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자에게 잠을 주심

사람이기를 잠깐 멈추고 싶을 때

by 에밀리

잠이 많아졌다.

아침에도 졸립고 밤에도 졸립다.

걸어다니면서도, 버스에 타서도 졸립다.

감기에 자주 걸리면서 감기약도 많이 먹는다.

콧물약은 너무 졸립다고 했더니

아빠는 많이 자라는 뜻이라고 했다.


졸린 상태에서 보는 세상은 약해빠졌다.

책을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내가 어디에 있는지 뭘 하고 있는지

자꾸만 생각해야한다.


늘 이렇게 졸립던 시절은 갓 고등학교에 들어가

야간자율학습에 적응하던 무렵이던가

그때처럼

잠을 깨려고 부던히 노력하지 않는다.

잠을 자고 일어나면 꽤 기분이 좋다.

치열하게 맞서던 세상이 한결 포근해져있다.

무언갈 낫게 하기 위해서는 잠이 필요했었나보다.


경영관에는 낮잠을 잘 수 있는 휴게실이 있다.

뭐가 그렇게 피곤한지

늘 예쁘게 치마에 부츠에 발끝까지 차려입고는

어디에나 널부러져

한숨 푹 자고 덜깬 부스스한 얼굴로

수업에 오던 친구가 알려줬다.

나도 한번 그렇게 살아보고 싶어서

휴게실에 갔을땐

이미 그 친구가 잠들어 누워있었다.


이게 그렇게 쉬운가

나는 곁에서 한참을 눈을 뜬 채 누워있다가

시간낭비라고 생각하며 문을 나섰다.


쉽게 잠에 드는 사람들이 늘 부러웠다

쉽게 사는 것 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감기약에 의지하니 드디어 삶이 조금 쉬워졌다.

휴게실에 내려와 한숨 자고 나니 벌써 날이 저물어있다.

나름 흥미진진한 꿈도 꾸었다

걸어나오면서 모두 잊어버렸지만.

가족들이 날 찾는 꿈이었었나


내가 사랑하는 시인은 낮잠을 이렇게 말했다.

사람이기를 멈추고 쉬는 시간


아직도 졸립다.

얼른 집가서 또 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