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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이 Aug 25. 2022

내가 싫어하는 담배와 그런 담배를 끝내 포기 못하는 그




내가 싫어하는 나의 연인은 내가 싫어하는 담배를 피면서 왼손과 오른손 모두를 오염시키고 만다. 결국 나는 그 어느 손도 잡지 못한채 그의 곁을 걷는다. 내가 싫어하는 담배를 끝내 포기하지 못하는 그와 그런 그를 끝내 포기하지 못하는 나 사이에 존재하는 기묘한 인력. 그 인력따위가 나를 기어코 끌어당겨 내가 싫어하는 담배와 내가 싫어하는 담배를 피는 연인의 모습과 내가 싫어하는 것을 포기 못하는 내가 싫어하는 연인을 모조리 뒤엉키게 하고 만다. 후 - 하고 내가 싫어하는 연인이 내뿜는 연기에 그런 잔상이 모두 흩어질 수 있다면 좋으련만. 그런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내가 싫어하는 나의 연인은 담배를 핀다. 나를 세워두고 내가 싫어하는 담배를. 흐읍, 하-. 흐으으읍, 하- 하고. 왜 그렇게 급해? 천천히 펴도 돼. 나는 원래 담배를 빨리 펴. 왜? 몰라. 담배 왜 펴? 몰라, 그냥 습관이랄까. 담배가 맛있어? 목을 긁는 그 매캐한 연기가 땡길 때가 있어. 그게 좋아? 몰라. 담배를 왜 펴. 몰라. 왜 얇은거만 펴, 뭐가 달라? 몰라. 내가 싫어하는 연인은 담배에 관해선 아는 게 없다. 그러면서 꾸준히 성실하게 자주도 핀다. 목소리가 변했어, 그렇게 말하면서도 참 성실하게 담배를 펴댄다. 내가 싫어하는 나의 게으른 연인은 담배에 있어서만큼은 부지런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먹고 나서, 일하는 중간 중간, 참 성실히도 담배를 핀다. 아아 나의 게으르고도 부지런한 연인.


내가 싫어하는 나의 연인은 네가 그렇게 싫어한다면 이제부터 담배 끊을게, 라고 말하고 그 말은 바람에 흩날리는 연기만큼이나 아무런 힘이 없다. 나의 연인의 연초와 전자담배와 담배 연기와 무슨 담배든 담배는 담배라는 나의 생각과 어떤 담배든 상관없이 싫은 나와 어떤 담배든 포기할 수 없는 나의 연인. 내가 싫어하는 나의 연인.


내가 끝내 사랑할 수 없는 담배 연기를 머리칼과 볼과 인중과 옷과 숨결에 묻힌 그가 내게 입맞출 때 나는 그를 싫어하리라 마음 먹는다. 내가 끝내 사랑할 수 없는 담배와 담배 연기를 마시고 내뿜고 그 숨을 섞어 나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내가 싫어하는 그. 내가 사랑하고 마는 내가 싫어하는 나의 연인.


내가 싫어하는 담배를 끝내 포기하지 못하는 그와 그런 그를 포기하지 못하는 나. 담배와 그와 그와 담배. 나와 그와 그 사이 피어오르는 담배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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