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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O낙 Aug 30. 2022

2. 첫 번째, 내 이름은 마이티 토르 야.

타이카 와이티티 <토르 : 러브 앤 썬더(2022)>


영화 속에서 제인은 본인을 "레이디 토르"라고 부르는 고르를 향해 본인을 "마이티 토르"라고 칭한다. 형용사 "Mighty"란 '강력한, 거대한, 힘센'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만일 제인이 "레이디 토르"라는 이름을 가지고 세상에 나오게 됐을 때를 생각해보자. 이 영화를 보고서 제인이라는 인물에게 동경을 갖게 된 어린 관객들은 "레이디 토르"를 꿈꾸게 될 것이다. 그러나 "레이디"라는 단어에는 여성이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기에 오직 여자아이들에게만 주어지는 역할로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마이티 토르"라면 어떤가, 강한 힘을 가지고 싶은 모든 아이들이 똑같이 동경하고 꿈꿀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영화를 볼 때, 모든 영화가 오직 어른만을 위해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사랑"을 주제로 한 이번 영화는 마치 동일한 마블 시리즈의 "이터널스"를 떠올리게 한다. "이터널스"의 영웅들이 인간을 사랑해서 그들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것처럼, 토르는 자신의 공허한 부분을 사랑을 통해 채우고자 한다. 어느 어벤져나 그랬듯이 '영웅'이라는 이름을 지키기 위해 포기해야 했고 잃어야 했던 수많은 것들을 뒤로한 채, 토르는 자신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을 찾아서 떠난다.  "러브 앤 썬더"는 "라그나로크"와 "엔드게임" 사이에서 사라져 버린 토르 시리즈만의 특징을 다시 되찾아온 것만 같은 영화였다. 토르의 곁에는 새로운 동료가 생겼고 그는 특유의 여유로움을 되찾았다. 혼자가 아닌 동료들과 함께 싸우고 본인이 원하는 것을 위해 달려 나간다. 내가 사랑해 온 토르 시리즈는 그런 것이었다. 똑똑하진 않아도, 용기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곤경을 헤쳐 나가는 히어로 영화인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토르는 너무나 많은 것을 잃어왔다. 사랑하는 연인을, 동료를, 심지어는 가족까지도. 그런 토르에게 있어 이번 영화는 마치 그를 위로하는 듯했다. 주저앉지 않고 달려온 그를 위해 또다시 사랑할 수 있는 기회를 내려주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불어넣어준다. 그 사랑의 결실이 바로 고르의 딸이자, 토르의 딸인 "러브"이다.


"러브"의 등장은 다른 어벤져 시리즈가 그렇듯이, 후대 어벤저스를 꾸려나가기 위한 마블의 장치일 것이다. 지금까지의 어벤저스를 사랑하고, 그들의 걸음을 봐왔던 팬들이라면 아쉬울 수밖에 없는 이별이다. 그렇지만 이 영화를 시작으로 영웅을 꿈꾸는 어린아이들이 있을 것이다. 마치 우리들이 그랬듯이 새롭게 등장하는 영웅들의 행적을 보며 함께 자라고 동경하며 꿈꾸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이제는 어른들이 양보해 줘야 할 차례이다. 이번 영화는 어른이 아닌 "러브"와 비슷한 나잇대의 또래 친구들에게 바치는 작품이다. 나이가 어려도 토르처럼 싸울 수 있고 용기를 낼 수 있다. 본인의 한계에 부딪히지 않은 채, 더 넓은 세상으로 달려 나갈 수 있다고 그 어떤 히어로 영화보다도 히어로 영화다운 조언을 해주고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러브"들은 모두 번개를 가지고 태어난 '마이티 토르'일 것이고 앞으로 세상을 이끌어 갈 누구보다도 용감한 영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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