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기록
위대한 개츠비를 읽고 있는 지금, 나의 시골집 창문 밖에는 자연이 흐드러지게 늘어져 있다. 이번 주는 가족들과 캐모마일 꽃을 따서 말리고, 향긋한 차를 만들었다. 데이지의 어린 세상이 “난초 향과 쾌활하고 명랑한 속물근성 냄새로 가득”했다면, 지금의 내 삶은 손의 지문 사이사이 가득히 하얀 캐모마일 향기가 박혀져 있다. 지금,『위대한 개츠비』의 내음도 내 마음 속 사이 사이 깊게 박힌 느낌이다.
‘틀림없는 단 하나의 초록색 불빛’. ‘창문 너머로 사라진 누군가’. 개츠비가 바깥을 응시하는 창문은 안이 선명하고 빛나게 투영되지만, 결코 눈빛과 손가락의 촉감을 교류할 수 없다. 이것은 우리의 답답하고 기나긴 화상 수업처럼 모든 것이 화사하게 보이지만, 아무것도 뚫을 수 없는 불투명의 유리 모양이다. 네모난 화면의 미디어처럼 화려한 저 누군가가 무엇을 아름답게 소유했는지, 아름다운 너가 무슨 옷을 입었는지, 멋진 너가 누구와 함께 존재하는지, 향긋한 너가 무엇을 맛있게 먹는지. 완벽한 너의 모든 것을 시각적으로 생생하고 선명하게 시청할 수 있지만, 그것을 직접 피부와 온도로 절대 경험할 수 없다는 사실을 불처럼 불타오르듯 일깨워준다. 창문 안과 밖의 나는 결코 너와 가까워지거나 안을 수 없다.
누군가에게는 환히 빛나는 창문이 개츠비를 가두는 방과 집이 되기도 한다. 『위대한 개츠비』의 대저택이 바로 그런 호화롭지만 꽉 막힌 궁전의 완성을 보여준다. 개츠비는 수백 개의 거대한 유리창으로 뒤덮인 비싼 저택을 소유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소유물에서 소외감을 느끼고, 찬란하고 반짝이는 파티를 열지만 파티를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 속이 훤히 비치도록 번쩍번쩍 빛나는 유리창들은 오히려 개츠비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차단하고, ‘바깥이 그를 바라보는 시선’만을 오돌토돌하게 밤송이처럼 도드라지게 한다. 모두들 개츠비에 투닥투닥 엄청난 뒷담화를 하지만, 정작 개츠비는 누구에게도 자신의 속마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투영하게 보이지만, 결국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 거대한 방에 갇힌 개츠비. 사람들은 유리창에 비친 개츠비를 부러워하기도 하고, 신사로서 신비스럽게 여기기도 하지만 개츠비 본인은 그 아름다운 큰 저택에서 어떤 만족감도 느끼지 못한다. 그의 사랑하는 여인 데이지를 되찾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갑부가 되었지만, 정작 그 아름다운 저택의 안주인으로 이미 다른 사람의 부인이 되어버린 데이지를 강제로 이곳에 데려올 수는 없었던 것이다.
친구와 여행을 하고 있는 차가운 겨울날, 나는 창문 너머의 가족이나 따뜻함을 보면서 나도 꼭 따뜻한 가족과 집을 만들어야지 다짐하곤 했다. 창문 너머는 나의 것이 아니다. 언제나 바깥에서 창문 안쪽을 엿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창문은 ‘가질 수 없는 세상’를 상영하는 무의식의 화면이 된다. 유리창은 내가 가지고 싶은 창, 내가 영원히 찾아야만 하는 꿈, 내가 결코 되찾을 수 없는 것, 어쩌면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어떤 세계를 광고하는 화면이 된다. 내가 보는 이 여행의 창문은 나에게 말한다. “창문 너머로 와. 창문 너머에는 따뜻한 세상이 있어. 창문 너머에는 안락하고 포근하고 배부른 세상이 있어. 이 세상을 위해서 노력해. 너가 원하는 미래를 위해서 노력해”
나의 창문은 내 작은 환경의 세상에만 갇혀 있지 말라고. 또 다른 세상을 향한 궁금증을 포기하지 말라고 말한다. 어떤 창문은 꽉 닫혀서 바깥의 추위를 막아준다. 어떤 창문은 활짝 열려서 싱그러운 자연의 바람을 인간에게 불어넣어준다. 어떤 창문은 바깥 세상을 향한 욕망으로 소리친다. 어떤 창문은 슬퍼하는 자를 위한 그리움이 된다. 어떤 창문은 하얀 입김을 부는 아이들의 즐거운 그림터가 된다. 어떤 창문은 우리가 되고 싶은 미래를 보여준다. 어떤 창문은 당신과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의 삶과 함께하는 것은 행복한 일이라고 말한다. 내가 사랑하는 에밀리 브론테의『폭풍의 언덕』 의 창문은 마음이 아픈 고통을 속삭인다. "히스클리프, 히스클리프. 나 좀 들어가게 해 줘." 우리네 모든 窓은 서로 다른 목소리로 말하고 있다. 나 자신을 보라고 한다.
F. 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민음사, 2003.
2020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