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지도처럼 한눈에 보이는 곳
그곳을 꿈꿉니다
어린 시절, 물건을 잃어버리면 가능한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갔다. 그리고 바라보았다. 침대, 서랍장, 침대와 옷장 사이의 공간 같은 것들을. 멀리서 보면, 얼마간의 내 행동반경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어디에 물건을 두고 왔는지를 알 수 있을 때가 있었다. 항상 그 방법이 통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올라가서 바라보는 게 좋았다. 언니가 물건을 잃어버렸다기에, 자신 있게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 보라고 추천하기도 했다.
아이를 재우고 산책로를 걷다 보니 추웠다. 조금 오버스럽게 겨울 패딩을 꺼내 입었다. 2023년의 뒤통수가 보이려고 하는 시기다. 전체적인 삶의 양이 늘어나서일까, 아니면 단지 추워지고 있어서일까. 요즘에는 잃어버린 물건이 아닌, 삶의 마지막에 대한 고민들을 하게 된다.
내가 무언가를 잃어버렸다면, 찾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 사람일까, 무엇을 해야 진정으로 행복할까. 삶에서,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가치는 도대체 무엇일까, 나는 어떤 할머니로 늙게 될까, 같은 것들. 오늘 저녁엔 무엇을 먹을지, 아파트 놀이터에 갈지 차를 타고 하트 그네가 있는 공원에 갈지, 아이를 수영장이 있는 유치원에 보낼지 텃밭 활동이 많은 유치원에 보낼지, 그런 것들은 그 시간의 끝에서 어느 정도 결정되어질 것이다.
이번 주에는 에세이 합평, 철학 강독, 미용실, 주말 가족 모임 같은 것들이 예정되어 있다. 나는 채비를 할 것이다. 모임원들의 글을 읽고, 철학 공부를 약간 하고, 미용실에 가기 전에는 꼭 선크림을 바르고, 가족 모임 전날에는 일곱 시간을 자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다음주가 될 테고, 날씨는 더 추워질 것이다.
다음 주에는 이사 갈 지역의 유치원 설명회에도 다녀올 테고, 그때는 어떤 옷을 입을까 같은 고민을 한다. 그렇게 돌아가는 하루일 때가 있지만, 속이 꽉 막힌 것처럼 답답할 때가 있다. 나는 조금 욕심을 낸다. 더 커다란 숙제를 해치우고 싶다. 삶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어떤 선택을 하면 덜 후회를 할지 알고 싶다. 나는 어떤 인간인지, 무엇을 해야 행복한지, 더 적극적으로 알고 싶다.
내가 잃어버린 것은 무엇일까? 그걸 잘 모른 채로, 종종 높은 곳에 올라간다. 내 마음의 제일 위에. 글을 쓸 수 있는 마음의 공간으로. 이곳에 올라오면, 마음이 지도처럼 한눈에 보일 거라는 기대가 있다.
오늘은 잘 모르겠다. 삶이라는, 시간이라는 수레바퀴는 속절없이 굴러가는데, 나는 그냥 가만히 서서 시간이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나는 무엇을 잃은 것일까? 내가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어른이 되면서 어느 정도 좌절된 것일까? 돈을 벌어야, 아이에게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다는 믿음에 중독된 것일까? 그냥 이렇게 시간이 지나가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다시 조금씩 뭉치고 싶다. 잃었던 마음들을. 동그랗게 뭉친 마음이 함박눈이 되어 내리게 하고 싶다. 내 마음에 파묻혀, 다른 많은 것들은 보이지 않게 되고 싶다. 눈은 자연히 바다로 가서 녹고, 바다는 다시 하늘로 올라가 구름을 만들 것이다. 구름이 다시 눈을 내리게 할 때쯤, 그것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사람이고 싶다. 시간이나 삶이 지나가는 풍경이 아니라, 다만 내 마음을 만나고 싶다. 그런 꿈을 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