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환상 드라이브 코스 미국 캘리포니아 1번국도.

꽃보다 따님 미국2편 / 캘리포니아 파소노블

by 이순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빠가 되다


샌프란시스코를 떠나 파소노블 (Paso Noble)로 향했다. 그날은 마침 사랑하는 딸의 생일 이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마주하는 광활하고 아름다운 미국 땅의 풍광에 흠뻑 취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가 되었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아빠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빠가 되었다.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LA)의 중간지점에 위치한 파소노블 (Paso Nobles)은 비지니스 파트너가 있어 몇 번 다녀온 곳 이지만 그동안 샌프란시스코에서 로컬 비행기로만 다니곤 해서 사실 그 지역에 대해서는 아는것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이에게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어 자동차를 렌트를 했다.


샌프란시스코를 벗어나자 마자 네비게이션의 지도 모드를 이용하여 태평양의 바닷가로 고정했다. 지도상으로 해안선을 따라 남쪽으로 남쪽으로 향하는 미국 1번 국도가 환상 드라이브 코스가 될것이란 확신 때문이었다.



예상대로 도심을 벗어나 국도로 접어들자 가끔씩 마주오는 자동차를 만날 뿐 도로는 나만의 전용 도로였다. 수십분을 달려야 가끔씩 민가가 보이는 끝없이 이어지는 미국의 숲길을 자동차로 드라이브 하는것은 환상적인 경험 이었다.




드디어 태평양 바다가 창밖으로 드러나자 나도 모르게 탄성이 새어 나왔다. 날이 흐려 짙푸른 바다를 만나지 못한 아쉬움을 채 달래기도 전에 한시간여를 달리자 하늘에 구름이 걷히면서 코발트 빛 바다가 모습을 드러냈다.



태평양을 마주하고 샌프란시스코로 부터 약1천 킬로미터나 되는 먼거리에 있는 로스앤젤레스 (LA) 까지 해안도로가 이어진다니 미국의 스케일은 상상을 벗어나는 광활함 그 자체 였다.



해안가를 달리다 목적지 파소노블을 향해 캘리포니아의 내륙으로 들어서니 끊임없이 황량한 평야가 이어지느가 싶더니 구릉 사이로 넓다란 녹색 그린이 보이기 시작했다. 밀밭인가 싶었는데 가까이 다가서니 포도나무가 수 킬로미터씩 줄의 군락을 이루고 있는것이 아닌가 ? 황량한 사막 지형에서 만나는 포도밭 그린의 향연은 미국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장관 일 것이다.



어찌보면 길이 다소 황량해 보여 대여섯 시간의 운전이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이국적인 풍광을 눈에 담느라나고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갔다.


목적지 파소노블에 도착하니 땅에 열기가 올라오고 캘리포니아가 아닌 중동지역의 어느 사막 도시라도 온 듯 하였다. 호텔 국기 게양대에 뜨거운 바람에 휘날리는 성조기가 미국 캘리포니아의 중심에 우리가 있음을 증명하듯 인상적인 모습으로 다가 왔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이탈리아 와인산지 토스카나를 느끼다.


호텔에 여장을 풀고 자동차로 30여분 거리에 있는 바닷가 일몰을 보기 위해 밖으로 나오니 지천으로 널린게 포도밭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작은 도시 파소노블이 미국 와인의 중심지 임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호기심이 발동하여 포도밭 사이로 난 좁은 도로를 따라 자동차로 10여분을 들어가니 구릉과 구릉으로 이어지는 지형에 밀밭으로 보이는 녹색 그린과 갈색톤의 벌판이 펼쳐졌다.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에서나 볼 수 있을것 같은 풍광에 멀리 아름다운 저택과 와이너리가 곳곳에 있는 모습은 기억에서 쉽게 지우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



포도가 익어가는 가을날 포도밭이 황금색으로 변하가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또한 와이너리 투어에 참가해서 미국 와인 본산지의 맛을 느껴 보고 싶은 충동도 일었다.



어두움이 드리워질 즈음 해변을 향해 달리는 도로 너머로 구릉이 연이어 펼쳐지는 풍경은 보고 또 봐도 질리지가 않는다. 아스팔트 도로는 자동차 바퀴가 착 감기는게 잘 정비되어 자동차를 운전하는 맛이 느껴졌다. 도로가 오르막이다 싶더니 차창밖으로 청명한 코발트 블루의 하늘을 배경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의 구릉의 모습을 닮은 산들이 발 아래로 펼쳐진 광경은 장엄하다 못해 경외심을 불러 일으켰다.


바닷가에 도착하니 태평양 저너머로 태양이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었다. 해변은 한적해 보였는데 레스토랑에 들어서니 뜻밖에 손님들로 북적여서 놀랐다. 석양을 바라보며 맛난 해산물 요리를 먹으며 함께 한 시간이 미국에서의 생일날 평생 잊지 못할 선물이 되었기를 바래 본다.



여행을 한다는것이 항상 즐거운 일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 뜻하지 않게 발생한 일에 당혹스러워 하기도 하고 동행자와의 갈등으로 즐거워야 할 여행이 때로는 힘들어지기도 한다.


나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음날 비즈니스 파트너와의 미팅을 마치고 로스앤젤레스 (LA)로 가기위해 고속도로에 접어든지 얼마되지 않아 경고등이 울려 확인해보니 연료 계기판은 바닥을 향해 있었고 주위를 돌아보니 황량한 벌판 한 가운데를 달리고 있었다.



급히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초조한 마음으로 수십킬로를 달려서야 주유소를 겨우 만날수가 있었다. 참으로 아찔한 순간이었다. 네 시간여를 달려 로스앤젤레스 (LA)를 목전에 두고 차가 정체되기 시작하더니 우리나라 명절 귀향길을 방불케 한다. 거의 기다시피하여 숙소가 있는 얼바인에 도착하니 예정보다 서너시간이 넘게 지났다.


알고보니 금요일 오후면 여행차량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멕시칸 노동자들로 인해 10차선이 넘는 고속도로가 주차장으로 변한다니 모든것을 가진 미국도 때론 우리보다 못한점이 있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의 위안 마저 들었다.



얼바인은 신도시인 듯 스쳐 지나온 로스앤젤레스 (LA)와는 다르게 거리가 깨끗하고 건물들도 반듯하다. 석양에 드러나는 야자수의 자태가 남국의 휴양지의 정취를 마음껏 뽐내는 듯 보였다.



미국에서 딸과 24시간을 같이 하면서 가끔씩은 서로에게 짜증을 낼때도 있지만 어려운 상황에 부딪치면 딸은 나의 동력자가 되기도 하고 조언자가 되기도 하면서 아빠에게 힘을 보탠다.


패키지 여행의 편함은 없지만 아빠와 딸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면서 기쁨을 느끼고 신뢰를 쌓아간다. 그러면서 인생의 의미를 조금씩 알아간다. 그래서 여행은 살아가면서 가끔씩은 필요한 인생의 묘약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다음편 계속 클릭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