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기 5편 / 이탈리아 아말피 소렌토 폼페이
파도가 거세게 몰아치는 수백미터 바위 절벽의 굽이치는 2차선 좁은 도로에서 자동차를 몰아보는 것은 경험 많은 이 지역의 베테랑 운전사가 아니면 어려울 것 같았다.
버스의 맨 앞자리에 앉으니 좌회전 할 때마다 절벽 너머로 몸이 쏠려 바다로 팅겨져 나갈듯한 느낌이 들어 가슴이 섬짓하다. 놀이 동산에서 놀러코스트를 탈때의 스릴과는 다른 실제 상황이다. 운전기사가 졸거나 실수를 한다면 절벽 아래 아찔하게 보이는 바다 속으로 추락할 수도 있다는 상상이 심장을 오그라들게 만들었다.
이탈리아 미항으로 유명한 나폴리 근교에 위치한 아말피에서 소렌토에 이르는 수백미터 높이의 절벽 중간에 만들어진 해안도로는 경이 그 자체다. 오죽하면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죽기전에 꼭 가봐야 할 곳이라는 했을까?
피렌체에서 밤새 기차를 타고 새벽녁에 도착한 항구도시 살레르노에서 버스를 타고 소렌토로 수십키로의 절벽 해안도로로 이동하면서 중간 지점에 위치한 아말피에 잠시 내렸다. 좁디 좁은 협곡을 따라 소박하면서도 아기자기한 멋을 지닌 성당 및 상점, 레스토랑, 호텔등이 밀집한 모습에서 다른 이탈리아 도시에서 보지 못한 색 다름이 느껴졌다.
앞으로는 지중해가 펼쳐지고 뒤로는 수백미터 높이의 절벽이 끝없이 이어지는 천혜의 요새에 협곡을 따라 왕국이 건설되었으니 적들이 감히 접근하는것이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를 방패 삼아 아말피가 중세때 베네치아 못지않은 해양 왕국으로 명성을 떨친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어둠이 드리워지면 절벽 사이 사이에 자리 잡은 작지만 아름다운 원색의 집들에 하나 둘씩 불들이 켜지며 하늘에 은하수를 뿌려놓은 듯 반짝이는 모습은 상상 만으로도 황홀 하다. 절벽의 좁은 틈 사이에 위치한 호텔에 수영장까지 만든 모습을 보노라니 이탈리아가 왜 관광 대국으로 불리는지 알것 같았다.
하늘에 드리워진 구름사이로 태양이 바다를 비추니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파도의 군무가 황홀경을 연출한다. 하루를 머물지 못하고 스쳐지나가는 마음이 아쉬울 따름 이다. 다시 이곳에 오게 된다면 절벽에 위치한 호텔의 발코니에서 하루종일 새벽부터 석양이 드리우는 저녁까지 지중해의 에메랄드 빛 푸른 바다만 바라보며 하루를 보내고 싶다. 향내 가득한 카푸치노 한잔과 칸초네를 들으면서 즐기면 더욱 좋을 듯 하다.
아름다운 저 바다 그리운 그 빛난 햇빛
내 맘 속에 잠시라도 떠날 때가 없도다.
향기로운 꽃 만발한 아름다운 동산에서
내게 준 고귀한 그 언약 어이해 잊을까?
멀리 떠나버린 내님을 홀로이 사모하여
잊지 못할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노라.
돌아오라 이곳을 잊지 말고,
돌아오라 소렌토로 돌아오라.
이탈리아 나폴리의 번잡함과는 다른 차분하면서도 품격이 느껴지는 도시 소렌토에 도착하니 세계적인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돌아오라 소렌토로’ (Torna a Surriento)가 귀가에서 맴돈다.
절벽에 자리 잡은 아름다운 집들은 저 멀리 카프리 섬이 보이는 지중해의 아름다운 풍광과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다.
소렌토에서 기차로 이십여분을 이동해 화산 폭발로 한순간에 멸망했다는 폼페이 (Pompei)에 도착했다.
거리에는 야자수의 행렬이 남국의 풍광을 연출하고 언덕에는 유채꽃들이 만발하여 2월의 계절이라는 것이 무색했다.
저 멀리 아득히 베수비오 화산이 보이고 그곳에서 분출한 화산재에 묻혀 죽는 순간의 모습으로 화석이 된 채 전시되어 있는 사람들을 보노라니 인생의 무상함이 느껴졌다.
이천년 동안 로마도시의 원형 모습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가 비로소 이백년 전에야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곳이 폼페이라고 한다.
화산폭발 당시 아비규환의 혼란 속에서 로마시민들이 흘렸을 눈물의 댓가가 지금은 이탈리아를 넘어 세계 최고의 유명한 관광지중 하나가 되었으니 이 또한 역사의 아이러니다.
수천년 전 건설된 로마제국의 도심을 걷고 있자니 타임머신을 타고 당시로 돌아가 로마인들의 숨소리를 듣는 듯 하다.
성적쾌락을 위해 홍등가를 알리는 광고 문구도 이채롭고 서민들의 집터와 대저택 벽화에 남겨진 생생한 당시모습과 대중욕탕, 경기장들을 돌아보니 현재와 비교해도 모자람이 없는 당시 로마제국의 문명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알 수 있었다.
계획 없이 불현듯 떠난 이탈리아 여행이었기에 더욱 인상적이고 지금도 남부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풍광들이 기억에 생생한 것일까?
세계 3대 미항중 하나라는 나폴리(Napoli), 가곡 ‘돌아오라 소렌토로’로 유명한 소렌토(Sorento), 유럽 최고의 휴양지중의 하나인 카프리 (Capri)섬, 절벽 해안도로로 유명한 아말피 (Amalfi),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유명한 폼페이(Pompei)가 자동차 또는 배로 한시간여 거리에 있으니 단언컨대 이 지역을 이탈리아의 보물창고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
그곳으로 다시 한번 여행을 떠나는 꿈을 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