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울면 무지개연못에 비가 온단다
비를 좋아하는 나이가 됐다.
담임선생님에게 일기를 검사맡던 초등학생쯤엔 비가 싫었다.
그게 왜 그렇게 싫어서
비에 대해 뭐라고 험담을 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내 일기장에 선생님은 이렇게 답글을 달아 돌려주셨다.
비가 내리는 것이 꼭 나쁜 일은 아니야.
더러운 것들을 씻어주기도 하잖니.
그때는 이해하지 못하던 멜랑꼴리함에 어느새 익숙해졌는지
이제는 비가 좋다.
비가 오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진 않지만
내내 좋은 날씨를 즐기다가 비가 오면
오래된 동창을 만난 것처럼 반가워진다.
비가 오는 날을 위한 플레이리스트도 있다.
내 나름의 비를 반기는 방식이다.
나만 아는, 혹은 나도 다는 모르는
내 소중한 슬픔이 우연히 드러날때마다
상대의 미세한 반응에 여전히 수치심을 느끼곤한다.
판 적이 없는 걸 판 느낌이 들어..그것도 헐값에.
안되겠다. 앞으론 더 꽁꽁 숨겨야지. 절대 실수로라도 드러내지 말아야지.
빗장문을 한층 더 단단히 걸어잠그리라
굳게 마음을 먹고 잠들었지만
우산을 펴들고 빗속을 걸으며 마음을 고쳐먹는다.
모든 수치심이 다 씻길때까지 비를 한번 맞아보고 싶어.
옷도 젖고 가방도 젖고 마음도 젖을 때까지
창피한 줄 모르고 속옷까지 다 젖을 때까지
비를 맞으러 돌아다니고 싶어.
더 이상 씻어내릴 게 남지 않을때까지
젖으면 고장나는 것들은 다 잠시 버려두고
비를 맞고 다니는 나를
한심하게 쳐다보는 시선들은 미처 못본척하고서
한껏 물장구를 치고
웅덩이에서 헤엄도 치다가
한껏 무거워지고 한껏 추워하다가
예전에 미처 다 못맞은 것까지 오래오래 다 맞아서
그래서 어느샌가 비가 그치고 뜬 무지개 사이에 우연히 서있게 될 때까지.
이번 여름엔 기필코 장화를 하나 마련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