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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이 Sep 15. 2022

처리



처리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너무 많이,

쌓였다.


그대로 방치해둘 생각은 없었는데,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다.



바빴다-

바쁘다라는 핑계면 될까.

충-분-할까.


처리의 순간이 도래할 때마다

나는 그걸 뒤로 미루고 미루고

또 미루고



몰라 몰라,

고개를 몇번 휘젓고

다시 정신없이

바쁘게

그저 그렇게 바쁘게.



바쁘면 된다


바빴다는 핑계가 있으니까.




그 사이 많은 일들이 있었고

항상 일들은 많고

일은 쌓이고


나는 해야할 것들이 있다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 것들이 아니라,


해야만 하는 것들.




그런 것들을 하다보면


시간은 정신없이 또 흘러버리고


그러면 또 나는 처리의 순간을 미루고 만다



처리, 처리, 처리

처,

리.


정리가 아니라 처리.




정리와 처리는 엄연히 다르다.


내가 하지 못한 것은 처리

내가 해야할 것은 처리



여름의 정점, 나를 강타한 그 연락은

아마도.

그 연락에 응답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던

무수히 많은 이유들은

결국 나의 선택은


내 결정은


나의 확신과 불안과 고통과 환희와 안락과 불편 그 사이


그 사이 어딘가에 머무는



처리되지 못한 그 순간들이



처,

리,

되,

면.







복귀할 수 없는 이탈은 의미가 없나

그렇다면 어떤 이탈이,

있어야하나

되어야하나


이탈은 일종의 포기

그렇다면

포기란 자유를 주나


자유

포기로 얻는 자유


그것은 만족스러울 것인가



처리에 대한 지연이 결국은

만족에 대한 지연이라

나는 불만족스러웠나


어쩌면.






처리가 아니라

정리도 확실치 못했지




모든 것을 정리해둬야 편한 내가

정리하지 못해 불편했던 것들은 무엇일까.


결국,

그저 정리만 되면

편한 것이었나



그렇다면 내가 처리하지 못한

저변에 깔린 무수히 많은 일들은 말들은 공기들은 분위기는

상처,라고 말하기 싫지만

어떤 생채기들은



사실, 나는 사실


내가 정말 정말

솔직하고 싶었지만 끝내 솔직할 수 없었던

그 한 부분은



그 부분은 처리되었나

처리되고 있나

처리할 수 있나

처리하고 나면 끝인가




보이지 않는 순간들을

말끔히 처리하고 정리하고 그런게 애초에

가능이나 할까


하지만 이 기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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