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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 속의 첫 만남 미국 샌프란시스코

꽃보다 따님 미국 1편 / 샌프란시스코

by 이순열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처음 내딛던 그날의 인상을 지울수가 없다.


출장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들린 그곳은 자정을 넘긴 시간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오싹한 바람이 온몸을 휘감던, 낯선 이방인에겐 두려움 마저 들게하던 장소로 마음속에 새겨졌다.


파트너 회사가 있는 캘리포니아의 작은 도시 파소노블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비행기로 한시간이면 갈 수 있었지만 캘리포니아의 광할한 풍광을 눈으로 담고 싶어 비행기 대신 기차 암트랙(Amtrack)을 선택했다.


여객 운송보다는 관광이 목적인 듯 럭셔리한 식당칸과 하늘이 보이는 객실을 갖추고 대부분 노선이 태평양을 마주하고 느긋하게 해안선을 달렸다.


캘리포니아의 광활한 자연을 창밖으로 바라보다 보니 예닐곱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남부 샌디에고에서 새벽 출발해 북부 종착역인 시애틀에 다음날 이른 새벽 도착하는 퍼시픽 익스프레스는 이름만큼 낭만적인 구간일것 같다.


훗날 기회가 된다면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의 남과북으로 이어지는 해안선을 끼고 종단하는 이 노선을 끝에서 끝까지 타보고 싶다.


샌프란시스코까지는 기차가 연결이 안되는지 자정이 다가올 즈음 오클랜드에서 하차하라는 방송에 놀라 황급히 셔틀버스로 옮겨탔다.


얼마를 가다보니 바다를 가르지르는 현수교가 보여 샌프란시스코의 상징 금문교를 통과 하나 싶었는데 익숙한 붉은색이 아닌 흰색이라 금문교가 아닌 다른 다리임을 눈치챌 수 있었다.


외딴 부두가 종착지인 듯 승객들을 쏟아붓고 버스가 떠나가자 인적하나 보이지 않는 스산한 거리에서 어느곳 으로 발길을 향해야 할지 두려운 마음이 가슴의 떨림으로 이어졌던게 샌프란시스코의 첫 인상 이었다.



수년후 패키지 상품에 몸을 맡긴 우리 부부는 우편 엽서속에 항상 등장하는 그곳의 명물을 찾아 금문교의 조연이 되어 스틸사진으로 남겨지기도, 그곳의 추억을 재 확인 받기 위해 관광객을 위해 백년이 넘게 거리를 지키고 있던 전차에 매달려 가파른 언덕을 오르내려야 했다.



이번에 샌프란시스코를 찾게 된것은 동안 왕래가 빈번치 않았던 사촌누이의 초대에 의해서다. 딸과 함께 공간 이동한 우리는 이전과는 또 다른 그곳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앞의 골목길을 누비며, 그 곳 최고의 맛난 아이스크림 집이라는 곳에서 질소가스로 즉석으로 만든 천연 민트향이 톡톡 터지는 아이스크림에 의해 입속의 감각이 자극 받고, 그곳의 허름한 커피집 담벽에 기대어 향내가 풍성한 키피를 마시며 일상의소소한 기쁨을 느낄때면 그곳은 예전과는 다른 그곳으로 다가온다.



샌프란시스코의 센트럴시티에서 멀지 않은곳에 위치한 누이가 살고 있는 다운타운은 우리가 보기에는 그리 화려하거나 고급 주택가로 보이진 않았지만 샌프란시스코의 청담동으로 불릴만큼 고급 주택가라고 하였다.


조용하고 오랜 전통이 묻어나는 건물들이 이 동네가 나름 품격을 갖춘 동네임을 알 수 있었다.

대학시절 어학연수차 머물렀던 영국 런던의 주택가에 온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킬 만큼 영국의 건축물과 많이 닮았다.



누이 동생이 살고 있는 집으로 들어와 보니 부엌 딸린 거실에 방1개 구조의 약15평 크기의 다세대 주택으로 보였는데 월세가 3천불이 넘는다고 하니 귀를 의심할 지경이다.


미국에서 50만불이면 수영장 딸린 저택을 상상했던 나로서는 비롯 중심지역이다 하더라도 우리나라 조그만 다세대 주택 수준의 허름한 아파트가 100만불 이상을 주고도 사기가 힘들다고 하니 그곳의 부동산 상황이 서울의 강남 못지않게 심각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과 같은 광활한 땅을 가진 나라에서도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 같은 대도시에서의 산다는것은 서울 못지 않게 녹녹지가 않음을 느꼈다.


사촌누이의 경우에도 미국의 명문 대학인 브라운대를 졸업하고 모두가 선망하는 IT기업인 트위터에 입사해 초봉이 8만불 정도니 우리기준으로 보면 상당한 고액의 연봉자다.


그러나 40% 가까운 소득세와 년 4만불 가까운 월세 및 생활비를 제하고 나면 손에 쥐는것은 거의 없다는 소리를 들으니 미국에서의 생활도 만만치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샌프란시스코 중심부에서 오클랜드나 버클리 외곽으로 가면 주거 비용을 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는 하지만 비즈니스로 만나는 사람들과의 사교 모임때문에 늦은 시간 이동이 불가능하여 높은 주거비를 감수하면서 중심부에 살 수 밖에 없다하니 집 문제는 한국이건 미국이건 풀기 어려운 신의 영역인가 보다.


지도를 보니 바다로 둘러쌓인 작은 반도에 위치한 샌프란시스코의 지형적 한계가 부동산 값을 우리의 강남 요지처럼 끌어 올린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영화의 주요 무대로 등장하는 샌프란시스코 이기에 낯선 이방인 이지만 거리 풍경이 매우 익숙하게 다가왔다. 언덕과 언덕으로 이어지는 지형에 빼곡하게 들어선 고급주택은 우리에게 빈곤의 상징인 달동네와는 다른것이어서 참으로 이색적인 풍광 이었다.



미국에 갈때면 경유지로 인식되던 샌프란시스코가 이번 여행에선 목적지가 된것은 사촌누이 덕분 이었다.


큰 세상에 대한 동경을 안고 중학교때 홀홀 단신 미국에 유학와서 어린나이에 문화적 충격과 인종적 편견을 극복하고 미동부 아이비리그 명문대학들중 하나인 브라운대학을 졸업한것도 대단한데 미국인들도 선망하는 실리콘 밸리의 IT 기업에 입사를 하였다니 참으로 대견스러운 일이 아닐수 없다.


누이의 회사 점심 초대에 사무실을 방문해보니 8만불 이상의 초봉보다 부러운것은 자유 분방한 회사 분위기다. 출퇴근 시간은 자유롭고 신입이면서도 CEO와도 격의없이 대화가 이루어지고, 식당에는 언제나 먹을 수 있는음식이 24시간 넘쳐나고.. 사실 사무실 외적인 모습은 우리와크게 달라 보이진 않았다. 그러나 내면은 분명 우리와는 차이가 있어 보였다.


상사에게 눈치보며 경직 되었던 나의 신입시절과는 분명 달랐으니.. 자유롭지만 자율적인 근무 환경이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혁신의 사고로 이어져 지금의 애플을, 구글을, 마이크로소프트를 만든 토대는 아닐까 ?


오랜 시간전 기숙사 방 한켠에서 외로움과 싸우며 책과 씨름하던 한소녀의 성취에 박수를 보낸다. 아메리칸 드림의 성취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그 끝은 미국 주류사회에서도 인정받고 존경받는 자랑스런 한국인이 되기를 바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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