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 Judo-Girl > 내가, 내가! 외롭다고!
꿈에 그리고 그리던 유도를 한지 1년이란 시간을 보내고 흰띠에서 수많은 컬러들을 지나고 지나, 유도걸은 갈색띠에 이르게 되었다. 갈색띠라 하면 검은띠, 즉 유도 1단 ‘바로 직전’의 단계로, 검은띠으로의 승급을 도전하기에 앞서 진정으로 내 실력이 검은띠에 합당한가 고민을 해보는 시기다. 드디어 쭈다리 유도걸에게도 그런 시간이 도래한 것이다.
“과연 내 유도 실력은 검은띠에 합당한 실력인가?”
하지만 이 고민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나는 회사를 이직하게 되었고 이직한 회사의 스케쥴에 맞추다보니 한동안 유도장을 나갈 수 없었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는 성격이라(엄밀히 말하면 운동을 안해서가 아니라 운동을 하지 않음으로 살이 찌게되는 것이 스트레스다) 운동을 해야했으나, 수업 시간이 정해져 있는 유도는 퇴근이 늦어지면 빠져야 하는 수밖에 없었다. 결국 유도걸은 잠시 유도를 내려놓고 회사 적응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다면, 유도걸은 운동을 아예 포기했을까?
놉! 유도걸은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해메이는 하이에나처럼 적당한 운동을 찾기위해 방황을 시작했다. ‘적당한’이라는 수식어에 맞는 후보들은 많이 있었지만 고민 끝에 시간을 제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으며 접근성이 가장 좋은 헬스를 선택했다. 그리고 헬스는 가기 싫을 때가 훨씬 많기 때문에 강제성을 위해, PT도 등록했다.
김종국선생님께서 ‘맛있다’를 남발하며 운동을 하지 않았던가. 나는 내 소중한 근육들에게도 그 맛을 보여주겠노라 생각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헬스를 시작했다. 물론 헬스가 처음은 아니기 때문에 내 근육들에게 부끄럽지 않을만큼 잘할 자신은 있었지만, 유도인다운 엄청난 근력과 파워를 갖춘 면모를 PT선생님께도 보여주고 싶었다.
헬스 첫날, PT쌤과의 운동을 시작했다.
‘유도걸의 자존심이 있지’
생각하며 내가 가진 근육들의 힘을 뽐내고 싶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회사때문에 운동을 잠시 쉬었던 시간 동안 체력과 근력은 끝이 보이지 않는 저 바닥까지 떨어져 있었다. 그렇게 키우기는 힘들더니, 잠시 관심을 안줬더니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린 체력과 근력이 야속하기만 했다. 그래도 그나마 남아있던 실오라기 같은 근육들이 버텨줘서 나의 기대엔 미치지 못했지만 나름 재밌게 PT 첫 수업을 마치고 헬스장을 나왔다.
헬스장을 나와 집으로 돌아오는 길. 사실 유도가 그리웠다. 누군가의 체온을 느끼며(?) 상대를 맞잡고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차디찬 금속 성질의 운동 기계를 붙잡고 나 혼자의 싸움을 해내야 하는 헬스. 딱딱한 금속을 잡다보니 손바닥에 굳은 살이 생기기까지 하는 이 운동을 하며 나는 문득 외로워졌다.
PT쌤과 헬스를 하는건 운동 기구를 제대로 배우고 근력운동에 대해 제대로 배울 수 있어서 즐겁긴 했지만, 그래도 금속이 아닌 상대의 깃을 잡고 운동하며 상대의 수를 생각하고 고민하며 운동하는 유도가 그리워지는 밤이었다. 많이 떨어진 근력을 키워 다시 유도로 복귀하는 그날, 이 외로움을 기억하며 나와 상대를 해주는 모든 유도인들에게 감사함을 가지겠노라 생각하며 쭈다리 유도.. 아니 쭈다리 헬스걸은 집으로 돌아왔다.
외롭지만, 그래도 다시 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