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에 집에 내려가서 동생과 오랜만에 쿵푸팬더를 보았다. 최근, 어두운 분위기의 실사 영화를 많이 보게 되어서 감성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애니메이션을 보게 되었다. 다시 봐도 액션과 전체적인 흐름, 메시지, 캐릭터 모든 부분에서 뛰어난 작품이다.
<쿵푸팬더(2008)>은 드림웍스의 부흥에 큰 영향을 준 작품이다. <슈렉> 이후로 좀 주춤하던 드림웍스의 애니 붐을 다시 한번 안겨다준 명작이다.
국내에서 개봉 당시 종전 역대 애니메이션 영화 대한민국 박스오피스 1위였던 <슈렉 2>의 330만 명을 상회하는 460만여 명의 성적을 거두었다. 이후 507만여 명의 성적을 거둔 속편 <쿵푸팬더 2>가 그 기록을 이어받았으며, 25.09.20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에게 밀릴 때까지 역대 애니메이션 영화 대한민국 박스오피스 10위권을 유지했을 정도로 애니메이션 영화로는 상당한 흥행을 거두었다.
이 영화는 무협 장르이다. 보통 무술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이라던 육식 동물이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왜냐하면 많은 무술들이 실제 동물의 움직임이나 사냥 방식을 표방하여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무적의 오인방이 나오는데, 모두가 무술을 잘할 것 같은 동물들로 매칭이 되어 있다.
[무적의 오인방]
/타이그리스(호랑이)-호권
/크레인(두루미)-학권
/맨티스(사마귀)-당랑권
/바이퍼(살모사)-사권
/몽키-후권
하지만, 이 애니의 주인공은 팬더다. 팬더는 누가 봐도 느리고, 게으르고, 퉁퉁하다. 하루 종일 무언가를 먹고 있는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그럼에도 주인공을 팬더로 선정하여 캐릭터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팬더의 둥글둥글하고 푸근한 이미지에 과장된 표정을 결합하여 '코미디'의 느낌을 물씬 준다. 후반의 전투에서는 팬더 특유의 특징을 살린 액션이 나온다. 화려한 격투는 아니지만 뱃살을 이용해 적을 날려버린다든지, 살 때문에 점혈이 통하지 않는 둥의 팬터의 특성을 잘 살리고 있다.
쿵푸와 배경인 중국과도 팬더는 잘 어울리기 때문에 <쿵푸팬더>라는 이름은 아이러니이면서도 잘 선택한 조합이라는 느낌도 든다. 주제를 생각해도 팬더라는 동물을 선정한 것은 매우 영리하고 잘 한 선택 같다.
(Cf. 다른 캐릭터들도 성격과 동물들의 매치가 잘 된 듯하다. 느긋하고 마음의 평화를 가진 우그웨이 사부님은 거북이로, 성격이 급하고 약간은 더러운 시푸 사범님은 래서 판다 등으로 매칭이 잘 되어 있다.)
애니메니션은 처음부터 용의 전사의 전설로 시작된다. 용의 전사를 뽑은 의례에 불시착한 포는 갑자기 용의 전사로 뽑힌다. 그리고, 그 자리에 있던 무적의 오인방, 시푸 사범, 심지어 영화를 보는 관객까지 실망을 금치 못한다. 팬더가 전설의 용사라니...
당연히 우리의 편견을 꼬집으려는 의도겠지만 최강의 고수인 타이렁이 탈옥해서 복수를 위해 제이드궁으로 오고 있는 상황에서 누구든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주인공인 '포'가 타이렁을 막을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시푸와 오인방은 이제껏 용의 전사가 되기 위한 루트를 자신들이 정해서 정진하던 사람들이다. 왠지 특정한 훈련방식을 마스터하고, 모든 기술을 배운 자가 용의 문서를 보면 어떤 특별한 힘에 의해 파바밧!하고 전설로 변모할 것 같다. 하지만, 이 애니메이션은 이러한 편견을 뒤집고 있다.
이 애니메이션의 주제는 '전설의 용사가 되는 특별한 비법 같은 것은 없다'이다. 어떤 한 사람이 비법을 터득해서 특별해지는 것이 아닌 그저 자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자신을 특별하게 만든다는 생각은 비범하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준다. 포는 다행히 그의 아버지를 통해서 그 사실을 깨우쳤고, 그 이후에 용의 문서를 보니 그곳에는 황금빛으로 빛나는 자신이 비추이고 있었다. 반대로, 외적인 비법에 의해 자신이 위대해지려고 했던 타이렁의 용의 문서에는 당황스러움과 분노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특별해지는 것, 마음의 평화를 찾는 것은 외적인 어떤 것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자신의 내면을 특별하다고 믿으면 마음속에 잔잔한 평화 또한 자연스레 찾아온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