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심>은 누가 읽어도 재미있을 것입니다. 특히, 마지막 연에서 "흑심"이 품은 두 가지의 의미가 겹치는 순간을 경험하면 감탄이 나옵니다. 아닐수도 있지만, 저는 그랬습니다. 알다시피, "흑심"은 의미가 겹쳐있습니다. 하나는 '연필의 검은 심', 다른 하나는 '엄마의 검은 속내'입니다.
두 의미가 이토록 자연스럽게 겹칠 수 있는 이유는 말의 선택과 배치에 있습니다. 그냥 흑심이 아닙니다. "뾰족한 흑심"입니다. 엄마가 연필을 깎아 주며 말을 한 것이니, 연필은 뾰족한 형태입니다. 엄마의 '검은 속내'도 뾰족합니다. "공부 잘해서 성공해라!"는 아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가 원하는 아이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보통의 동시에서는 공부를 강요하는 부모와 아이가 대립구도에 있기 마련입니다. 공부를 해서 얻는 성공은 아이의 바람이 아닌, 부모의 욕망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시는 둘의 상반된 입장이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웃음과 유머 입니다. 엄마의 검은 속내가 연필심처럼 살짝 삐져나왔습니다. 엄마의 속내를 알아 챈 아이의 모습이 보입니다. 뜨끔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합니다. 이제라도 흑심을 잘 숨겨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