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애니메이션은 '메이블'이라는 이름의 동물을 좋아하는 대학생이 정부의 고속도로 공사 때문에 사라지는 연못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이다. 가장 재미있는 설정은 주인공이 실제 동물과 똑같이 만들어진 비버 로봇에 들어가 동물의 세계로 직접 뛰어드는 스토리이다. 예고편에서도 나오는 것처럼 전체적인 이야기 흐름은 <아바타>와 유사하다. 하지만, 다른 점은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을 무조건적인 악의 세력으로 묘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보다는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는 점과 상대방과 대화와 공존에 대한 방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익숙한 이야기에서 약간의 변주를 주었다고 볼 수 있다.
영화의 주인공은 마치 일본 소년만화에 등장하는 열혈 바보의 느낌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 무작정 뛰어든다. 물론 그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메이블은 상대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았다. 시장인 '제리'와 대화보다는 상대에게 하고 싶은 자신의 말만 서로 늘어놓는 식이었다. 그리고, 동물들을 보호하기 위해 집집마다 다니며 동의서를 받을 때에도 한 할아버지에게 해가 지도록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지만 그 할아버지가 보청기를 끼지 않아서 하나도 전달이 되지 않았다. 이러한 사람들은 현실에서도 빈번하게 발견할 수 있다. 자신의 말만을 상대에게 주입시키는 것을 보통은 설득을 잘한다고 말할 테지만, 어떤 면에서 본다면 선동을 잘한다고 볼 수도 있다. 애니메이션 중반부에 이러한 부분이 약간은 무서운 분위기로 그려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메이블은 기계 속에 들어가 직접 동물의 세계로 뛰어든다. 그곳에서 메이블은 흥분하여 동물들에게 상황을 설명하지만 동물들은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들은 나름대로의 '연못 법'에 따라 조화롭게 살아가고 있었다. 인간과 동물은 서로 말이 통하지 않기 때문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는 상대방의 입장이 직접 되어봄으로써 양쪽 세계를 모두 겪은 메이블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나아가 상대방과 대화를 하는 방법을 깨우치게 된다. 더욱 흥미로웠던 점은 동물이 된 메이블이 거꾸로 사람인 제리에게 말을 거는 장면이다. 물론, 인간의 말은 아니지만 글씨를 알고 있던 메이블은 핸드폰의 문자를 통해 대화를 나눈다. 이처럼 인간이 동물에게, 동물이 인간에게 말을 거는 소재를 통해 대화하는 방법 자체를 말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속에서 '비버가 연못의 핵심종이다'라는 말이 등장한다. 비버가 댐을 지어 물을 가두어야 연못이 생기고 그곳에 동물들이 찾아와 생태계가 생기기 때문이다. 즉, 비버는 모두가 살아갈 수 있는 환경 자체를 만드는 생물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버가 포유류의 왕으로 등장한다. 반대로, 시장인 게리 또한 비버에 대응된다. 게리는 원형으로 이어진 고속도로를 만드는 일을 하는데, 이것 자체가 인간의 편의를 위한 일종의 비버 댐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마을 이름 또한 비버톤으로 지었을 것이다.
영화의 중요한 메시지는 주인공의 할머니가 손녀 메이블에게 해주는 이야기에서 등장한다. '우리도 위대한 자연의 일부이다' 이 생각은 당연해 보이지만 의외로 새롭게 다가온다. 인간인 우리는 자신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당연스레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영화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동물들이 인간을 단지 포유류 종의 일부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항상 인간이 자연의 일부라고 말할 때 우리는 자연과 인간이 서로 친구와 같이 동등한 관계라고 생각을 하지만 영화는 인간이 자연 안에 종속된 존재라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이 자연과 공존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주제에 더욱 설득력이 실린다.
인간과 동물 모두 각자의 사정과 입장이 있기 때문에 어느 쪽의 편을 들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애니메이션에서 말하는 공존의 방법은 인상적이다. 상대를 위해 자신의 환경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영역을 존중함으로써 공존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영화의 후반부에는 아름다운 연못 속 동물들의 모습도, 인간들이 이룩한 아름다운 도시의 모습이 번갈아가며 등장한다. 이를 통해 어느 한쪽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닌 하나의 커다란 위대한 것 속에서 서로의 영역을 구축한다는 점이 꽤 흥미로웠다. 영화의 제목인 '호퍼스(Hoppers)'의 원래 의미는 뛰어다니는 생물 정도로 해석되지만, 이 단어는 자연스레 희망을 뜻하는 'Hope'가 연상된다. 영화에서 말하는 공존의 방식이 인류와 자연에게 있어 희망의 메시지로 다가온다.
애니메이션에는 귀여운 동물들이 많이 등장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오싹하고 기괴한 장면들도 많이 등장한다. 중간에 주인공이 자기를 위협하는 곤충의 왕을 손바닥으로 쳐 죽이는 장면이 나온다. 인간의 눈으로 보면 주변에 왱왱거리는 벌레를 손바닥으로 쳐 잡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동물의 눈으로 보면 끔찍한 범죄 장면인 것이다. 아이들이 보는 영화에 이런 장면이 들어가도 되나 싶을 정도이다. 또한, 나중에 인간의 몸에 역으로 호핑 기술을 통해 들어간 동물도 등장하는데, 나중에 얼굴 가죽이 벗겨지는 장면도 등장한다. 마치 <터미네이터>의 공포스러운 한 장면처럼 느껴지며, 중간에 상어가 나오는 장면 또한 <죠스>의 한 장면을 떠올리기도 한다. 이처럼 과거의 여러 스릴러
픽사 애니메이션 중에서는 <UP>에서 처음으로 빌런인 '찰스 먼치'가 비행선에서 떨어져 죽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후, <소울>에서는 아예 주인공이 맨홀에 떨어져 사후 세계로 가는 모습이 등장한다. 아이들이 보는 애니메이션이 과거에는 아름다운 이야기만 등장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어린이들이 보는 이야기에서 죽음이 등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