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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릿한 지옥순례 일본 큐슈의 벳부

꽃보다 따님 / 일본 큐슈 2편 벳부

by 이순열


지옥온천으로 불리기는 너무도 아름다운 일본 큐슈의 벳부온천


푸른 옥빛을 품은 온천에서

하늘의 구름을 닮은 운무가 피어 오른다.


이리도 물빛이 아름다운 온천을

어느 누가 이곳을 지옥 온천이라고 이름을

명명했을 ?


물속에서 들리는 거친 숨소리가

지옥문 저승사자의 숨소리와 닮았기 때문일까 ?


피어오르는 운무는 푸른 숲을 휘감아

하늘로 승천하는 한마리의 용처럼

이곳을 천상의 풍경으로 만들어 버렸다.



벳부란 이름이 낯설지 않은것은 오래전 우리의 마라톤 영웅 황영조가 올림픽 금메달을 따기 몇해전 벳부 마라톤에서 우승을 했다는 뉴스를 생생하게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본의 이 도시가 온천의도시 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여행의 우선순위를 좋은 것을 보기 위함이 아니고 다름을 보기를 원하는 나에게 일본 큐슈의 우치한 벳부가 온천 도시로서 무언가 다른 것을 보여 줄 것 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큐슈의 이름난 온천 휴양도시 유후인에서 고속도로에 접어들자 주변 풍광이 유럽의 알프스 못지않게 아름답다.


30여분을 더 달리자 벳부를 알리는 이정표가 보이기 시작하자 저 멀리 아래로 푸른 바다가 보이고 마을에서 드문드문 흰 연기가 피어 오르는 것이 보인다.



도심에 들어서니 호텔이나 료관들은 연신 구름과 같은 수증기를 뿜어내어 이곳이 온천 도시임을 실감한다.


일본 벳부에서 8개 장소에 각각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천연의 온천을 볼 수 있는 것은 이곳 온천 관광의 절정이다.


골라 먹는 뷔페 식당처럼 온천의 모든 것을 한자리에 모아 놓은 듯 하다. 옥색의 유황온천, 흙빛의 진흑온천, 철분이 함유된 붉은온천, 정해진 시간 마다 분수처럼 솟아 오르는 간헐천등 그야말로 온천의 전시장이다.


모든 온천을 관람할 수 있는 자유 이용 쿠폰북을 사서 입구에 들어서니 해지옥라는 입간판이 지옥온천 체험의 기대감을 불러 일으켰다.



산기슭을 따라 뭉게구름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모습을 보니 발길이 급해졌다. 수증기 사이로 지옥의 사자상이 보이는 곳을 지나니 100도 가까운 수온의 온천수가 부글부글 끓어 대는 모습에 몸이 움찔했는데 왜 이곳이 지옥 온천이라 불리는지 알 것 같다. 그 소리가 악마의 숨소리 같다. 퀴퀴한 유황 냄새도 그 스산함을 더한다.



그러나 옥빛을 품은 온천에서 피어 오르는 수증기가 안개처럼 자욱하게 깔리며 그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을 보고 있자니 이곳은 지옥이라기 보다는 천상의 모습이다.



언제라도 터질 듯한 땅의열기가 느껴 진다. 길가 돌무더기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유황냄새가 코를 찌른다. 이땅의 토착민들은 땅의 열기를 느끼며 조상때 부터 두려움과 공포속에서 살아가지 않았을까 ?



땅과 온천에서 피어나는 수증기가 푸른 하늘과 대비되어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풍경을 연출하는 모습은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풍광이기에 여행의 목적을 좋은것을 보기 위함보다 다름을 보기위함에 우선순위를 두는 나에게는 이곳 벳부가 오랜시간 나의 기억속에 남을것이다.




피부를 날카롭게 스치는 겨울날의 차가운 공기가 무색하게 땅에서 피어오르는 열기를 품은 수증기 만으로도 남국의 분위기가 물씬하다. 그 열기를 이용하여 악어를 비롯해 하마, 홍학등 남국의 동물들을 사육하여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는 그들의 지혜도 놀랍다.



한편으론 이처럼 다양한 모습의 온천이 지질학적으로 가능한가에 대한 의구심을 떨치기도 어렵다.


땅에서 온천이 솟아나는 것이야분명한 사실이겠지만 회색 빛 붉은빛 머드가 좁은 지역에서 같이 나오는지 옥빛 검은빛 온천수가 천연 그대로의 모습인지 아니면 연출 한것인지는 알길이없다.



상술에 능한 일본인이기에의구심은 쌓여 가는데 진실은 알수가 없다. 그러나 의심을 닫으면 환상적인경험이다.


주변 가게들은 지열로 달걀 고구마 옥수수를 찌어서 호객하기에 분주하고 부글 부글 끓어오르는 노천온천에 망태기를 넣어 삶아낸 찐 달걀도 침샘을 자극한다.


각양각색의 온천을 눈으로즐기는 것 외에도 약간은 짭짤한 온천수를 마셔 보기도 하고 유황 냄새가 가득한 수증기가 코에 좋다 하여 들이켜 보기도 하고 온천수에 발을 담그고 온천 증기에 익힌 달걀과 찐빵을 어릴적 맛보던 맛과 비슷한 사이다와 함께 먹는 재미도 솔솔 하다.



이전의 온천체험이 몸으로 느끼는 경험이라면 이곳 벳부에서는 눈으로 온천을 느껴야만 한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지옥이 아닌 천상의 풍광을 눈으로 즐기고 머리속에 각인시키는것도 멋진 여행의 한페이지가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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