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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이 Feb 05. 2023

결심을 실천으로 옮기는 가장 단순하고 확실한 비법

생각을 하지마라




"요즘도 운동해?"


"요즘도 명상해?"


"요즘도 아침 일찍 일어나?"


"요즘도 소설써?"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은 "YES"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주로 남들한테 "넌 참 바쁘게 산다", "넌 항상 너무 바쁜 것 같다"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스스로는 왠지 모르게 게으르다고(?) 생각하는 ENFJ다.




MBTI가 유행하기 전엔 내가 그렇게 계획적인 사람인 줄 몰랐다. 난 참 즉흥적인 걸 좋아하고 또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물론 매 순간 그런 건 아니지만, 확실히 계획적인 사람은 맞는 것 같다. 시간 단위, 분 단위, 세세한 여행 계획 같은 건 진절머리를 내면서도 큰 틀 안에선 계획이 있어야 마음이 편하다. 그래야만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고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고 생각해서일까.



나에겐 단기목표와 중장기 목표가 있고, 그에 따른 계획이 있다. 단기는 1년, 중장기는 5년, 10년이다. 난 아주 어렸을 때부터 다이어리에 일기를 썼었는데, 내 방에 콕 틀어박혀서 엄청난 비밀이라도 있는 것 마냥 이런저런 생각과 감정을 써내려 가는 시간이 좋았다. 그 시간들이 쌓여서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라는 확신과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


아, 갑자기 얘기가 새서 장황해져 버렸네. 무튼 이런 저런 계획을 짜고 실천하고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 갖은 방법을 다 써본 나로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건 바로 '생각하지 말기!'다. 이게 직방이다. '그냥' 해야 한다.


우리 뇌는 너무도 간사해서 1분만 생각할 시간이 있어도 계획을 실천하지 말아야 할 이유 10가지 쯤을 생각해 버린다. 아, 오늘 날씨가 너무 추운데. 그래 이런 추운 날 무리하게 운동한다면 컨디션 난조로 아플지도 몰라. 건강하려고 하는 게 운동인데, 아파버리면 그게 무슨 소용이람? 그래그래, 오늘은 하루 쉬고 내일부터 하자. 이런 식이다. 이런 합리화 과정은 어쩜 그리도 단숨에 이루어지는 걸까.


'아니, 그래도 이번 주는 무슨 일이 있어도 실천하기로 했잖아?' 하고 마음 속에서 나를 꾸짖는 목소리가 올라와도 어쩜 그리도 다양하고도 타당한 이유로 그 마음이 소리를 묵살해 버리는지, 아주 변론하는 속도가 변호사 못지 않다.


그러니 아무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새벽기상을 하기로 했으면 그냥 일단 눈을 뜨고 뭔 생각을 하기 전에 이불을 박차고 침대 밖으로 나가야 한다. 아무리 날씨가 궂은 날이라도 운동하러 가야 한다. 일단 그렇게 나오고 나면, 몸이 기억하는 흐름이 있고 그대로 쭉 하면 된다. 뭔 생각을 하기 전에 몸을 움직여야 한다.






나같은 경우는 알람을 맞춰놓은 핸드폰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잔다. 침대 맡 협탁에는 책과 다이어리뿐이다. 알람을 끄기 위해선 어떤 식으로든 침대에서 일어나 테이블까지 가야 한다. 이왕 일어나서 테이블 까지 걸어간 김에 알람을 끄고 명상을 한다. 명상을 한 김에 운동복 대충 호다닥 챙겨 입고 운동하러 나간다. 그 다음부턴 자동이다. 운동하면서 흘린 땀을 씻어내는 샤워만큼이나 개운한 건 없다. 그렇게 아침을 시작하면 하루가 아주 활기차다. 눈이오나 비가오나 똑같다.


이전엔 밥을 먹거나 커피를 마시고 설거지 거리가 쌓이면 저녁까지 모아뒀다가 한 번에 했는데, 이제는 그냥 바로바로 해버린다. 어차피 설거지 거리가 그렇게 많지도 않고 그거 하는데 얼마나 걸린다고, 하면서 생각하기 전에 그냥 바로 끝내 버린다. 쌓아둘수록 뭔가 더 하기 싫어지는 마법이 일어나기 때문에 그러는 편이 속 편하다. 설거지가 됐든 빨래가 됐든 집안일을 쌓아두지 않고 그때 그때 해버리면 마음도 홀가분하고 집이 깨끗하게 유지되기 때문에 기분이 좋다.


글 쓰기도 마찬가지다. 문득 떠오르는 생각을 그때그때 잡아두지 않아 놓치고 나서 후회한 적이 많다. 나중에 좀 더 다듬어서 메모해둬야지, 하고 잊어버리기 일쑤. 다시 복기해보면 그때 떠올랐던 날 것의 표현은 어디가고 잔상만 남아 이도저도 아닌 것이 돼 버린다. 그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 내 방 곳곳엔 메모지와 볼펜이 있다. 책상과 침대 맡 협탁, 심지어 식탁 위에도. (사실 메모용 노트를 뒤집어 마우스 패드로 사용하고 있는 건 비밀이다.)  


생각 났을 때 바로 휘리릭 갈겨 쓴다. 메모지가 없는 상황이면 아이폰 메모장이나 카톡의 나에게 보는 메세지에 보내 놓는다. 그렇게 쌓인 소중한 문장들은 나를 돌이켜 보는 성찰의 기폭제가 되기도 하고 소설의 영감이 되기도 한다.






대단한 비법이라도 얘기할 것처럼 썼지만, 정말 별 거 없다. 생각하지 말기! 그냥 하기! Just do it! 나이키는 이 엄청한 비밀을 그 옛날부터 알고 있었단 말인가. 새삼 놀란다.



무튼 이 글도 떠올랐을 때 휘리릭 썼다. 다음에 이러이런 글을 하나 써야지~ 하면 나는 또 121가지는 더 되는 이유로 이 일을 미루고 말 거니까.



이상, 스스로 게으르다 생각하는 늘 바쁜 ENFJ 였습니다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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