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미국 사회를 보여주는 정치/액션 블록버스터
폴 토마스 앤더슨(PTA)의 10번째 장편 영화.
제목인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를 직역하면 '하나의 전투가 끝나면 또 다른 전투가 온다'.
즉, '끝없는 전투'를 의미한다.
이 영화는 작년 10월에 개봉했을 때 시간이 없어서 보지 못했는데 이번에 아카데미 기획전으로 재개봉하여 다행히 볼 수 있었다. '기대했던 것만큼 재미없으면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이 무색하게 2시간 42분이 금세 지나갔다.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긴장감과 재미, 그리고 정치적 메시지까지 모든 것이 장대하고 고급스럽게 총 집약되어 있다.
영화는 혁명 단체의 인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니만큼 총격과 폭탄은 기본이다. 일단 화려한 볼거리로 대중성을 확보한 다음, 현대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블랙코미디로서 녹여내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정치적인 메시지를 무겁지 않게 관객에게 보여주고 있다.
영화의 빌런으로 등장하는 록조(배우 - 숀 펜)는 MKU라는 경찰 특수기동대의 지휘관이다. 여기서, MKU라는 의미는 'Mankind United(하나 된 인류)'라는 뜻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 집단이 하는 일은 미국-멕시코 국경에서 이민자들을 잡아들이는 역설적인 임무에 목숨을 건다. 이것은 우습기도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하나 된 사회를 만들겠지만 그곳에 이방인은 불필요하다는 의미로도 보인다. 게다가, 영화 속에서 록조는 프렌치 75 멤버들을 잡아들인 후 '네이선 베드퍼드 포레스트' 훈장을 받는다. 이 훈장의 이름은 KKK단 창설자의 이름이다. 어찌 보면 록조가 자랑스럽게 행해온 일들이 사실은 악락하고 정의롭지 않다는 것을 비꼬는 설정들이다.
그러한 록조도 들어가고 싶은 단체가 미국 백인우월주의 비밀 사교클럽인 '크리스마스 모험가 클럽'이다. 이들은 성 니콜라스를 섬기며, 인종 차별과 유대인 혐오로 가득 차 있다. 여기서 우스운 점은 백인 우월주의를 표방하는 이들이 그토록 섬기고 있는 성 니콜라스(산타 클로스의 유래인 성인)가 사실 터키 사람이라는 점이다. 크리스마스라는 행사도 초기 로마에서 기독교와 태양신 축제 등이 합쳐졌다는 것을 안다면 이들이 맹신하고 있는 것이 얼마나 허점이 많은지를 보여준다. 게다가, 영화의 마지막에 가서는 록조가 크리스마스 클럽 수요의 건물 사무실에서 독가스에 살해당해 소각되는 장면이 있는데 이것은 자연스레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생각나게 한다. 미국의 최 앞단에 있는 정재계 거물 집단이 사실은 나치나 비논리적 단체로 표현한 것 또한 감독이 현대 미국의 상류층을 저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주인공인 밥(배우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또한 웃긴 것은 매한가지다. 과거 폭탄전문가로 혁명에 투신했지만, 현실에서 그는 위급한 상황에서도 휴대폰 충전기만 찾는 무능한 모습으로 그려지며, 종래에도 딸을 스스로 구해내지 못한다. 영웅에 대한 카타르시스를 원했던 관객들은 다소 실망할지도 모르나 이것은 기성세대에서 벌어진 끝없는 싸움에 다음 세대가 휘말렸으며, 그것을 이전 세대가 해결해 줄 수 없는 현 상황을 표현하기 위한 적절한 묘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윌라 스스로 위기를 해결하는 모습을 통해 기성세대의 힘으로 가 아닌, 미래 세대 스스로가 현실의 문제를 해결해 가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참고로, 프렌치 75의 옛 멤버 디안드라가 윌라를 데려간 곳은 '용감한 비버 자매회'인데, 비버라는 단어는 영어로 여성의 성기를 뜻하는 은어라고 한다.
즉, '원배틀애프터어나더(끝없는 싸움)'을 만들어낸 원인이 각 인물들로 대변되는 단체들. 즉, 공권력, 혁명 단체, 미국의 주류 백인 사회, 종교 단체 모두에게 있음을 영화는 블랙코미디라는 장르를 이용해서 말하고 있다.
이 영화의 원작은 60년대~80년대까지의 미국 사회를 배경으로 쓴 '바인랜드'라는 소설이다. 60년대 히피 문화와 급진주의자들의 운동을 20년 뒤의 후손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소설이다. 그때에도 세상을 바꾸려던 혁명의 움직임이 있었지만 역설적으로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그보다 약 40년이 지난 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럼에도, 영화 속 모습이 현시대의 상황과도 닮아 있는 점은 씁쓸함으로 남는다.
영화 속에서 몇몇 갈등이 있지만 주된 내용은 미국의 이민자 문제이다. 빌런인 록조 대령은 이민자들을 색출하고 가두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프렌치 75라는 단체는 이민자들을 구해내기 위해 총기와 폭탄 같은 극단적인 방법으로 대항한다. 마치, 현재 트럼프 정부의 이민자에 대한 정책을 그대로 영화에 담은 것처럼 보인다.
트럼프 정부 자체가 미국의 고립주의와 백인 우월주의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는데, 이들 역시 다른 인종이라면 몸을 섞는 것조차 끔찍한 죄악으로 여길 정도로 이민자들을 혐오한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 신분을 바꾸고 살고 있는 밥과 윌라는 어찌 보면 이민자들을 대변하는 인물이라고도 볼 수 있다. 게다가, 윌라는 백인과 흑인의 혼혈로 그들 입장에서 극혐 하는 인종이다.
영화의 후반부 굽이치는 도로의 카체이싱은 그야말로 명장면이다. 아무리 빠르게 달려도 다음 언덕 너머가 보이지 않는 도로는 마치 미국이 이제껏 달려온 역동적인 역사의 파도처럼 보인다. 그리고, 이 도로에서 윌라의 차를 크리스마스 클럽의 일원인 팀 스미스가 멋들어진 머스탱으로 맹렬히 쫓고, 그 뒤를 밥이 고물 닛산 자동차를 타고 힘겹게 따라간다. 그렇게 한 가지 목표만을 맹목적으로 쫓던 팀은 오르막의 사각지대에서 멈추지 못하고 그대로 윌라가 세워둔 차를 들이박는다. 한 가지 그릇된 목표만을 세뇌하고 달리는 사람들의 말로를 보여주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윌라는 마치 멕시코 장벽처럼 보이는 벽 뒤에서 사고로 정신없어하는 팀을 쏘아 죽인다. 마지막으로, 밥 퍼거슨이 내리고 사각지대에서 윌라와 서로 총을 들고 대치하지만 이내 아빠와 딸로 돌아가 부둥켜안고 집으로 향한다.
집으로 돌아온 밥은 딸에게 어머니 퍼피디아에게서 왔던 편지를 건네준다. 그 편지는 마치 미국의 이전 세대가 미래의 후손에게 전하는 사과와 격려, 당부처럼 다가온다. 맹목적인 사과나 격려가 아닌 그 모든 것이 어우러져 있다. 이전의 자신들이 했던 행위(혁명)들은 사회를 바꾸지 못했고, 후회하고 있다는 점. 그럼에도, 과거의 세대는 자유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는 점. 나아가, 미래 세대에게 더욱 현명하게 헤쳐나가라는 격려와 당부는 모든 내용을 본 우리도 윌라처럼 이전의 세대에게 다가가 꼭 안아주게 만든다. 물론, 다음 세대가 꼭 백인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윌라는 백인과 흑인의 혼혈이지만 나아가 그 둘의 화합을 상징하는 존재이다. 즉, 감독은 앞으로도 계속될 싸움 속에서 다음 세대에게 화합으로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해 달라는 당부를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