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책기록

by 물결


시읽기는 다람쥐처럼 도토리를 모으는 일. 나중에 발현될 영양분을 저장하고 섭취하는 일. 시읽기는 걷어낼 문장이 없는 글의 농축과도 같아서 항상 마음 동동 두드리며 기다리는 순간이다. 나의 마음은 향상 시를 향해 기대하는 마음으로 돌아서있다.


반복이 우리를 자라게 할 수 있을까 진심을 들킬까봐 겁을 내면서 겁을 내는 것이 진심일까 걱정하면서 구름은 구부러지고 나무를 흘러간다 (중략) 찌르는 것 휘어감기는 것 자기 뼈를 깎는 사람의 얼굴이 밝아 보였다. (중략) 무릎이 깨지더라도 다시 넘어지는 무릎 진짜 마음을 갖게 될 때까지 p.16~17.


community meetimg에서 이야기 할 것이 하나 더 늘었다고 생각했다. 반복하는 오늘을 사는 우리는, 반복 속에서 성장하고 향상하고자 한다. 생각해보면 나의 모든 만족과 행복은 내가 최선을 다해 노력했을 때였다. 최선을 다해서 공부한 고등학교, 최선을 다해서 열기를 올렸던 대학교의 쪽글 속에서 나는 점진적으로 향상되어 나아가는 결과를 자아냈던 것이다. 반복 속에서 모멸과 지루함에 시선을 빼앗기지 않고, 반복 속에서 늘 노력하는 시간을 쌓아 올려야 한다. 하루의 고단과 노력이 아무것도 아닐지라도 눈송이처럼 쌓여서 나를 채우게 할 수 있다. 결국 질문은 이런 형태여야 했다. “반복하는 오늘을 사는 우리는, 어떻게 yip에서 시간을 보내야 소중하고 알찬 시간을 보냈다고 말할 수 있나요? 누군가 조언이 있다면 말해주면 좋겠어요.”


우린 모두 연결되어왔어. 그럴 때마다 이상한 기분에 휩싸였어. 그런 날이 자주 왔어. (중략) 웃음이 많은 사람은 어딘가 외로워 보여. 곁이 너무 환해서 점점 더 어두워지는 오후. (중략) 떨어지기 직전의 열매를 만난다. 부리와 잎이 가장 멀어졌을 때, 어제와 내일이 가장 멀어졌을 때. 툭. 신기해. 오늘이 오는 시간. p.21.


웃음이 많은 사람들은 어디인가 외롭고 불안전해 보이는 것은 왜일까. 웃음은 나눔을 바라고, 내 곁의 이들이 마음을 내어주길 바라는 제스처이다. 웃음은 나눔의 성격이 포괄되어 있다. 웃고 있는데 나는 웃지 않으면 무엇인가 어색함이 스멀스멀 올라오기에, 웃음은 우리에게 자주 공감을 청한다. 어쩌면 그런 이유일지도 모르겠어. 침묵이 익숙해 보이는 사람은 강인한 사람인 것 같고, 슬퍼 보이는 사람은 뿌리가 있는 사람인 것 같고, 화내는 사람은 날개를 활짝 핀 공작새같고, 지루한 사람은 세상의 다른 면모를 알아서 일지도 모르겠다.


궁금해. 사람들이 자신의 끔찍함을 어떻게 견디는지. 자기만 알고 있는 죄의 목록을 어떻게 지우는지. 하루의 절반을 자고 일어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중략)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은 어떻게 울까. p.24.

사람들이 견디며 살아가는 이야기는 들는다면 지구 한바퀴를 들어도 모자랄 것이다. 불안과 견딤과 어두움과 슬픔은 때로 나를 고통스럽고도 개운한 발걸음으로 나아가게 한다. 어렸을 때부터 바른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사명감을 나의 모든 어른 시절을 채웠고, 그것은 지금도 다를 바가 없다. 절망 속에서도 피어오르는 사람들이 좋다. 아스팔트 틈 위에 피어난 꽃이 참으로 가엽다. 이를 앙다물고 참아내는 사람들이 대견하다. 쾅- 하고 부딫히면 끝나는 것임을 알지만, 나아가서 자신의 몫을 다하는 이들이 부럽다. 순수한 이들이 가장 사랑스럽다.


얼굴 위로 얇은 이불을 덮으면 나는 조금 위로받는 기분이 된다. (중략) 이 집에는 아픈 사람이 있다. 아픈 사람이 있는 집 아이는 슬픈 표정을 숨길 줄 안다. p.41.


가정사는 숨겨야만 했고, 숨기는 것이 편안했다. 숨겨서 사라진다면 참으로 좋을텐데, 해결하지 않고 덮어두면 배여나오는 핏물이 있다는 것을 어른이 되어 처음 알았다. 그리고 그 물이 목까지 차올라 숨이 막혀서 눈물이 나올 수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몸만 어른이 되어버린 이를 용서하고, 사랑해야 하는 책임감이 더 나이가 든 어른에게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되풀이되지 않게 하고 싶다.


고요를 알기 위해선 나의 고요를 다 써버려야 한다고. 가두어둔 물. 멈춰 있는 몸. 움직이지 않는 손가락. 버티기 위해선 버틸 만한 곳이 필요했다. 눈동자가 흔들릴 때. 몸은 더 크게 흔들린다. 중심을 잡기 위해 비틀거리는 몸짓. p.45.

나는 고요를 좋아한다. 평정심. 창문 밖, 나무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움직임. 소리 없이 짓는 웃음. 좋아하는 이와 전화하며 들려오는 적막. 사람들의 눈빛. 사랑스런 것들. 음악의 쉼표가 좋다. 그리고 그것을 이해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반갑다.

손으로 밥을 먹고, 손으로 등을 쓰다듬고, 손으로 얼굴을 매만지는 일. 이런 게 가능해서 새벽마다 해가 노랗게 뜬다. p.48.


직장을 다니며 사회인으로서 지낼 때는 감정과 몸의 감각을 제어하거니 무시하는 방법을 터득해야만 했다. 아픈 것은 나를 잘 통제하지 못하는 것처럼 받아들여질 때 슬프다. 그래서 서울에서 나의 가방은 잠시나마 혹은 하루동안 아픔을 잊는 약들로 가득했다. 덴마크에서 배운 것처럼 아플 때, 아플 수 있는 사회가 되길 희망한다.


차갑거나 뜨거운 양손. 많이 사용한다고 해서 따뜻해지는 것은 아니듯이. p.54-55.

많이 배우면 배울수록 따뜻한 마음을 저절로 갖게 되는 것은 아니다. 따뜻한 사람이 되는 여러 방식을 익힐 수 있어도 그것이 행동으로 바로 발현되는 것은 아니다. 배우는 것을 습득하여 실천하는 것까지가 지식인의 진정한 모습이다.


습기와 슬픔이 구별되지 않는 팔월. 매일 같은 자리 같은 공간에 있었다. 튀어오르지 못하는 공은 구르다가도 멈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자기 기도에 얽매이면 안된다고. 마지막은 늘 그렇게 끝났다. p.60.


명주 언니와 나는 팔월에 만났고, 하이얗고 착하고 순수한 명주 언니는 나에게 이 시집을 선물해 주었다. 그리고 나는 캐리어에 생태학 책과 이 시책을 넣고 한국을 떠나왔다. 명주 언니는 나의 슈퍼 파워이다. 나에게 많은 특권을 있다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그 특권은 책임감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특권을 나의 기도와 타인을 위한 기회와 나눔으로 사용하고 싶다.


슬픔이 숲에 가득 찬다. 숲을 보고 있다. (중략) 너의 눈빛은 돌 같아. 바위 같아. 그 안이 다 보인다. 집 안에서도 배를 맞고 서 있었다. 흠뻑 젖은 내가 너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자라서 시체가 될까. 제대로 말하는 법을 배우고 싶어. p.84-85.


제대로 하는 법을 배우고 싶다. 표현하는 것은 중요하다 생각한다. 나의 감정을 제대로 말하는 법, 제대로 글쓰는 법, 아침에 스르르 잘 일어나는 법, 양치와 샤워로 하루를 제대로 마치는 방법, 선크림과 로션을 잘 바르고 습관화하는 방법, 글을 제대로 읽는 방법, 제대로 헤아리는 방법, 제대로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다. 비록 나의 끝에 내 몸이란 시체가 있더라도, 배운 것을 실천하며 살아가고 싶다.

2025年 10月 9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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