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IMA」

영상 기록

by 물결


Thom Yorke, Paul Thomas Anderson, 단편/음악, 15분, 2019.


https://vimeo.com/353437800






철컹철컹

익숙한 지하철의 소음이 들리고

터널 안 지하철이 운행한다.


지하철 안에는

어두운 옷을 입고 똑같은 동작을 하는

무표정의 사람이 앉아

삶의 노을로

유유히 유영하고 있다.


모두들

안개에 젖어든 눅진한 어둠으로

자신의 눈을 순순히 감아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순응한다.


흐르는 눈빛에 담긴 찰나

물의 촉감과

물갈퀴를 교류한 이는

꿈을 집어

눈꺼풀을 떠올리려 노력한다.


한 걸음 한 걸음

하얀 평지를 통과하는

오늘의 노동자

예절의 옷을 입은 초년생

비슷한 무늬를 가진 시민

현대 사회를 사는 군중

바로 곁의 타인

내가 담겨 있는 나의 몸


날마다 새롭게 빚어지는

빛과 어둠의

어스름한 안개 속 시간에

지상과 지하로

홀연히 이동하는 이


매일마다

오늘을 위해

내일을 위해

한 달 후를 위해

나를 위해

가족을 위해

아끼는 이를 위해

책임을 지기 위해

동일한 몸을 재현하는 노동자


눈을 감은 모든 사람이

웅장하게 움직인다

우리 덕분에

이 사회가 유지되어요


그들은

이마에 대고 엎드렸다가

한 손을 턱에 괴었다가

두 손을 얼굴에 올렸다가

얼굴을 다른 방향으로 돌린다


우린

아침에 몸을 일으키고

어푸어푸 세수를 하고

세 끼 밥을 따끈이 먹고

직장에 저벅저벅 출근하고

집으로 뚜벅뚜벅 퇴근하여

졸린 눈을 새근새근 잠재워요


그들은 말한다.

눈을 살포시 감고 있으니

이것은

나의 살결과 닿은

청자빛 아롱거리는

꿈일지도 몰라


쿵 쿵

검은 그림자가

뭉툭한 연필로 필기한다.


노동으로

꿈이 이루어질지도 몰라

꿈으로

노동이 이루어질지도 몰라


눈을 뜬 이는

꿈의 상자를 받아

사르르 사르르

균열을 보이기 시작한다.


보이지 않는

바람의 제어를 받고 휘리릭

허공을 헤맨다.


똑같은 방향으로 가는

세로 가로의 사람들을

거슬러 올라간다.


눈을 떠서

세상을 마주한 그는

분절된 노동

세어지지 않는 날

환산되지 않은 시간

인정받지 못한 사람

속하지 못한 누군가

자신의 길을 찾으려 하는 열정

무모하고 아름다운 사랑


악보의 통 통 스타카토처럼

현실의 자석에 이끌려

땅을 짚으며 돌진하는

그림자가 말한다.


열심히 움직이는 우리가

여기 있어요

우리를 희석하지 말고

기억해 줘요


마주치는 세계에서

눈을 뜨려고 끊임없이 노력하자

땅과 하늘을 분간하기 어려운

종이 폭풍이 몰아친다.


종이돈이 부족하거나 없는 인간도

명함 없는 누군가도

한 장 이력서 없는 이도

모두 나와 같은 애뜻한 사람이야

모두 모래 폭풍에 흔들리는 사람이야


중요한 것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명민한 삶과 더불어

정직한 나의 사랑을

세상에 교류할 것인가


끝끝내

남겨진 것은

너의 온기와 기운

너의 우정과 희망

대지에 뿌려진

너의 풍요로운 마음씨

거미줄 안 영롱한 이슬처럼

생애에 아롱아롱 새겨진

귀중한 무언가들


거슬러 올라갈 때마다

절대적인 시와 때

정해진 틀과 나이는

어슴푸레 더듬더듬 무감각해진다.


온갖 바람이 불고

중력이 머무는 곳으로 다가가

다채로운 이야기가 모여드는

하수구에 머문다.


모두가

안쓰럽고 비련하고 사랑스러워

바닥에 얼굴을 맞대고

눈을 뜨며

담담히 느낀다.


지하철에서

눈빛을 소통한 나는

너와 다시 만나

손을 따스하게 잡는다.


서로의 지문으로 얼굴을 쓰다듬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소통하고

하늘거리는 춤을 춘다.


이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나는

끔찍히 애정하는 너와

이상과 현실의 버스를 타고

스르르 단잠을 잘 거야


하늘로 솓아가는 나비가

포르르

얼굴의 그림자로 날아들고

맑은 햇살이 비춘다.

온화한 날이 밝아온다.



2022年 3月 2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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