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보다는 바다를 좋아한다고 큰소리 떵떵 내지르던 과거가 머쓱할 만큼 나뭇잎 새로 갈라지는 햇살과 개울에 부서지는 윤슬의 고요를 홀로 탐닉하고, 수필이나 자기 계발 서적에는 도통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어느덧 에세이부터 들춰보는 인간이 되었다. 신형철과 김연수의 글에서 먹먹한 감동을 느끼고 가장 흔해 빠졌지만 또 가장 눈에 띄지 않는 것들에 공명하는 인간이 되었다.
이렇게도 내가 나를 모른다. 도대체 불과 몇 년 전의 나는 어땠던가 되짚어 볼 만큼 사소한 취향부터 거시적인 가치관까지 나를 이루는 모든 것이 바뀌었는데, ‘나는 이런 사람’이라고 선을 긋던 말과 행동이 갖는 무게와 오만을 생각한다.
굵직하고 부피 큰 변화만이 가치 있다고 여겨 더 큰 한 걸음과 더 높은 도약에 목말랐던 내가 이제는 발밑을 살핀다. 내가 딛고 선 곳을 생각하고, 비물질적인 것들을 사유한다. 나는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또 하루를 살아낼 것인지, 그 근본부터 익혀나간다. 무거운 고민들이 외려 중심 잡는 법을 알려준다. 서른의 2분기를 목전에 두고서야 균형점을 생각하는 것이냐며 과거의 내가 낄낄 웃는다.
배경사진 © Qwa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