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스+시대극+공포+뱀파이어+학살극이 뒤섞인 신선한 조합
* 영화의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원치 않으시면 영화를 먼저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 영화의 장르는 공포영화이기도 하면서, 음악영화, 그리고 동시에 시대극이기도 하다. 소재도 블루스 음악, 아일랜드 민요, 후두교, 그리고 뱀파이어이다.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게 무슨 잡탕이야?'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이 모든 것은 너무나도 이질적이고 서로 섞이지 않을 것 같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그 모든 장면은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뛰어난 영상미와 박진감, 그리고 진한 여운까지 모든 것이 어우러진 매우 뛰어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를 본 사람들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결말 이후 이어지는 쿠키 영상은 놀랍게 이 영화의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그리고, 진한 블루스의 여운이 영화가 끝나고도 계속된다. 참극을 겪은 새미에게 아버지는 죄인의 길을 벗어나기 위해 음악을 버리라고 한다. 하지만, 그 참극의 끝에서 블루스를 선택한 새미의 모습에서 깊은 감동이 느껴진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소작농이면서 목사의 아들인 새미가 주인공이다. 그의 아버지는 항상 아들에게 '블루스 = 죄인의 길'이라고 말하며 유혹에 빠지지 말라고 조언한다. 음악은 악을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극 중 새미는 블루스를 사랑한다. 그러한 새미는 목사인 아버지의 눈으로 보면 죄인의 길을 걷는 모습일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기타를 챙겨서 쌍둥이를 따라 클럽 주크로 간다. 이 클럽은 새미의 사촌이면서 쌍둥이인 '스모크'와 '스택'이 만든 것으로, 영화의 전반부 내용은 그들이 클럽을 세팅하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인 쌍둥이들은 마을을 떠나 7년 동안 시카고 갱 밑에서 많은 돈을 벌고 다시 마을로 돌아왔다. 즉, 그들이 세운 클럽 주크는 폭력과 같은 부도덕적인 방법으로 번 돈으로 만들었다. 그곳에서 파티가 벌어지는 하룻밤 동안 수많은 사람들은 술에 취해 죄인의 음악을 들으며 무아지경으로 춤을 춘다. 거기에다 그 공간에서 스택과 새미는 각각 '메리'와 '펄린'이라는 유부녀와 관계를 갖는데, 이는 사회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부도덕적으로 느껴진다. 즉, '클럽 주크'는 죄인들이 모이는 공간인 셈이다. 하지만, 그곳은 흑인들이 비참한 삶에서 벗어나 치유받으며 그들의 문화인 블루스를 즐기는 공간이다. 따라서, 그곳의 사람들을 '죄인들'이라고 지칭하는 것은 그들의 문화를 무시하는 외부의 사람들이 흑인들을 지칭하는 말처럼 느껴진다.
영화의 마지막 순간에 새미와 스택은 60년 전 학살이 벌어졌던 밤을 되돌아본다. 그날 밤은 수많은 고통과 실수, 갈등과 같은 죄들이 가득했지만 그럼에도 새미는 그날 밤이 '인생 최고의 날'이었다고 고백한다. 이러한 대사를 통해 감독을 어쩌면 죄스럽고 부족한 모습이야말로 인간다움을 가장 잘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그날 밤 클럽 주크는 가장 생동감 있고, 생기와 예술이 넘치는 공간이었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다.
영화의 배경은 1930년대 미국 남부 미시시피(Mississippi)이다. 이곳은 블루스의 발생지이다. 블루스를 막연히 흑인 음악 장르 정도로 알고 있겠지만 유구한 역사를 가진 장르이다. 19c에 노예제가 폐지되었지만 당시 미국 남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흑인들이 노동을 하며 차별을 받던 시기이다. 이중 서아프리카에서 미국으로 이주해 온 흑인들의 음악적 특색과 서양의 기독교 음악이 합쳐져 탄생한 것이 블루스의 효시로 알려져 있다. 이름 자체가 'Blues'인데 우울한 분위기와 슬픈 가사는 그들이 겪은 고통의 삶을 표현하는 단어이면서, 그들 자신의 정체성을 가장 잘 표현하는 음악 장르이다.
영화에서는 '후두(Hoodoo) 교'가 등장하는데, 이 또한 미국 남부 노예였던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다양한 '아프리카 전통 영성'과 '약초학'을 결합해 만든 전통 신념 체계로 시간이 지나면서 이슬람, 기독교, 가톨릭 등과 혼합된다. 이 두 가지 요소는 영화에서 통합과 고유한 문화를 풍성하게 만드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 소재로 사용된다.
영화의 '클럽 주크'는 흑인들을 위한 블루스 음악술집이다. 그곳은 흑인들만 들어올 수 있으며 대부분의 손님들은 농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하루 종일 백인들 밑에서 열심히 일했던 사람들은 그곳에 모여 술과 블루스 음악에 취한다. 영화의 시작은 내레이션으로 시작되는데, 모든 문화에서 '음악으로 공동체를 치유하는 힘을 가진 사람들의 존재'를 일러준다. 그리고, 주인공 새미는 그러한 능력을 가진 소년이다.
영화의 중반부 클라이맥스는 클럽에서 새미가 자신이 아버지를 위해 작곡한 <I Lied to You>라는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다. 목사 아들이었던 새미는 아버지에게 이제껏 말하지 못했던 '자신은 블루스를 사랑한다'라는 고백을 노래로서 부르고 있는 것이다. 그 순간 시간의 틈이 열리고 블루스에 영향을 주고, 후에 영향을 받을 모든 예술가들이 등장하여 함께 어우러진다.
그때 그곳은 모든 것이 화합하고, 치유되고, 통합되는 그들만의 낙원의 모습이 되는 것이다. 그것이 비록 지옥의 풍경처럼 보일지라도. 즉, 당시 흑인 노예의 지옥 같은 역사 속에서 그들은 블루스라는 예술과 공동체를 통해 그들만의 기쁨과 위안을 누렸다는 것을 영화는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비록 외부의 위협과 차별은 그대로 존재하지만, 내부의 그들은 서로에게 가족이었고, 즐겼고, 자신들만의 문화를 자유롭고 풍성하게 피워냈다.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당시 흑인 공동체와 그들 고유의 뛰어난 문화에 대한 존중과 경의를 표하고 있다.
영화의 위기를 불러오는 캐릭터는 '레믹'이라는 뱀파이어이다. 그는 아일랜드계로 보인다. 촉토 인디언들에게 쫓기던 레믹은 어느 오두막으로 숨어 들어가 그곳의 KKK단 부부를 물어 자신과 같은 뱀파이어로 만든다. 영화에서 뱀파이어에 대한 흥미로운 설정이 있는데, 그들은 모든 생각과 감정을 공유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새미의 연주를 따라 클럽 주크에 찾아오면서 영화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하지만, 다른 영화와는 달리 이 영화에서는 둥 중 어느 집단이 선과 악을 대표하는지 구분할 수 없다. 즉, 영화에서는 악이 선을 타락시키는 이야기가 아닌, 그저 당시 미국이라는 사회 속에서 두 집단의 문화가 충돌하는 모습을 블루스 음악 클럽과 뱀파이어 집단으로서 그리고 있다. 마치 두 집단이 만나 서로의 문화를 뽐내는 예술의 장과도 같다.
사실 두 집단은 공통점도 많다. '레믹'은 아일랜드계이고, 흑인 노예의 역사와 유사하게 아일랜드가 침략당한 과거를 가지고 있으며, 레믹이 쫓기는 첫 장면은 다른 세력에 의해 미국으로 밀려난 아일랜드 이민자들처럼 보인다. 그가 만든 뱀파이어 집단은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는데 이러한 설정은 뱀파이어 능력을 통해 이념을 공유하는 평등한 공동체를 만들어 사람들을 구원하고 싶다는 레믹의 바람을 표현하고 있다. 이들은 '아일랜드 민요'를 부르며 흑인 공동체인 클럽 주크를 둘러싼다.
반면, 클럽 주크 내부의 흑인 공동체는 뱀파이어와는 반대되는 특성을 가진다. 그들은 클럽에 갇힌 순간부터 의견이 하나로 통합된 적이 없었다. 서로를 견제하기도 하고 갈등이 심화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부정적으로 보이기보다는 그곳의 사람들이 각각의 개성을 가진 존재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그들은 오랜 시간과 예술을 공유한 가족이었기 때문에 서로 결속하여 외부에 대항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영화는 두 문화 모두에 대한 애정과 경의를 바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