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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순열 Feb 06. 2017

일본 유후인에서 서울 북촌의 향기를 맡다

꽃보다 따님 / 일본 큐수 3편 유휴인

우레시노 온천에서 피부 미인(?)이 되어보다.


피부로 전해오는 이런 느낌은 참으로 오랜만이다.

어린 시절 대전에 살면서 이웃한 당시 온천으로 성이 자자한 유성에서 온욕을 하노라면 마치 기름으로 목욕이라도 하듯 미끈미끈한 촉감을 잊기 힘들었는데..



몸으로 전해오는 미끄러질 듯 한 피부의 느낌을 30여년만에 만났다. 일본에서도 피부미인 온천이라고 3대 온천으로 불린다는 우레시노 온천.

여느 평범한 시골 마을과 별 다를 바 없는 이곳이 그리 유명한 온천지역 이란게 실감이 안났다.  땅속에서 100퍼센트 뿜어져 나온 온천 직수몸을 담그니 신선이 따로 없었다.



딸아이는 피부미인 나는 피부미남이 되어 집으로 돌아가면  집사람이 못 알아 보는것은 아닐까 하는 상상에 빠져보기도 하였다.


평범한 마을 풍경과는 다르게 고급지고 일본 전통의 분위기가 물씬한 료관에서 하루 저녁을 묶으며 온천 마을의 한가로움과 여유를 즐기고 싶었다.



그러나 갓 잡아올린 물고기처럼 푸드득 거리는 이팔 청춘의 딸 아이에게 한가로운 온천 마을에서 하루를 보내게 하는 것은 힘 것이다. 그래서 마음을 바꾸었다.


유후인 온천에서 서울 촌의 향기를  만나다.


큐슈하면 패키지 여행지로서 빠지지 않는 유후인을 향하여 자동차 액셀을 밟았다. 가능하면 여행사 패키지 코스는 딸 아이와의 여행에서는 피하려고 했는데 어찌보면 이 또한 자유여행의 묘미라는 생각이 들었다.


2시간여를 달리니 이곳이 어제 만났던 남국 큐슈가 맞는 것인지 하는 의아심이 생겼다. 고속도로 주변 산에는 잔설이 보이고 저멀리 스위스 만년설을 품은듯 우뚝 솟은 장대한 봉우리가 태양에 반사되어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기후의 변화는 여자의 마음처럼 하루 만에 완벽한 변신을 하였다. 세차고 날카로운 바람이 피부속으로 휘몰아치고 저 멀리 산봉우리에는 눈보라가 몰아친다.


마음이 변한 인지 아니면 유후인 그녀의 모습이 원래 그런 것 인지 여자의 마음은 알 수 가 없다.


소문대로 일본 특유의 아기자기한 다양한 종류의 상점들과 카페들이 거리를 메우고 일본 민속촌 처럼 고풍스런 가옥들이 이국적인 정취를 자아냈다.



일본 유후인 에서 딸과 함께 아기자기한 거리를 걷자니 마치 서울의 북촌을 거니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일본의 유명 애니매이션의 캐릭터들도 만나고 관광객들을 위해 지어한 작은 디즈니 캐릭터 테마마을을 거니는 재미도 솔솔하였다. 겨울왕국의 여왕 엘사와 미모를 겨누는 딸아이의 모습도 마냥 귀여웠다.



어느 한 상점에 들리니 어린시절 좋아했던 캐릭터와 장남감들을 판매하고 있는데 구석진 곳에 우주 소년 아톰 만화 영화가 TV에 상영되고 있었다.

'푸른 하늘 저 멀리 랄랄라~ 힘차게 날으는 우주 소년 아~톰' 아톰의 주제곡에 절로 입속에서는 노래가 흥얼거려졌다.



어린 시절 저녁 시간이면 우주소년 아톰을 흥얼거리며 흑백 TV 앞으로 달려가곤 하였는데 일본에서 골동품 TV에서 우주 소년 아톰을 만나니 어린 시절의 동심으로 돌아온 듯 하였다.


딸아이가 이곳에 가면 꼭 먹어야 한다는 3대 먹거리 명물을 찾아보니 나름 이것 또한 재미가 있었다.


금당 고로케, 벌꿀 아시스크림, 원형 카스테라 그러나 카스텔라는 끝내 찾지 못해 아쉬움을 안았지만 대신 녹차 아이스크림을 맛보는것으로 대신했다. 근처 마트에 들려 호텔에서 먹을 간식거리를 찾다가 앙징스런 딸기빵이 보여 카트에 넣었다.



붕어빵 속엔 붕어가 안들어있고 딸기 빵속엔 딸기가 안들어 있다고 ?


일본엔 딸기빵 속에 진짜 딸기가 들어 있어 먹다가 깜짝 놀랐다.



일본에선 붕어빵 먹을땐 조심해야겠다. 먹다가 빵속에서 붕어가 튀어 나올줄 모르니까.


오랜시간 유후인의 카페를 거릴다 보니 시장기가 느껴졌다. 이른 저녁 시간임에도 문이 닫혀있는 식당이 많아 의아심을 푸으며 간신히 유후인 역 근처에서 우동집을 찾아 들어갔다.


밖으론 푸른빛의 어둠이 내리는 초저녁의 하늘이 금방이라도 눈이 내릴듯 유후인 역사를 배경으로 안개구름이 자욱한게 인상적이었다.



유후인 온천에서 아버지와의 추억을 떠올리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많지않은 추억 가운데 하나가 명절 목전이면 집과 멀지 않았던 유성 온천으로 묵은 때를 벗기러 다니던 일이다.


욕탕 문을 열면 밀려드는열기와 수증기에 압도되어 지옥에 끌려가는 듯한 두려움에 가득 차곤 하였다.

어린 시절 두려움의 장소였던 온천이 가끔씩 일본에 올 때면 찾게 되는 로망의 장소가 되었다.



땅속의 열기와 천연 미네날이 가득한 온천수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마음도 몸도 건강체로 다시 태어나는 느낌이다.


이른 시간 잠에서 깨자마자 호텔에 딸린 온천탕을 찾았다. 대형 욕장을 전세 낸 듯 홀로 탕에 몸을 담그니 온천 특유의 물의 감촉이 전해 왔다.



밖 으로는 유후인의  신령한 유후인 산이  머금은 채 위엄을 갖추고 마주하고 정상에는 름을 휘감는다. 넓다란 평야에는 먼발치 다른 온천에서  수증기들이 몽실 몽실 하늘을 향하였다.

하늘에선 눈발이 흩날리고 얼어붙은 산야와 농촌 가옥들이 목가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노천으로 나오니 한기가 몸을 감싸지만 탕속으로 뛰어드니 몸은 남국이요 머리는 청명하니 이곳이 바로 천국이다.



일본에서 유럽의 알프스를 만나다.


유후인에 왔으니 근교의 온천도시벳부를 지나칠순 없었다.


호텔을 체크 아웃하고 고속도로에접어들어 10여분을 달리니 경치가 장관이다.



해전 자동차로 유럽을 여행하며 보았던 알프스의 광할한 자연을 다시 만난 듯 하다. 저 멀리 유후인산을 중심으로 자그마한 산들이 굽이치고 산기슭까지 초원이었을 갈색 구릉이 산중턱 빽빽하게 늘어선 검푸른 침엽수림과 대비되어 이국적인 풍경을 선보이고 있었다.



청명하고 파란 하늘은 아름다움의종지부 이었다.

이곳이 우리와 이웃한 일본이맞는지 의아심이 들 지경이다.


예상치 못한 자연의 아름다움을만나는게 이 또한 여행이 선사하는 선물이 아닌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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