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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맘 Oct 19. 2023

이마트 광고글 아니고 마트 찬양글

참 좋은 마트 육아

오늘은 엄청 피곤한 상태였다. 밤잠을 두 시간, 낮잠을 한 시간 정도 자고 아이를 픽업하러 갔다. 수면부족 상태일 때는 집안에서 아이를 보는 게 힘들다. 자꾸 눕고 싶어지고 침대가 나를 부르는 것 같다. 그런 이유로 바깥 육아를 선택할 때가 있다. 오늘은 차를 몰고 이마트에 갔다.

마트에 가면 사람이 많다. 직원분과 정답게 인사를 나눈다. 그러다 보면 아이도 나도 한 번 더 웃게 된다.  아이에게 장난감, 모자 같은 것을 설명하며 말을 건다. 그러다 보면 아이에게 한 마디라도 더 하게 된다. 내 안에 힘이 없으니, 적당히 분주한 평일 오후의 마트에게 의지해 조금 더 힘을 낸다.


푸드코트에서는 순두부집 알바분이 아이를 엄청 귀여워했다. 밥을 먹고 있는데 자꾸 우리 테이블을 기웃기웃하는 것이다. "아이가 귀여워요?" "네. 너무 귀여운데요." "해월아. 오빠가 너 귀엽대. 해월이는 오빠 어때? 멋있어?" "웅. 멋있어."


그런 관계의 온도에서 아이는 더 잘 웃는다. 살짝 쑥스러워하며 내 뒤로 자신의 몸을 숨기기도 한다. 그 모습이 예뻐서, 순두부집 알바분이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정해서, 나도 그 사이에서 그냥 웃었다. 알바분이 가게로 돌아가고도, 왠지 우리를 쳐다보고 있을 시선을 신경 쓰며 아이에게 더 다정한 표정으로 말을 건네기도 했다.


아이는 내가 힘을 내고 있다는 걸 알까. 아마 잘 모를 것이다. 그저 어른들의 웃음 사이에서 자신도 함께 웃었다는 사실 하나가 남을 것이다. 식사를 마친 후 아이스크림 가게에 갔을 때도 그랬다. 무뚝뚝한 사장님이었지만, 내가 한번 더 웃으면, 사장님은 아이에게 한 번의 웃음을 돌려준다. 그런 관계 속에서, 바람에 몸이 딸려가듯 힘을 들이지 않고 웃게 된다. 아이에게 자연스런 웃음을 불러일으켜줄 수 있다는 사실을 믿게 된다.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길, 에스컬레이터를 탔을 때는 건너편에서 카트를 밀던 아저씨가 우리를 보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상황을 보아하니, 아이가 먼저 귀여운 눈웃음을 보이며 인사했나 보다. 자꾸 웃다 보면, 웃음도 그냥 나오는 걸까. 모르는 사람과 얼굴을 보자마자 웃을 수 있다는 사실이 웃겨서, 나도 그냥 막 웃었다.


육아 꿀팁. 가끔은 다른 사람의 눈을 통해 아이를 보자. 나는 수면부족 엄마, 빨리 쉬고 싶은 엄마지만, 마트 유리 통창에 비친 나와 아이의 모습은 사이좋은 모녀 같다. 마트는 물건만 구매하러 가는 장소가 아니라, 만나는 사람들과 즐겁게 인사를 나누기 좋은 곳, 그 속에 아이를 섞여 들게 할 수 있는 곳. '괜찮은 엄마'를 연기하기 좋은 장소다. 그러다 보면, 진짜 괜찮은 엄마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집에 가는 길, 조수석에 앉아서 아이스크림을 먹던 아이가 말한다. "엄마, 오늘 너무 재밌었지?" 곧 퇴근한 아빠에게도, 아이는 자랑을 했다. "아빠, 우리 이마트 다녀왔어!" 아이의 그런 웃음 덕분에 나는 마음이 조금 더 가볍다. 많이 웃었더니, 피곤하지만 기분 좋은 하루가 된 것 같다. 육아 퇴근까지 시간도 얼마 안 남았고, 그마저도 순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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