, 자신의 몸을 차지하기 위해 내부에 들어온 적과 싸우는 스토리 자체는 참신하지 않다. 하지만, 이 영화는 성공한 영화들의 장점들을 잘 섞고 화려하진 않지만 세련된 느낌의 촬영 기법과 연출로 극복하고 있다. 장르는 근미래의 SF장르를 차용하고 있지만 미래지향적이 아닌 과거의 영화들의 장점을 잘 정리하여 만든 것처럼 느껴진다.
굉장히 익숙한 재료를 섞어서 싫어하는 사람이 없을 만한 프랜차이즈 음식을 먹는 느낌이었다.
영화의 제목 <업그레이드>는 불완전한 몸이었던 인간이 기계나 미래 기술을 통해 신체가 업그레이드되는 <로봇캅>과 같은 느낌을 갖도록 관객을 유도한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에 가서 반전이 드러난다. 업그레이드된 것은 인간인 그레이가 아닌 '스템'이었다.
인공지능과 기계가 업그레이드를 하는 최종 목적은 무엇일까? 혹시 <매트릭스>처럼 인간의 몸을 뺏고 이 세상에 강림하기 위한 것은 아닐까?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이 영화는 인류가 직면한 또 다른 멸종의 위협을 다룬 공포 장르처럼 보인다. 과거 공룡들이 소행성 충돌과 같은 직접적인 원인에 의해 멸종되었듯이 어쩌면 인류는 우리가 발명한 AI 기술에 의해 멸망당할지도 모를 일이다.
점점 많은 사람들이 현실이 아닌 가상의 세상을 선택한다. 그중 많은 사람은 현실이 만족스럽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현실의 문제에 대해 영화는 우리에게 무시무시한 경고를 하고 있다.
이 영화의 흥미로운 장면은 역시 촬영 기법이다. 스템이 그레이의 몸을 조종한 상태에서 상대와 싸우게 되면 마치 화면이 그레이의 몸에 focusing 한 듯한 액션 장면으로 전환된다. 이것은 배우의 몸과 동일하게 움직이는 카메라로 찍으면 화면의 중앙에 주인공이 고정된 채로 주위의 배경만 움직이는 효과를 준다. 이러한, 촬영 기법은 단순하지만 기계가 인간의 몸을 지배했을 때의 상황을 기계의 관점에서 아주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연출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