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람평/약스포] 프로젝트 헤일메리(2026)

by 뇨리

업무에 집중을 못한 채 야근을 하던 불쌍한 직장인이었는데, 충동적으로 영화관에 가서 이 영화를 보고 스트레스가 풀리는 황홀한 느낌이었다. '피곤한데 집에 가서 잘까?'라는 생각을 따랐다면 향후 이 영화를 보고 영화관에서 보지 못했던 것을 후회했을 것 같다.


영화의 예고편에서부터 지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떠나는 과학자, 외계인과의 조우에 대한 장면을 드러내고 있다. 이것은 외계인을 만나는 순간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겪는 우정과 협력, 공존이라는 주제를 더욱 강조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영화는 IMAX 장면으로 찍은 우주의 황홀한 장면들이 많고, 음악, 음향 또한 훌륭하기 때문에 영화관에서 보는 것을 추천한다! IMAX로 본다면 직접 우주 속을 여행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서로의 세계를 구하는 우정


영화는 지구를 구하기 위해 우주로 나온 '그레이스 박사'와 똑같이 자신의 행성을 구하기 위해 먼 곳에서 찾아온 '로키'와의 만남과 협업을 버디 무비의 방식으로 그려내고 있다.


처음 두 사람이 만나서 친해지는 장면은 매우 인상 깊다. 과거 <미지와의 조우>와 같은 영화를 본다면 외계인을 만났을 때 빛이나 음악과 같은 수단으로 대화를 시작한다. 물론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이 영화에서는 흥미롭게도 서로에게 다가가는 모습이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처음에 그레이스의 우주선 옆으로 큰 우주선이 다가온다. 접촉은 없지만 확실히 주위에 존재하는 모습은 마치 새 학기 친구를 사귀기 위해 먼저 주위를 맴도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메시지를 빛이 아닌 실제 물질로써 상대에게 보낸다. 물질(상자) 속에는 상대가 온 행성이 구조물 형태로 들어 있었다. 다음은 그레이스 박사가 서로의 우주선 사이 연결된 통로를 통해 직접 걸어가고, 그렇게 혼자였던 둘은 친구가 된다.


두 존재는 서로 닮아 있는 부분이 많다. 겉모습이나 인지 체계 등은 다르지만 처한 상황이나 무엇보다 서로의 세계가 위험에 빠졌다는 부분이 같다. 같은 목표를 가지고 협업을 하는 둘의 모습을 영화는 희망적이고 낙관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은 영웅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과거 자신의 이론만을 내세우다 학회에서 쫓겨나 중학교 교사로 생활하고, 심지어 중반부에 자신의 이론이 틀렸다는 것을 본인의 눈으로 확인하게 된다. 게다가, 지구를 구하러 가는 영웅의 결연한 모습과도 거리가 먼 두려움과 좌절에 휩싸이는 초반 모습도 모인다. 이렇게 실수도 많이 하고, 용기도 없지만 어쩌면 이것은 사람들 대부분이 가진 모습일 것이다. 그런 그레이스는 로키라는 친구의 도움으로 위기를 헤쳐나가고, 자신과 친구의 세계 모두를 구하게 된다. 만약 그가 혼자였다면 자신의 세계를 구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는 우리 모두는 영웅이 될 만한 능력이나 용기가 부족하지만, 그렇기에 서로가 돕고 협력해야 한다는 공존에 대한 교훈을 영화가 말하고 있는 듯하다.



Hail Marry : 결혼에 대한 찬양


영화 속 프로젝트 이름은 'Hail Mary'로 성모송에서 유래한 단어지만 이 단어를 소리 내어 읽어보면 'Hail Marry(결혼 만세)'라고 들린다. 물론 영화는 우정과 공존에 대한 이야기지만 한편으로는 결혼 생활에 대한 알레고리로도 보인다.


영화 속 그레이스와 로키는 서로의 세계에 살았지만 이후 결혼한 부부처럼 한 공간에 모여 함께 산다. 결혼은 두 세계의 충돌이라는 말이 있다. 아예 다른 세계에서 살아온 둘은 당연하게도 매우 달랐다. 둘은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부터 달랐다. 인간인 그레이스는 빛으로 세상을 파악하지만, 로키는 음파로써 세상을 느낀다. 그리고, 인간은 산소로 호흡하지만 로키는 암모니아로 호흡하며 산소는 치명적이다. 디테일한 부분까지 모든 부분이 다르고 반대라는 점이 흥미롭다. 당연하게 둘은 언어와 문화도 달라 대화조차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서로 단어를 공유하여 번역기를 만들고 컴퓨터 화면을 통해 대화를 하게 된다. 점점 대화를 하면서 상대방과 가까워지는 모습은 아름답게도 느껴진다.


영화의 중간에 로키의 행성인들은 다른 사람이 잘 때 옆에서 지키는 문화가 있다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상대방에 자는 동안 주변을 지켜주고 깨어나기를 기다리는 모습은 영락없는 부부의 모습처럼 보인다. 지구가 처한 위기는 태양이 아스트로파지에 의해 감염되면서 식량이 부족해지고 스트라스라는 인물의 입을 통해 미래의 아이들이 죽어갈 것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마치 다음 세대가 사라진다는 것이 위기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해결책은 결혼과 다음 생명을 탄생시키는 것이라고 영화는 결론 내리고 있다. 즉, 결혼과 새로운 생명의 탄생에 대한 찬양을 SF 형태로 아름답고 장대하게 그려내고 있다는 부분이 매우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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